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폐허가 된 황궁의 어느 한구석에서 삐쩍마른 한 사관이 깃펜을 들어 간신히 건진 온전한 양피지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자 끄적이기 시작했다.




비록 용사님께서 몇몇 동료들과 함께 마왕과의 치열한 사투 끝에 돌아가셨다지만 그래도 마왕이 죽었으니 이제 앞으로 좋은 날만 우리를 기다릴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였다.


용사님과 함께 마왕 토벌의 임무를 맡으신 우리의 황태자께서 즉위식을 올릴때 신들께서 굽어 살피사 제국에 영광의 나날 만이 기다릴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였다.


맨처음, 들려온 소식은 올해 따라 비가 아주 박하게 내리거나 혹은 아예 내리지 않았다는 소식이였다. 충격적이긴 했으나 그래도 이런 가뭄이 한두번 겪어보는 것도 아니고 제국의 토지는 대지의 신께서 축복하사 기름지니 그래도 최소한 평작 정도는 하지 않겠냐는 말이 중론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였다.


봄인데도 햇살이 여름날의 그것보다 더 강렬하게 내리쬐는 바람에 개울은 몰론이요 큰 강조차 강바닥을 드러내 조각배 조차 못 띄울 정도로 매말라 버렸고 밭은 마르다 못해 아예 쩍쩍 갈라지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뭔가 잘못 돠었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였다.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게 아니라 모든게 잘못 되었다. 초근목피라도 캐어 연명 하려 했더만 숲의 나무껍질을 떼어내자마자 가루가 되어 부스스 흩날렸고 뿌리는 그 흔한 쓴맛조차 나지도 않았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신전에 몰려들어 신단 앞에 무릎 끓고 기도 했다. 허나 자애로운 신들께서는 가장 신실한 신도인 대사제의 애달픈 기도에도 대답 하지 않으셨다.


그후 반년도 되기도 전에 조상의 묘지를 파헤쳐 부장품을 꺼내 한줌의 밀로 바꿔 먹는것도 모잘라 서로간의 자식을 바꿔 잡아 먹었다는 충격적인 소문이 돌고, 그리고 대사제의 백일간 금식기도 끝에 마침내 신들께서 응답 하셨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용사의 피가


저 땅밑에서 우리에게 호소하거늘


용사 덕분에 삶을 구가하는 너희들이


감히 복락을 누릴수 있으리랴?



신들께서 그리 말씀하시자 대신전에 모인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져 들었다. 어찌된 일인가? 용사님께서는 마왕과의 결전에 승리하시고 힘을 다해 돌아가신게 아닌가? 모두가 신들께서 강림하신 대사제의 입을 바라보는 가운데 신들께서는 끔찍한 사실을 고하셨다.



들어라


용사는 마왕을 토벌 하고 상처를 입었으나 


그게 죽을 정도는 아니였다


황태자는 용사를 부축 해주기는 커녕 


힘이 빠진 용사를 살해 했다


이제 제국은 축복 받지 아니하니


가장 큰 배신자가 황궁에 살아 있거늘 


어찌 우리가 제국에 축복을 내리리오?




신들의 말씀이 끝나자 대중들은 충격에 사로 잡혀 버렸다. 신들의 분노가 사방팔방에 퍼져 나가는 것은 정말로 손식간이였다. 옥좌에 앉은 그 파렴치한이 무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수도를 넘어 모든 영지와 자유시에 이 사실이 퍼져 나갔고 국경을 넘어 왕국과 공화국들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는 그들에게 기회였다.

초대 용사가 세워 신들의 사랑과 축복을 받는 제국은 이제 없고 그저 영토만 넓은 나라만 있으니 수많은 왕국과 공화국 들은 앞다투어 군대를 보내 제국의 땅덩어리들을 야금야금 차지 했고 지방의 영주들과 자유시의 시장들은 이를 막기는 커녕 오히려 창을 거꾸로 들고 그들을 맞이 하였다.


제국의 멸망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수도의 사람들은 너나 할것도 없이 황궁으로 걸어갔다. 이를 막을 기사나 병사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앞장서서 굳게 닫힌 황궁의 문을 열어 재꼈다. 

마침내 사람들은 옥좌에 쪼그려 앉은채 벌벌 떠는 일개 필부를 볼 수가 있었다.

그가 살조각으로 변하는것은 시간 문제였다.



숲이 생기를 되찾고 농토는 다시 기름지고 메마른 강이 다시 흐르는건 정말 한순간이였다.





걍 써본거

치정문제도 넣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내 상태가 정말 메롱이라서 못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