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말했다

요즘 표정이 좋지 않다, 뭐 안좋은 일이 있었냐?,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글쎄 나도 내가 아픈건지 내가 슬픈건지 괴로운건지 모르겠다.


여자친구가 요즘 쌀쌀해진거 같아서 이번 기념일은 그녀가 좋아하는 프레지아 꽃다발을 준비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아쿠아리움 티켓을 준비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점과 호텔을 예약했다


날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오늘 하루 최고로 행복하게 해줄테니까 화를 풀어달라고

말할 생각이였다.


그러나 그런 내 눈에 보인건 노란 머리를 가진 남자에게 

진한 키스를 나누는 그녀였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차가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서 믿을 수 없는 말을 계속 내뱉었다.


'' 아씨.. 들켰네 ''


'' 뭐야 니가 말하던 남친이 저놈이야? ''


'' 어 맞아 뭐 어짜피 정리하려고 했으니 잘됐지 뭐 ''


'' 저런놈을 여태 만났던거야? 참 남자보는 눈 없었네 ''


그들은 날 조롱하고 비웃었다.


난 절규했다, 그들을 용서 할 수 없었다.

악에 받쳐 날뛰었지만 난 그 남자를 걲을 만큼의 힘이 없었다.


결국 난 피떡이 된채 그녀의 집 앞에서 쓰러졌다.


'' 미안 근데 이제 연락하지 말아줘 ''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내게 이별을 고했다. 그 뒤 난 

정신을 잃었고 뺨에 흐르는 빗물에 정신을 차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여자친구가 바람을 핀 모습을 본 이후 난 어딘가 망가졌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하루 하루 내가 지켜왔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맹목적으로 회사에 나올뿐이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할까?


결혼을 약속하며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제 더이상 내 곁에 없다.


뭐가 문제였을까.. 내 재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건가..?

그것도 아니면 그녀의 마음을 내가 맞춰주지 못했던건가? 그것도 아니면

정력인가..? 뭐가 되었던 이젠 늦었겠지.


내 첫사랑, 내 첫 연인, 초등학생때 부터 시작해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져온

인연은 완전히 끝나버렸다.


이젠 아무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


집에 돌아가도 그녀와 함께했던 일상이 떠올라 집에 돌아가기 싫었다.

집에 돌아간 시간보다 회사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녀와 연락이 끊기고 회사에서 주는 일만한지 3년째 내 몸의 이변을 느꼈다.


그저 시련의 아픔이라 생각했던 가슴의 아픔이 진짜 심장이 아파서 생긴

통증이였다.


처음엔 단순하게 가슴에 답답한 느낌만 들어 그저 내가 아직도 그녀를 못 잊어서 괴로워 하는건가

싶었다 근데 병원에서는 내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심장에 일부분이 두꺼워져 언제 심정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말했지만 한마디로 오래살지 못할거란 소리다.


후회됐다 좀만 더 빨리 병원에 올걸, 좀만 더 빨리 내 몸에 신경쓸걸,

좀만 더 빨리 그녀를 잊었을껄 하고


-똑똑


집에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누워있을때 누군가 우리집 현관문에 노크를 했다.


'' XX아.. 혹시 집에 있어? ''


죽어서도 잊지 못할 목소리 내가 사랑했던 그녀의 목소리다.

왜 내 집에 찾아온거지?


'' 왜 온거야? ''


''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 문좀 열어줄레? ''


'' 난 할 이야기 없어 나가줘 ''


'' 미안해.. 내가 미안해.. 제발 문좀 열어줘 ''


결국 거부하지 못한채 문을 살짝 열어보니 문 앞에는 

상처투성이의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뭐야! 그 상처는? ''


'' 그... 마지막으로 헤어진날 그 남자 기억하지..? ''

 

'' 노랑머리 그놈? ''


'' 응.. 마음에 안든다고 계속 날 때려서.. 옛정 생각해서 나 좀 도와주면 안될까? ''


'' ...꺼져 ''


-쾅!!


이제와서 무슨 염치로 저러는걸까? 앞으로 살 날도 얼마 안남은 나다

더이상 저년이랑 엮이고 싶지 않다.


'' 아.. 안돼 제발!! 이 문좀 열어줘 내가 잘못했어 제발 한번만 용서해줘 ''


 제 풀에 지치면 집에 돌아가겠지 귀마개 끼고 잠이나 자야지


-쾅 쾅!! 쾅!! 콰강!


