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죽고 못살던 후붕이와 후순이.

후붕이는 후순이와 결혼까지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갔다.

둘은 3주년 기념으로 바다에 놀러갔다.

후붕이는 후순이에게 청혼을 하였고

후순이는 울면서 기쁘게 받아들였다.

언제까지고 행복한 인생일줄 알았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후순이는 후붕이에게 차갑게 굴기 시작했다.

후붕이는 단순히 컨디션이 안좋았거나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풀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하루이틀이 지나도 후순이의 태도와 말투는 더욱 차갑고 매정해졌고

그러다 결국 후순이가 헤어지자고 후붕이에게 말함.

후붕이는 울면서 후순이에게 매달리지만

후순이는 냉혹하게 거절하였다.



너가 이제 별로라고

너보다 더 좋은 사람

너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충격을 먹은 후붕이지만

욕은 커녕 쓴소리하나 못하고

울면서 미안했다고 후붕이가 떠났다.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후순이는 조용히

그리고 서럽게 울었다.





사실 후순이는 다른 남자 따위 생기지 않았다.

후붕이에 대한 사랑역시 절대 변치않았다.

며칠전 건강검진 결과에서

위암 말기를 진단받고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뿐이다.

후순이는 도저히 후붕이의 얼굴을 볼수없었다.

후붕이는 평생 후순이만 바라보며 외롭게 살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후순이는 차라리 후붕이의 기억속에서 나쁜 인연이길 바랬다.

나쁜년으로 기억되야

후붕이가 체념하고

다른사람이라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갔을 것 같기 때문에.




그로부터 몇달 뒤,

후순이는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도 절대 후붕이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말라고 부탁하였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후순이는 후붕이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미안했다고

사랑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후순이는

안타깝게도 눈물조차 흘릴 힘이 없었다.

후순이는 힘겹게 눈을 감았다.





잠시후 눈을 떳을땐

정말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이 펼쳐졌다.

무겁기만 했던 몸은 한층 가벼워졌고

후순이는 오랜만에 자기 힘으로 걷기 시작했다.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문이 보였다.

두 문 사이에는 하얀 옷을 입은 거구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은 후순이의 이름을 말하고 오른쪽 문으로 가라고 했다.

오른쪽 문은 천국의 문이라고 하였다.

후순이는 알겠다며 조심히 문을 열었다.

이제 진짜 자신의 죽음을  다시금 깨달으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갑자기 노인이 멈추라고 말하였다.

후순이는 왜그러냐는 듯이 노인을 쳐다보았고

노인은 아무 말없이 한 곳을 가리켰다.

후순이는 그 곳을 쳐다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후붕이였다.

물에 쫄딱 젖은 듯한 모습에 초췌한 표정을 짓고 조용히 바닥만 바라보고 주저 앉아 있었다.

후순이는 경악을 금치못하며 즉시 후붕이에게 달려갔다.

"후붕아!!!"

넋이 나간듯이 앉아있던 후붕이는 힘없이 고개를 돌렸고 이내 놀란듯이 쳐다보며 일어났다..

"후붕아!!! 너...너가 왜"

"후순아...너도...죽은거야?"

"으흐으윽....미안해... 사실 나 암에 걸렸어...너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너가 나없어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서...그래서 헤어지자고 한거야..."

"...그럼...다른 남자는...안 생겼던거야?"

"응...미안해...너가 체념할 수 있게...거짓말했어.."

후순이가 말을 마치자 후붕이는 잠시 탄식을 내뱉고 주저앉는다.

"그럼..넌 아직..날 사랑해주는 거야?"

"응...당연하지! 한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

잠시 말을 멈추었던 후붕이는 후순이를 끌어앉았다.

"다행이다."

후순이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토록 원하던 후붕이와 다시 재회했다.

이곳에서...

이곳에서?




"저..후붕아..."

"왜그래?"

"근데 너...어째서 여기에..."

"아...저...그게.."

"너를 못잊어 슬퍼하다가 자살했다."

조용히 듣고있던 거구의 노인이 낮게 그리고 위압적이게 말하였다.

후순이는 갑자기 손발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으며

이젠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후...후붕아...거...거짓...크흡...거짓말이지?

"...미안해 후순아. 나 도저히 너를 잊지 못했었어.

너무 괴로워서 밤새 울고 술을 마셔도

도저히 너를 잊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너와 함께한 가장 기뻤던...

우리가 결혼을 맹세한 바다로...

뛰어들었어..."




후순이는 결국 주저앉은채 펑펑 울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미안해서

그딴 거짓말로 인해

자신이 누구보다 사랑하던 남자를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해주던 남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으흑...으허헉...미안해....미안해.. 정말로..."

"괜찮아 후순아. 진심이야.

이젠 정말 괜찮아.

너가 의도한것도 아니었고

날 위해서 였으니

난 정말 괜찮아."

후붕이는 주저앉은채 통곡하는 후순이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엇갈린 선택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두 남녀에게 노인은 최후의 심판을 내린다.

