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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운주.

당천과 초미령, 당은주는 운미리를 치료하기 위해 가져온 약과 물품을 전부 운주한테 사용했고, 눈을 뜬 운미리와 운유향은 운주의 곁을 밤낮없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운주의 곁에 가장 오래 있던건


[쪼르륵~♪]


그의 곁에서, 노래부르는 새였다.


노래를 부르는 것을 멈추면, 운주가 죽을거라고 생각하는 듯이.

밤낮없이 노래를 부르던 새.


다른 사람들이 지쳐서 교대로 쉬러 갈때에도, 노래부르고

목에 피가 배어나와도 노래를 부르던 새는..


"...이제 목숨은 안전해."


운주의 목숨이 안전하다는 말을 듣고는, 기절하듯이 쓰러졌다.


그렇게, 운유향은 처음으로 운주의 간호를 해봤다.

운미리한테 해줬듯이,


정신을 잃은 아이의 입에 약을 넣고는, 목을 주물러 약을 내려가게 해주고.

몸 여기저기를 주물러, 몸이 굳지 않게 해주고.

따듯한 물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닦아줬다.


"......"


솟아오르는 모성애는,

아이가 작은 고뿔에 걸렸을 때마저, 간호해 준 적 없었단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서..


"....."


운유향은,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운주를 간호했다.


운미리와 당은주도 그런 운주의 곁에서 간호를 하며, 무언의 신경전을 하는 듯 했지만..

운유향은, 신경 쓰지 못했다. 갈 신경이 없었다.


언제나, 운유향에겐 운미리가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래서, 그 외의 것을 전부 무시했었다.


운미리라는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너무, 귀한 손가락이라.


그런데,

운미리의 병이 다 나아서, 건강해져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을 수도 없게 썩어버린 손가락을 발견한듯한..

그런, 심정.


운미리가 나아서 기뻤다.

평생의 숙원이 해결된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어떻게 기뻐할까.


곧 너를 당가에 보내야 되는데, 어떻게 기뻐하니.


내가 너를, 어떻게 보내니.

당가에 너를 어찌 보낼까.


이대로 너를 보내면 연이 끊어질 것이 뻔한데, 너를 어떻게 보내니.


운주한테 잘못했다는 것을, 안다.

너무도 뼈저리게 안다.


그러니까..


더 이상, 그녀에게 챙길 염치는 없었다.

그래서.

체면도, 자존심도...


모든 것을, 내려놨다.


운주가 정신을 차린 직후에 마차를 타면 더욱 어지럽고, 힘들테니, 차라리 정신 차리기 전에 마차로 당가에 데려간다는 당천의 말.

운주를 데리고 떠나겠다는 당천의 말에


운유향은 운주를 끌어안고는, 울부짖었다.


"안돼...못 데려가..!"


그런 운유향의 모습은, 마치 짐승같았다.


자신의 새끼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을 경계하는 들짐승마냥,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운유화는 외쳤다.


"....나는, 아직 운주에게 어미라 불려본 적도 없어...!"


그것은, 절규라고도 하기 힘든...

자신의 죄를 직면하고, 남에게 이를 알리는 고해성사였다.


"...제발...."


초미령도, 운미리도, 당은주조차 모여있는 방 안에서, 운유화는 당천에게 빌었다.


"...제발...운주를, 데려가지 말아줘.."


"....."


"내가, 잘못했어."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숙였다.


"이러지 마라. 운유향."


아집에, 망념에 빠져있었다.

남편을 의심했다.

저 아이를, 질투했다.


방치했고, 무시했지.


온정을 바라던 아이에게, 냉정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에게 한번의 기회만 더 있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진 지금.

더는, 저 아이를 쓸쓸하게 하지 않을 거라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괜찮다고.

굳게 다짐하며 말했다.


"보상금은, 원하는 대로 줄게. 뭘 원하든지 줄게."


"운.."


"너도, 저 아이를 보호하려고 데려갔던 거잖아. 진심으로 약혼시키려던게, 아니었잖아."


