"아니, 아니야. 넌 그런 것만 할 아이가 아니야."


가족이 나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처음엔, 그래. 나도 그렇게 믿었다.


나는, 나 자신은.


그것보다도 더 뛰어난 아이라고.


그 어떠한 것이 날아들어도, 나는. 그 대단한, 이 가문을 일으켜 세운 사람의 자식이니 나도 그럴거라고.


그렇게 믿고 믿으면서.


나는.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아윽..."


-짝.


돌아가는 고개. 화끈한 볼.


"어째서 이런 간단한 것 하나 못하는 거지?! 분명 너에게 모든 걸 가르쳤다! 공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모든 것을 가르쳤어!!!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러한 일을 누구보다 잘하는 남자이거늘, 어째서 너는!"


내가 그녀에게 혼나는 이유.


나의 어머니라고 부를 수 조차 없는 가주에게 혼나는 이유.


그건 단하나.


'내'가 그녀가 원하는 문제를 풀 수 없으니까.


"아...."


나는, 못한다.


그녀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


이루어주지 못한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초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난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데에 실패했다.


"하하..."


그런 그녀에게. 나는 필요가 없는 존재.


그렇다면 나는.


그녀에게 뭘 줄 수 있을까.


"아."


그래.


그녀가 원하는 난제를 내가 풀 수 없다면,


그걸 풀 수 있는 존재를 만들어내면 그만 아닌가.


그렇게 나는,


그것에 몰두하고 매달렸다.


그렇게.


나는.


그것을 보았다.


"아.... 풀었...다..."


-시뮬레이션 성공. 


이 한 단어가 떠있는 한 컴퓨터. 내가 풀어내는 데 성공한, 


그 초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단 하나의 난제.


그것을 풀어낸.


그 수식이 담겨있는 AI.


"... 그 수식을 적어줘."


나는 그것을 받아 들었고,


이제 어머니에게 향했다.


"가주-"


"잘했다! 후순아! 네가 최고야!"


"당연한 걸요."


그 옆에는, 나라는 병신같은 가능성을 둔 어머니가, 나를 포기하고 만들어낸.


딸.


후순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


그것도, 내가 풀어낸 것과 비슷한 것의 수식을 들고.


".... 하하."


나는 그저, 웃으면서. 뒤를 돌았다. 나는 그냥 이 집에서 없는 듯이 지내면 되는 거니까.


... 근데 이제 뭘하지?


















할것도 없어진 나는, 그 난제를 기반으로.


내가 원하는 존재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이 수식이면, 이 모든 걸 연산할 수 있게. 감정같은 것이 담길 수 있게 만들어준 기본 수식이면.


난.


내가 원하는 존재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이렇게 만들자..."


나를 사랑하고, 음식을 만들어주고, 나를 보듬어 주는.


나만의. 로봇.


아연이.


그래. 그걸 만들자.


나는 그렇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기이잉.

돌아가는 로봇의 소리.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나 걸린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거 자체가 아마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20살에 그 수식을 풀었고, 이제 로봇이 움직이는 걸 만들고 있으니까.


지금이 25살이라는 게, 조금은 이상한 수준이지만.


".... 됐다."


움직이는 로봇.


나를 위해 움직여주는 로봇.


그 로봇이, 기동을 시작했다.


.... 물론, 얘가 어디론가 나간다거나 할 수 있진 않을거다.


그저 나를 쓰다듬어주고, 보듬어 주기만 한다면.


나는 괜찮을 거 같다.


그런 생각을 담아, 움직이길 기다리는 로봇이.


움직였다.


여자의 몸을 가진, 여자로봇.


".... 안녕? 후붕아."


"... 아..."


내가 가장 듣고 싶은, 그 사람의 친절한 목소리.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눈물이 났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에 대해 3자의 시선으로 시각화하여, 담아내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옆에서 몰래 지켜봐온 느낌이겠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모성애니까.


"...... 고생많았지...?"


".... 하아... 합.. 흐윽...!"


그저 그 말 한 마디인데.


그 말 한 마디 뿐인데.


나는 눈물이 나왔다.


".... 이제 괜찮아. 누나가 있으니까."


"응.... 응..."


따스하지 않은, 차가운 철의 감촉.


거기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이.


그 무엇보다.


따스하게 느껴졌다면, 내가 미친걸까?















"쯧."


머리가 아파왔다.


아직까지도, 인공지능을 제대로 만들어서 로봇으로 활용을 못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딸, 후순이는.


그러한 기능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감정적인 수식을 만들어내는 데 까지는 성공을 했지만,


주인에 대한 정보를 시각화 시키고, 그를 입력하는 데에서 애를 먹었다.


"하아.... 쯧. 그래도 그 자식보단 나으니 괜찮은데."


물론, 그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오기는 했다.


그렇게 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앞으로 세계는 저것으로 먹고 살 것이고.


