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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가 떠난 운가.


운미리의 쾌유를 축하하는 잔치가 운가 내의 오검각에서 벌어졌지만, 오검각의 분위기는 스산했다.


그야 당연하지않겠는가.


목인대주의 자녀는 가짜 직계한테 눈이 뽑혔다고 하지 않나.

가짜 직계의 정체가 여의주라는 것도 놀라운데, 그걸 그냥 당가에 홀라당 줘버리지않나.

여태까지 키워줬으면, 은혜라도 갚게 할 수 있었을텐데.


심지어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운미리가 건강해지기까지.


온갓 불평불만.

그동안 방계에 쌓이고 쌓인 불만이 얼마나 큰데, 잔치까지 열어서 장단까지 맞춰주라는 듯한 직계의 행패.


"....."


산해진미와, 흥겨운 음악이 있어도 아무 말 없이 가라앉은 분위기가 오검각에 맴돌았다.


거기에, 아직까지도 아무 직계도 오지 않은 모습.


다들 모여서 일각이 넘도록 앉아있는데, 가주인 운무엽도, 소가주인 운유향도, 오검각주인 운미리도 보이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누군가 그리 조용히 의문을 표할 때.


쾅---!


큰 굉음과 함께 오검각의 문이 부서지고

피투성이의 사람이 오검각 내부로 던져졌다.


"큭...쿨럭..."


던져진 피투성이의 사람은 놀랍게도..

가주. 운무엽.


"이게 무슨...!"


"꺄아아아악!!"


"누구냐!!"


"습격이다!!"


큰 혼란이 벌어지고, 이어질 습격을 대비해 검을 뽑아 먼지투성이의 대문을 경계했다.

허나 먼지가 가라 앉고 보이는 것은...


"...미리 아가씨?"


거기에, 옆에 서있는 운유향까지.


화예대주가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축제야." "축제란다."


동시에 울리는 목소리.


"배신자들을 처형하는 축제."


운미리의 기운이, 오검각을 감싸서 옭아메었다.


보통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펼치는 기막을, 남을 묶기위한 감옥으로 활용하는 정신나간 기예를 펼치며 운미리는 입을 열었다.


"오검각주로서, 직계의 암살을 꾸민 오검대주들을 처형하러 왔어."


운유향또한, 운미리의 말에 이어서 화답하듯이 말했다.


"막내도 장가보냈는데, 슬슬 가주가 될 때 아니겠니."


"그게 무슨..."


화예대주가 당혹감 섞인 고함을 외치려 할 때에, 


"크..하..."


피투성이가 된 채 날려지던 운무엽이 피를 토하더니, 외쳤다


"...그 가짜 직계한테 운가를 통째로 팔아 넘기려는 거냐..! 운미리. 내가 너를 얼마나 아꼈는데..!"


"알아요."


기실, 운무엽의 마음을 운미리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할아버지. 당신이 저를 얼마나 아꼈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그야, 당신은 혈족만 신경 썼으니까."


운무엽의 행동 덕분에, 운미리가 여태 살아 있었다고도 할 수 있었으니.


운무엽에게 있어서, 직계가 가주가 되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운주. 그 사생아가 가주가 되는 것은 용납 못한다.


그렇기에 운무엽은 방계의 이빨이 들이밀어지는 제물로 운주를 택했다.


운미리는 불쌍하고 병약한 직계이고

운주는, 운미리가 죽은 후 그 자리를 꿰어찰 가짜다.


운미리가 죽으면, 운주. 그 핏줄도 섞이지 않은 것이 운가를 차지하게 될테다.


이런 이야기를 방계에 흘려 운주가 사라지기 전까지 운미리가 생존해 있어야 될 이유를 방계한테 줌으로서, 운미리를 지키던 것은 운무엽이었다.


그렇기에, 운무엽의 분노와 배신감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

운무엽도, 운미리를 아꼈기에 그리 행동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운무엽은 당당히 외쳤다.


"하...네 반쪽의 피가 그리 시키더냐? 잘 생각하거라 미리야. 저 방계들 또한, 네가 품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네 힘이 될 수 있는 자들이다."