운유향도, 그것을 알고 보냈었다.

아이가 운가에 있는 것보다, 당가에 있는게 나을 거라 생각해서 보냈었지.


하지만...이제는, 지금은... 그렇게 해 줄 수 없었다.


염치없는 철면피라고 욕해도 좋아.


"차라리, 발로 차고 욕을 해.

왜 여의청의 아이를 저리 내버려뒀냐고.

따지고, 패."


맞을게.

수도없이 때려도, 수도없이 맞을게.


혀를 뽑고, 눈을 후벼파도, 참을 수 있어


하지만,


뚝. 뚝. 떨어지는 눈물.


바닥에 이마를 박고 있어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바닥에 번져나와서...


"제발, 내게 기회를 줘."


내 과오를 청산할 기회를.


"...나는...나는 아직, 운주에게 어미라고 불린 적도 없어..."


제발, 그 때 까지만이라도.

그 한마디만이라도, 들을 수 있게 해줘.


"약혼을 파기하자는게 아니야. 그냥, 나중에..."


우리가, 서로 알아갈 시간을 조금만 줘..

허울뿐인 가족이 아니라,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단, 1년만이라도.

안되면, 반년만이라도.


자신이, 어미답게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부디.


제발.


주세요.


"...제발, 운주를 데려가지 말아 주세요.."


운유향은, 머리를 처박고는 그리 절규하며 빌었다.


"....운주가 선택할 일이다."


...그리고, 당천은 그리 말하며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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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누이가, 눈 앞에 있었다.


...누나...


"응. 나 여기 있어."


살아서, 다행이예요...


"...응. 네 덕분이야."


이제, 안아파요?


"응. 이제 아플 일 없어."


다행, 이다.. 잘됐다..


"또 우네. 우리 동생은 왜이렇게 울보일까."


아냐. 달라요..

이건,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기뻐서니까.


"...응."


누이는 왜 울어요?


"...슬퍼서."


울지마요. 누이. 이렇게 기쁜 날이 어디있어요.


"...응. 그럴게."



두 남매는, 서로의 눈물을 그리 닦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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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을 더 운가에서 보내며..


다른 사람들의 간호와, 옆에서 열심히 노래를 불러주던 비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중독까지 겪고, 온 몸에서 피를 흘렸음에도 운주의 몸상태는 꽤나 나아졌다.

이제, 당가로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운주는 말했다.


"저. 이제 당가로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자신 때문에 당천도, 초미령도, 당은주도 전부 운가에 와 있으니까.

이 이상 민폐를 끼칠 순 없었다.


그러나 왜일까.

그 말에, 모두들 일순간 굳은 것 같았다.


오랜 침묵 속에서, 당천이 입을 열어 말했다.


"너는, 어찌하고 싶으냐."


"...?"


"네가 운가에 있고 싶다면, 있어도 된다."


"장인어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자신만 쳐다보고 있었다.

...운부인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운부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눈빛에 들어있는 감정이, 생소하고 낮설어서..


"....운주야."


"네. 운부인."


"내가, 잘못했다.."


"....."


"내가, 잘못했다. 운주야..

너를, 외로이 두는게 아니었어...


내가, 내가 잘못했다.."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늦고, 염치없지만... 네가, 운가에 남아 줬으면 좋겠단다."


"....."


"나쁜 어미였지만, 너무 부족했지만.

내게, 한번만 기회를 주렴...

그동안 네게 못해준 걸 해주고 싶어.

가족처럼, 지내고 싶단다..

너한테 어미라고, 불려보고 싶어..."


"....."


이상했다.


"...저.."


왜. 이제와서.


"저, 더이상 해 줄 수 있는게 없어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운가에서, 자신의 쓸모는 끝났다.

남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 이 말이 정답이 맞을텐데.


하지만 왜일까.

내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고통스러운 듯이 일그러졌다.


누이가, 옆에 다가와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네게 무언가 바라는게 아니야."

--단지, 네가 뭘 바라는지 알고 싶어.