우리는 그러한 기업중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랑으로 낳았지만, 사랑으로 낳지 않았다.


그 아이는 필요한 아이였기에 낳았던 것이다.

후순이도 같지만, 더 잘하는 아이에게 더 많은 애정이 간다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닌가.


거기다, 본인이 아프면. 말하라고 나는 누누히 말한다.


그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 간혹, 눈에서. 깊은 절망과도 같은 슬픔이 읽힐 때가 있지만. 그건...


..... 이걸 전부다 완성하고, 우리만의 기술로 만들어내고 나면.


충족 될 일이다.


그러니. 그 아이에게 그러는 건.


... 지금 생각할 일이 아니다.
















"... 나가자고?"


"응. 나도 같이 가서, 물건들을 사고 하자."


"... 엄마가 보면 안될텐데."


"왜 안돼?"


"... 그야, 널.... 뺐어갈지도 모르잖아."


"왜? 어차피 그 사람에게는 너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그 딸이 있다며? 걔가 만들겠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우리 나가자."


"... 아... 응...."


그렇게,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 날의 일을.


세상에서 제일 후회한다.

















"....?"



아이의 방에서 누군가가 나온다.


그 아이가 나오는 일은 잘 없는데.


내가, 방 앞을 지나는 때... 말고는.


어디 가냐면서 묻는 그때 말고는 잘 없는데...?


아, 그러고보니 최근에....느....


잠깐.


저게 뭐....


"......?"


로봇?


사람의 얼굴과, 표정.


모습까지 똑같은 로봇?


어쨰서 저 아이가?


심지어 그 로봇은 웃고있는 듯 했다.


그 사실하나에 혼란이 왔지만,


나는 일단 아이가 하는 행동을 멀리서 지켜보며 따라갔다.


그러자 보인건.


".... 아, 그래. 이 음식. 해주는 거 좋아했었지?"


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따뜻한 말씨의 로봇이었다.


".....하...?"


내 말씨라니.


왜?


그걸 이해할 새도 없이. 그들은 물건을 담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 지금이라도 얘기를 해봐야겠다.


... 이건, 중요한 일이야.









그렇게, 나는 그들의 앞에 섰다.


".... 후붕."


".... 네.... 가주..."


로봇을 대할 떄 와는 다른 말투.


어딘지 모르게 겁을 먹은 말투.


그러면서, 로봇을 자신의 등뒤로 숨기는 행동.


아. 그렇구나.


이걸 뺴앗길 거라고 여기는 거구나.


하지만, 난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 왜, 이걸 말하지 않았지?"


".... 예...?"


아이는 오히려, 그 말에. 더 당황한 듯 했다.


"... 이런 연구 성과가 있었으면, 나한테 말을...."


"얘가 왜?"


들려오는 날카로운 말투.


마치, 아이를 건들지 말라는 듯한 투에.


난 굳었다.


"...... 내가 왜 라니?"


이정도로 자율도가 높은 로봇이라는 생각에, 더 굳었다.


"너한텐 어차피. 후순이라는 아주 뛰어나고 잘난, 네가 진짜 자식이라고 여긴 딸이 있잖아?"


"......... 뭐?"


그 말에, 나는 더 굳었다.


진짜....? 그럼, 잠깐.


"아니, 그게 무슨 말이지, 나는 이 아이를 단 한 번도 내 아이가 아니라고 여긴 적이-"


"가주라고 부르게만 시키면서 무슨 말을."


"....!"


그 말에, 나는 굳었다.


가주라고 밖에 안 부른다는 사실이 떠오른 탓이었다.


하지만 난 분명...


가주라고 부르라고 명한 적이....


"너 지금 네 머릿속에서 그 기억이 없어서 혼란 스럽지?"


"..."


로봇은 내 감정을 읽은 듯이 말을 이었다.


"그렇겠지. 근데, 진짜 없어? 네가 홧김에라도, 어머니라고 어디가서 말하지 말라고 한 적."


".......무스-... 아....."


있었다.


이 아이에게 그렇게 말 한 적이 이미 수차례... 그리고, 서로의 대화마저 잘 안하게 된.


아....

아아....


ㅇ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가.


"그래놓고, 진짜 아이라느니. 그거 좀, 어이 없지 않아? 연구 못하고 더 나은애가 있다면서 얘를 내버려 둔 건 언제고."


"그... 그만해 아연아... 난 괜찮으니까,.... 죄송합니다. 가주."


"........ 아니다."


이미. 아이는.


그것들에.


아.


제기랄.


이건 아니다.


그것만 바라고 쫓은 게 아니다.


잘 살라고, 잘 살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여기고.


그렇게... 만들려고....


그런 것 뿐인데.


그러고보니, 아이가 할 줄 아는 게 다른게 뭐가 있었지?


다른 걸 가르친건? 집 밖으로 간 적은...?