방계 또한, 네 핏줄임을 기억하라고 외치는 운무엽.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방계가, 절 죽이려 했었더라도요? 제가 연명하기 위해 먹을 영약을 본인들이 먹고, 숨을 쉬지 않던 저를 방치했었어도?"


"...뭐?"


"..아버지. 오검대주들은 미리를 죽이려 했습니다."


"....."


기실, 그녀를 죽이려 했던 시도가 이번 뿐이었을까.


병약한 소녀 하나 죽이기엔, 독만한게 없었으니까.


과거에 운미리의 식사에 독을 탔던 오검대주.

그리고..


운주와는 다르게, 진짜 여의청의 핏줄이었던 운미리는 만독해가 있었다.

그렇기에 독을 먹어도 전부 해독해서 살아남았던 운미리.

운미리만 알고있던, 비밀.


"할아버지는 모르셨겠죠."


독을 먹고도 멀쩡한 운미리를 보며, 누군가에게 저지당했다고 생각하여 제 발이 저렸던 오검대주들은 더욱 숨어들었으니까.


"....사실이냐."


운무엽은, 흉흉한 눈을 돌려 화예대주 수지대주, 목인대주, 금의대주, 토신대주를 바라봤다.


운무엽의 눈동자에 넘치는 흉흉한 살기에, 오검대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오해고 누명이라고 소리쳤지만..


운미리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그런건 별 관계 없어요."


운무엽에게 가장 귀한 것은 직계의 핏줄이었지만...


하지만, 운미리 그녀에겐 아니니---


그녀는, 용이었다.

용에게 가장 귀한 것은, 여의주 아니겠는가.




"용의 여의주를 건드린 자는, 죽어 마땅하잖아요."


감히, 용의 역린을 건드리고도 살 생각을 하고 있는게 이상한 것 아니던가.

운미리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운무엽의 살기따위는 우습다는 듯, 운미리의 몸에서 살기가 폭사했다.


"컥...!"


숨을 쉬지 못하고, 유형화된 기운이, 모두의 몸을 짓누른다.


오검대주와, 그 아이들. 운주를 괴롭혔던 방계의 사람들.

그들 전부에게, 운미리의 살기가 향했다.


운미리는 세가 내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아--- 그래.


기억을 되새기던 운미리의 눈이, 오검각주의 자녀들에게 향했다.

운주를 가장 괴롭히던건, 저것들이었지.




화예대주의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운주를 발로 찼었지.

그 때를 떠올리며 운미리는 화예대주의 다리를 발로 찼다.


"끄아아아아악--!"


산산조각 터져나가, 핏덩이가 된 채 잘려나간 다리.


운미리는 화예대주의 아이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


"똑똑히 봐. 네 부모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화예대주 뿐만이 아니다.


너희의 부모가, 너희의 죄로 죽는 모습을 봐.

그 모습을 다 보면, 너희들은 사지 근맥을 끊어 오검각에 유폐시켜줄테니.


너희들은, 너희들이 그토록 비천하다 놀렸던 그 아이에게.

비천각주에게 용서받길 기다려야될거야.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너희또한 기약없는 기다림을 해야 될 테다.


..운미리는 그리말하며, 켜켜이 쌓인 분노와 증오를 토해냈다.



그리고 그런 운미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운유향은, 운무엽에게 말했다.


"기실, 아버지가 절 싫어하는 것은 알아요."


당가와의 약혼을 깸으로서, 가문의 세를 거꾸러트린 죄인.

덕분에 방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직계의 권력이 약해지게 만든 사람은 운유향이었으니까.


더군다나 파혼까지 하면서 결혼한 사내는, 몆 년만에 운유향을 과부로 만들었고 밖에서 이상한 아이까지 데려왔으니.

운무엽은 운주가 싫었던 것보다, 운유향을 더 애증스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비의 말만 들었으면, 가문에도, 도움이 됐으며 딸아이의 인생조차도 편히 살 수 있었을테니까.