내가, 바라는 것.

내가, 운가에 바라는 것.


...그래.

머리 속이, 개이는 느낌이었다.


"....운부.."


아니. 아니었다.


"...어머니. 예전부터,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괜찮죠..?"


운부인의, 아니 어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응...! 그래..! 괜찮지..괜찮고, 말고."


고맙다고, 어미라고 불러줘서 고맙다는 어머니를 보며, 소년은 말했다.




"저는, 당가로 갈거예요. 당가에, 가고 싶어요."


"..아.."




널부러진 비천각을 봤다.

죽어있던 잉어를 봤다.

나무의 뿌리까지 전부다 캐어버린, 뒷산을 봤다.


그러니까..


"이곳에, 제가 있을 곳은 없어요.

평생을 지내왔어도, 이곳에 제 공간은 없었어요."


사랑받고 싶었다.

사랑받지 못했다.


애정받고 싶었다.

애정받지, 못했다.


자신이 보내는 감정은 전부, 부정되거나 외면되었으니까.


그러니까..


어머니가,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눈동자에 눈물이 망울망울 고이는걸 봐서,


운주는 사뭇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최대한, 해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이곳이 싫어요."


애정결핍에서 벗어난 소년의 진실된 속마음.

사랑받고 싶다는 강박에서, 해방된 소년.


"혐오스러워요."


어머니가, 운미리가 싫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 곳. 이 땅. 이 장소 자체가."


"...."


"소름끼치게, 싫어요."


"..그렇, 니."


그리 말하고는

나를,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어머니는..


"..안아봐도, 되니?"


"...네."


무릎을 꿇고는, 떨리는 손으로 나를 안았다.


안겼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포옹.


운주의 머리칼에, 운유향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웃어주세요. 어머니.

저희, 헤어질 때 만큼은 웃어요."


"......"


"여때까지, 너무 괴로웠으니까.

마지막은, 이쁜 모습으로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응...그래..."


운유향이, 미소지었다.


"꼭, 건강해야된다.

아프면 안돼. 알았지?"


"네. 어머니도, 건강하셔야 돼요."


"언젠가----"


언젠가, 이 감정의 골이 모두 풀리게 된다면.

그때, 다시 봐요.


그 때는, 진짜 가족이, 되기로 해요. 저희.


"그래.. 그래..!"



그렇게,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운유향은, 운주가 타고 가는 마차를 쳐다보며, 계속 손을 흔들었다.


오래도록...

오래도록...


점점 멀어져,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더라도.

날이 어두워져서, 밤이 찾아 왔어도.


...이윽고 푸르게 동이 틀 때까지.


운유향은, 운주가 떠난 마차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운유향은 내일도 이곳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의 다음날조차도.


비가오든, 눈이오든, 해사하게 웃던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다릴 것이었다.


...언젠가, 운주가 돌아오기를.


언젠가... 무슨 변덕에서인지, 그 아이가 한순간 동정심이 솟아올라, 한번즈음 운가에 가볼까-- 하고 생각할때까지.


운유향은, 그 약간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면서 기다리고 있겠지.


그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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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마차 안.


감정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 지쳐 잠든 운주.


당은주는, 그런 운주의 손을 깍지쥐어 잡았다.

나즈막하게 속삭이는 목소리.


"...당가를, 믿어줘서 고마워."

다시 돌아와줘서, 기뻐.


그리말하며, 당은주또한 눈을 감았고...


"...어머?"


마차 밖에서, 당천과 도란도란 얘기하던 초미령은 조용해진 마차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여보, 뒤에좀 봐요."


서로를 기댄 채 고이 자고있는 아이 둘과, 그런 아이들의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푸른 새.


"....."


당천은,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없이 고개를 돌려 말을 몰았지만..

당천의 입꼬리가 아주 약간 올라가 있는걸을 본 초미령은, 후후 하고 웃었다.


아이들도, 남편도, 참 귀엽다니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들은 그렇게 떠나갔다.

--그들의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