"후붕이가 문을 열기전에 곧 후순이가 올 것 같으니

기다리라고 내가 명했다. 이젠 둘다 문을 지나가거라."

후붕이는 주저앉아 우는 후순이를 일으켜 문으로 데려간다.

후순이는 죄책감에 무너지려 했지만 같이 천국에서 평생 보낸다는 사실에 진정되기 시작했다.

문 앞에 둘은 도달하였고

후붕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읊조렸다.

"잘 가...후순아..."




후순이는 문 앞에서 멈춘 후붕이를 보고 깨달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붕이는

절대

절대로 천국에 들어 갈수 없다는걸

"아..안돼...안돼!!"

후순이는 후붕이를 붙잡으려 했지만 천국의 문이 열리고 백색 옷을 입은 천사들이 내려와 후순이를 데려가려 한다.

"이..이거 놔!!! 후붕아!!! 후붕아!!!!!"

후순이는 울면서 난리치며 천사들에게서 벗어나려고 난동을 부렸지만

마치 사슬에 묶인듯 속절없이

끌려가기만 하였다.

그런 후순이를 보며 후붕이는 손을 흔들며 외쳤다.

"후순아!!!! 나 평생 널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거야!!! 그러니까!!! 너도!!!"

"꼭 행복해야돼!!!"

"사랑해!!"

후순이가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밝게 웃었지만

터지듯이 흘러나오는 눈물만큼은 막지 못했다.

"후붕아!!! 후붕아!!!"

후순이의 간절하면서도 처절한 외침을 무시하듯이

천국의 문은 매정하게 닫혔다.




문이 닫히자 후붕이는 결국 슬픔을 참지 못하고 주저 앉아 통곡하였다.

그런 후붕이를 달래려는 듯이 노인이 그 거대한 몸을 일으켜 후붕이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진심으로 유감이다."

"으흐윽..."

"안타깝지만, 너 역시도 가야 한단다."

후붕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최대한 닦으려 노력하며 자리에서 힘없이 일어났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후순이가 진실을 고했어도 너는 결국 후순이의 뒤를 쫒았을 거다.
그러니 후순이를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라"

"원망하지...않아요. 후순이도 절 생각해서 그렇게 말해주었잖아요. 처음엔 화가 났지만...이젠 정말로 용서했어요."

"용서라...그렇구나"

후붕이는 이제는 가야할 것을 직감한듯 문 앞에 섰다.

이 문은 천국의 문이 아니다.

수많은 죄를 지은 이들이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들이 가게되는

지옥의 문이다.



지옥의 문이 열렸다.

후붕이는 잠시 숨을 고르고 들어가려는 찰라

노인에게 말한다.

"저...혹시..."

"말하거라"

"혹시 가능하시다면...후순이에게 죄책감 같지 말아달라고....전해 주실수 있나요?"

"...대신 말을 전할 천사를 보내겠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후붕이의 말이 끝나고 문 안으로 들어갔고

문은 천천히, 그리고 굳게 닫혔다.





모든게 평온하고 화목한 천국.

그곳에서 유일하게 불행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처음 천국에 들어왔을때

오열하기도 하고

난동을 부리기도 하였다.

몇 년, 몇 십년을 울던 그 여인은 이젠 초췌하고 이미 무너져 내린듯이 천국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읊조리며 살아갈 뿐이다.

육신의 구속에서 해방된 영혼은

죽지도 못하는 끝없는 영생의 감옥일 뿐이었다.

여인은 지금도 가끔 울때도 있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부탁이었던

"행복해야되''를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의

멍청함과 그 이에 대한 죄책감에 못 버텨

조용히 울면서 사죄한다.









오늘 점심먹다가 갑자기 떠오른 소재로 끄적이긴 했는데 봐줄수가 없는 퀄리티긴 하구나...제일 중요한 후회요소도 너무 적네...

불량식품같은 완성도긴 해도 읽어준 후챈유저들 정말 고마워용

찍 사버린 쳐녀작인 만큼 다음엔 꼭 완성도를 보강해 다른 글 한번 써올께!!

(본인이 기독교인이어서 그런지 천국과 지옥은 기독교적 느낌이 강함. 특히 기독교에선 얼마나 옳은 사람이든 자살만큼은 금기시되는 풍조가 강함. 혹시나 갸웃할 분들이 있을까봐 써봄.)



















후순이는 여전히 자신의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천국이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단 것만큼은 확실하다.

죽지도 못하는 이곳을 후순이는 저주하지만 한 편으론 후붕이를 생각해서라도 그런 생각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또 후붕이 생각이나면 또다시 우울해질 뿐이다.

"자매님은 여기서 뭘하시는 건가요?"

후순이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어차피 그림자에 달린 날개를 보고 천사임을 알기때문이다.

자기에게 말거는 이도 천사밖에 없기도 하고...

"기껏 천국에 오셨는데 행복해지셔야죠."

"...뭘 안다고..."

후순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뭘 안다고 지껄여!!!"

후순이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지만

천사를 보자마자

이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꼭 행복해지라고, 내가 부탁했잖아. 후순아."

"..."

"후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