그 모든 계획을 어그러트린건 운유향이었으니까.


운무엽이 운미리가 죽지않고 성장하는 것을 기다리는 그 불안한 기간동안.. 운유향을 소가주 위치에 두고 가주자리를 주지 않았던 것도, 운유향을 믿지 못해서 였을테니.


운유향또한 그것을 알고있었고, 그래서 가문에서 최대한 조용히 지냈지.



하지만, 이제는...

운유향은, 제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비한테도 칼을 들이밀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저한테 당당한 것은 아니잖아요."


운유향과 당천과의 약혼에서, 운가가 받았던 영약은 운무엽이 취했으니.


한 가문을 책임지는 무인은 응당 가문의 누구보다 무공이 높았어야 됐으니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그것이, 운가의 체질을 원하는 당가에 딸아이를 파는 것과 다름없다는 건 변함이 없었으니까.


"크..그래서, 운가를 그 가짜한테 홀랑 넘기겠다는 것이냐...? 미친 것들 같으니라고..!"


"아하핫!"


이를 갈며 외치는 운무엽의 말이, 너무도 운무엽다워서. 운유향은 크게 웃었다.


"그게, 지금 저희가 이러는 이유예요."


당신들은 운주에게 미안하다고 생각도 하지 않을테니까.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후회해야죠."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하지 말 것을.


오검대주가 전부 죽고, 오검대주의 자녀들의 근맥이 파괴될 줄 알았으면, 운주를 괴롭히지 말 것을.


운무엽의 단전이 파괴되고, 오검각에서 기어다닐 오검대주의 자녀들을 돌보게 될 줄 알았다면, 그 아이를 당가에 팔생각을 하지 말 것을.


차라리 운주를 차별하지 말 것을...


끊임 없이 되새기고, 후회하라고.


"당신들보고 운주에게 진심으로 후회하라는 말은, 우스개소리나 다름 없으니까."


운주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에게는, 이렇게라도 하는게 최대한의 벌 아니겠는가.


"운가는, 봉문할거예요.

언젠가 그 아이가 와서, 용서해줄 때까지.


싫든, 좋든. 따라주셔야겠어요. 아버지.


당신이 제게 하셨듯.

이젠, 제가 가주니까."


그렇게 말하며 운유향은 운무엽의 단전을 파괴했고..

운무엽은, 바들바들 떨리는 몸으로 운유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날.



운주를 학대하고 무시하던 하인들은 전부 길거리에 내쫒겼으며..

방계의 절반이 처형당하고, 절반은 오검각에 유폐되었다.



------------





가문의 모든 것을 정리한 운유향과 운미리는 운주가 지냈던 비천각에 앉아있었다.


운유향이 비천각의 주방에 들어가, 운주와 마셨었던 차를 끓여오는 사이..

운미리는, 기감을 넓히기 시작했다.


원래에도 세가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전부 들을 수 있었던 뛰어난 기감.

그 기감이, 용으로 진화하며 더욱 진화된 육체와 내공의 힘으로...


세가를 뛰어넘고, 검각산또한 넘어, 점점 더 기감을 넓게---

더욱 더, 넓게 펼쳤다.


검각산에서---- 사천성의 성도. 사천당문이 있는 곳까지.


그리하여 운미리의 기감에 느껴지는..




[쪼르르르륵!]

누군가의 머리를 쪼고있는 푸른 새.



'꺄아아악!! 비, 비 좀 멈춰봐!! 왜 비는 나만 미워하는데에에!'

푸른 새한테 머리를 쪼이며,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년에게 울상을 짓는 소녀.



'아하하하!'

그리고, 밝게 웃는 자신의 귀한 동생.


운주를 바라보며, 운미리는 옅게 미소지었다.




후훗.

여의주가 용을 떠나갔다 한들, 용이 어찌 여의주를 떠나가랴.

그저, 멀리서 들키지 않게 지켜보는 것이지.


그리 마음 속으로 변명하며, 운미리는 운주를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들은, 똑같은 사천의 하늘 아래 있었다.







3장.

여의주를 바라보는 용.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