시끄럽네.. 그래도 기분은 좋네


.

..

...

...

....

....


'' 있지 자기야 이 책 한번 읽어봐 되게 슬퍼 ''


'' 뭐?! 자기가 책을 추천하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


'' 우씨 놀리지말고 한번 봐봐 난 이런책이 되게 슬프거든 ''


'' 어떤 내용인데? ''


'' 음 스포없이 이야기 해주면 최고로 행복할때 잔인한 현실이 천천히 다가와주는 내용이야

난 이런식으로 해피엔딩이 다가왔을때 무너지는게 슬프더,,어? ''


내 뺨에 그녀의 손이 다가왔다.


'' 자기야 갑자기 왜 울어 무슨일 있어? ''


'' 그러게... 갑자기 가슴이 아프네 ''


...

..

.


시X.. 예전에 그녀와 데이트 했던 꿈을 꿨다. 꽤 오랫동안 꿈속에서 그녀가 나오지 않았는데 

집까지 모잘라서 꿈속까지 찾아오다니 진짜 징글징글하다. 


'' 갔나? ''


눈을 비비면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꺄악!


그녀는 아직도 집에 안가고 이 추운날 현관문 앞에서 자고 있었다.


'' 뭐야.. 아직도 집에 안갔어? ''


'' XX아.. 미안해 근데 잠깐만 내 말좀 들어줘 ''


'' 이제 집에 좀 가 나랑 너랑 할말 없다니까 ''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너랑 헤어지고 진짜 미친듯이 후회했어 한번만 기회를 주면 안될까? 

내가 진짜 잘할게 ''


'' 이제 그만 포기하고 너네 집으로 꺼져 ''


'' 나 죽을거 같아 제발... 한번만 용서해줘 ''


절박한 표정으로 몸을 떨며 내게 매달리는 그녀, 과거 행복한듯이 웃으며 지내고 

누구보다 당당하게 지내던 그녀도 어딘가 망가졌다.


'' 쯧.. 들어와 ''


이 겨울날 문앞에 세워뒀다가 진짜로 죽으면 그건 그대로 곤란하다

어쩔 수 없는거다, 진짜로 어쩔 수 없는거다.


''...진짜? ''


'' 집앞에 시체 하나 생기면 곤란할뿐이야 몸데우면 바로 나가 ''


'' 고마워.. ''


몸이 얼음장 처럼 차가워진 그녀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내줬다.


'' 그거 마시면 집에가 ''


'' 응... ''


나도 참 내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복수하고 싶으면 싶었지

왜 이런식으로 그녀를 살피게 되는건지 참..


''그래서 도대체 뭘 원해서 이러는건데? 니 남친이 너 미친듯이 패니까 뭐 보호해달라 이런거야?

경찰이 할 일을 왜 나한테 맡기는건데? 너 그 상처들 경찰들한테 보여주고 도와달라고 하면되잖아? ''


'' 그런거 아니야...게다가 이미 개는 신고해서 감옥에 들어갔고 접근금지 신청까지 넣어놨어 ''


'' 뭐!? 그럼 뭐가 문젠데? ''


'' XX아.. 내가 미안해 그땐 내가 정말 미쳤었어 정말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없을까? ''


''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미 너무 늦었어 ''


내 한마디의 그녀는 서서히 무너졌다.


'' 역시.. 그렇겠지? 그..그래도 나 노력할게 너가 다시 날 돌아보도록 ''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리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딱히 불쌍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녀가 더 망가지지

않은것에 아쉬움 마저 느낀다.


게다가 난 이제 너무 늦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시한부 인생

이런 남자 다시 연애해봤자 상처뿐..?


문득 꿈에서 들었던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 최고로 행복할때 잔인한 현실이 천천히 다가와주는 내용이야

난 이런식으로 해피엔딩이 다가왔을때 무너지는게 슬퍼 ''


어쩌면 이게 내 복수가 될지도 모른다.


아직 이성을 유지하고 나한테 매달리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죽기전에 이성이 날아가고 울부짖으며 망가지는 그녀가 보고싶어졌다. 


'' 알았어.. 생각할 시간을 줘 ''


최고로 행복하게 해줄게 내가 없으면 안되도록 

나만 의존하게 만들어줄게


'' 응 고마워..정말 내가 잘할게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게 ''


그러니 우리 같이 지옥으로 떨어지자.

난 저승으로 넌 이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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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심심해서 적어본 후회물인데 어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