..... 무엇하나... 없었다.


"........ 하..."


나는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건가.


"...... 가-.... 가보겠습니다..."


하 소리 하나에, 떨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아이를 겁먹게 만들어버리고.


나는 뭘 한거란 말인가.


그래.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대화를 하고 고쳐나가면 될거다.


그러면 될거다.


"후붕아."


최대한 할 수있는 수준의 부드러운 말.


그 말에.


두 사람의 걸음이 멈춘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아 씨발 진짜 역겨워서 못 참겠네. 야."


로봇의. 날카로운 말이었다.


"야 이 씨발련아."


"아, 아연- 아연아.... 나-나는 괜찮다니까."


"아니, 잠깐만 놔봐. 나 얘한테 한마디만 좀 하게."


"아-아니..."


"야 이 씨발아. 너, 이 개년아.


후붕이한테 그따구로 굴어놓고, 이제와서 친근하게 굴 생각인거냐 너 지금?"


"뭐?"


말이 독했다.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생각해봐. 네가 이 애를 이렇게 키운게 평생이야."


"..... 아. 어?"


"근데 후순이한테는 아니었지. 얘가 그걸 얼마나 비교하고 살았을 거 같아?"


"....."


아프다.


"그리고, 후순이가 더 낫다면서 얼마나 비교를 해댔는데.


얘가, 널 좋아할 거 같아?"


"......아."


아프다.


"야, 이 씨발아.


얜 지금 대인 기피증이야. 사용인들도, 네가 고용한 그 년들도 얘를 욕해.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실패자, 사회부적응자!!!"


"...... 아니- 그럴리-"


쓰라리게, 아프다.


"얘가, 날 만든 이유도!!! 어차피, 너한텐 이런 보살핌 못 받을 테니까!!!!"


"......!"


-쾅.


아니.


정확하게는


-우지직, 우지끈. 쿵.


내가 이 일을 하게 해온.


그 모든게.


"...  아..... 아...."


한순간에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날 만든거야. 널 기쁘게 하기 위한게 아니라!!!"


"....... 잠깐, 잠깐만... 잠- 아니, 후붕이랑 한 번- 후붕아...! 제발-"


"...... 꺼져. 씨발아. 내가 허락 안 해."


"아-아연아..."


"가자, 응? 후붕아. 저딴 년 상대하지도 말고."


".... 아..."


다가오는 사실들이.

너무나도.


크게 비틀린 저 관계가 나를.


짓눌렀다.












요즘들어.


문을 누군가 자주 두들긴다.


"...... 후붕아, 엄마야."


엄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아주, 사근사근 해진 목소리였다.


".... 연구, 떄문이 아니란다. 그러니... 제발..."


"... 아나  저 씨발련이 진짜."


"아연아아...."


"칫. 알았어. 알았다고."


연구문서는 이미 다 주었는데.


어떻게 아연이를 만들어냈는 지도 다 줬는데도 찾아오는 엄마를 보면,


요즘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모든 연구는, 나는 잘 만나보지 못한 그 아이가 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난 그냥, 이렇게 있고 싶다.















오늘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늦은 밤.


간혹.


여자가 한 명 나온다.


그래.


그녀다.


나를 본딴... 그 로봇.


"....."


나는 그녀를 보고 있다.


질투? 아니.


그저 바라보고 있다.


후회섞인 감정으로.


"이제 좀 그만하지?"


"......"


"하.... 연구 자료. 다 줬잖아."


"..... 그게 문제가 아니야...."


"말했잖아. 넌 이제, 얘한테 그런 존재가 아니라니까?"


"....... 나도 알아... 그래도, 그래도... 한 번의 기회는 있는 거잖아..."


".......... 풉.... 야, 너 웃긴다.


이미 그 자리를 내가 하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기회가 있다고 여기는 거야?


차라리 너도, 네 아들을 만들어!"


"..............................."


"이 아이가 너무나도 힘들어서 나를 만들어낸 것 처럼. 너도, 네 아들을 만들어"


"....... 아니, 난.... 난...."


저 아이가, 필요했다.


어리석었다.


그것만으로, 로봇만으로 완전히 대체가능한 일이라는 건 없는데.


"..... 크흑... 흐.... 하아..."


"..... 있잖아? 사실 난 알아. 네가 데리고 온 그 애, 진짜 네 자식이 아니고. 네가 찾은 제일 머리 좋은, 그냥 어딘가의 애라는 거.
자식이 아니니까, 이 집에서는 잘 안사는 건거. 


네가 좋아한건, 그저. 그 애가..... 제자로서, 후계로서 능력이 좋으니까."


".... 그래, 알고 있으며-"


"그래도 말야? 난 그걸 말 안 할 거야. 이제, 저 아이는, 내 아이야."


"........... 아니야... 아니야아........ "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동앗줄을 잡길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