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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운주는, 낯익은 천장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살았던 비천각의 천장.


어제까지 분명 당가에서 있었을텐데.


사실..여태까지, 모든 일이 꿈이었다던가...


그런 생각에 두려워져, 옆에 곤히 자고있던 비를 껴안았다.


[쪼르르륵!]


자고있던 중에 깨워져, 놀란듯 하나의 날개를 퍼덕거리는 새.


"...비야. 우리 왜 다시 운가에 와있어...?"


[쪼르르르륵!]


운주의 질문에, 그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며 우는 새.


아.


아...!


맞아.

그랬다.


운미리.

자신의 누이가 위험하대서, 왔지.


그런데... 왜 자신은 비천각에서 홀로 자고 있는지.


"...비. 나, 심장이 이상해..."


홀로 남은 이 고요함이 두려워서...

심장에, 금이 간 것만 같아...


침상을 정리할 생각도 없이, 비를 데리고 방 밖을 나갔다.


"...뭐야. 이게.."


....나갔을 때는 정갈하게 정리하고 나간 비천각이, 이리저리 뒤엎은 듯, 황폐했다.

뿐이랴. 언제나 올라가던 뒷산으로 가는 길은 전부 파해쳐져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고..

매번 먹이를 주던 연못의 잉어들은, 배가 갈라진 채로 물위에 둥둥 떠있었다.


악취가, 풍겼다.

도저히 어찌할 수도 없는 썩은 내가.


"....."


고작, 한달즈음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소년의 발자취가 닿았던 모든 곳이,

소년이 가꿨던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지금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본당에...가야 되는데.


누이를, 보러 가야됐지만.

그럼에도.


운주는 잠시 서서, 이 풍경을 뇌리에 깊이 각인했다.


"....너무하다. 그치?"


그렇게, 자조하듯 웃으며 비한테 말한 운주는,

발을 돌려 본당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언제나, 본당은 운주에게 무서운 곳이었다.

자신은 언제나 본당의 사람들에게 경멸당하고, 핍박당했으니까.


누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자신을 싫어했고,

누이를 싫어하는 사람조차도 자신을 싫어했으니까.


..특히, 오검대주의 아이들이 주로 지내는 곳이니까.


그들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기위해, 눈길조차 이쪽을 향하지 않았지.


년으로 따지면, 12년.

운주에게 있어서는, 평생.


그 긴 동안 두려워 한 장소.


그럼에도, 운주는 천천히 걸어갔다.

예전보다, 두려움이 덜한 것 같았다.

그에겐, 돌아갈 곳이 있었으니까.


주변에서 자신을 보고 인상을 쓰는 사람이 있어도.

혀를 차는 사람이 있어도.


운주는, 무시하며 지나갔다.


과거 그의 누이가 그토록 바랬듯이.


눈을, 내리깔지 않고.

고개 똑바로 들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왠지 모르게, 그럴 수 있었다.


자신은, 운가의 직계니까.


앞에는, 예전부터 자신을 머저리라 부르던 목인대주의 아이가 있었다.


"어딜 갈려고 그러냐? 머저리."


"...비켜."


"와..한달 안봤다고 많이 컸네? 죽고싶냐?"


"...비."

눈알을, 물어 뜯어버려.


[쪼르르륵!!]


"끄아아아아악!!! 내...내 눈...!"


크게 울리는 비명을, 뒤로 하고 지나갔다.

저런 것 따위에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이게 무슨..!"


"괜찮..!"


뒤에 있는 얼굴을 부여잡고 피를 흘리는 아이한테 사람들이 몰려가서.

운주는, 앞으로 걸어가기 편해졌다.


운가의 정문에, 초미령이 타고 온다던 마차가 있었다.

이상하지. 분명 장모님은 늦으신다고 했는데. 왜 내가 더 늦은 거 같을까?



운주는. 계속 걸어서...


문앞에, 섰다.

한 평생, 열어보지 못했던...

예전부터 운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히 막았던 문을, 열었다.


운미리의, 방.


피워져 있는 향내가 썼다.


"...운주..니.."


자신이, 평생토록 애정을 갈망했던 사람.

운부인이, 탈진하고... 공허한...눈빛으로..

세상을 사는 이유를 잃어버린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 안쓰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당천과 초미령. 당은주를 봤다.


이상해.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을 막으려는 방계의 사람들을, 밀어냈다.


어딜 감히.

내가 누이를 보겠다는데.


자신을 막으려는, 운부인도, 당천과 초미령도, 당은주조차 밀어냈다.


비켜요. 저. 누이 보러왔단 말이예요.

방해, 하지 말아주세요.


자신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벽을...

미친듯이 날뛰며, 뚫어, 냈다.


"...누이?"


이 집에서,


이 저주받을 집에서,

유일하게 그의 편이었던 사람이, 고요히 누워있었다.


"...일어나봐요. 누나."


"....."


콜록거리면서도, 다정하게 웃어주던 누이가, 아무 말이 없었다.


단지 누이의 손목에는, 푸른 여의결이...

자신의 손목에 있는 것과 같은 여의결이, 걸려있었다.


"...비..."


나, 심장이...


심장이, 이상해...


심장이, 마치 깨어진 것 같아...


심장이 유리로 만들어진 구슬이라면,

그 유리구슬이 산산히 깨어져, 온몸을 난도질하는거 같아.

심장에서, 진물이 흐르는 것 같아..


[쪼르륵. 쪼르르르륵!!]


비가, 제발 진정하라고 소리쳤다.


여의청..

청룡靑龍의 봉인을 풀면 안된다고.


너를 보고 몰려드는건, 영험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봉인이 풀리면, 흉물들조차 다가올거라고. 더할나위없이 위험해질 거라고.

용의 일족을 몰살시킨 것이 다가올거라고.

혼돈이, 올것이라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이해가 안돼.


네 말도,

누이가 누워있는 이유도.


그리고, 내 몸이 이런 이유도.

모르겠어.


그냥 아파.


아파서, 


운주는, 자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공기靑空氣를,

자신을 묶고 있는 듯한 청공기를 산산히 풀어 헤쳐버렸다.


그리고...

무한한 자연지기自然眞氣가, 운주의 몸을 통로삼아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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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하게 터져나오는 기운은, 여의청이 품고있던 청공기靑空氣.

이윽고, 병실이 청공기로 가득차자, 



운주의 힘에서 무한하게 흘러나오는 자연지기와, 자연지기를 흡수하는 운미리.


신비한 광경에,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볼 때.


여의청을 항상 뒤쫒던 당천의 머릿 속에, 몆개의 단어가 스쳐지나가고 맞춰져서 조합된다.



멸망한 여의 가.


자신을 인간이 아닌 것처럼 말하던 여의청.


운미리의 특이한 체질.


비가 입에 물고 있던 종이에 써져 있던 한자.

구슬 주珠




여의 가家의, 구슬.




불현듯, 당천의 머릿 속에 하나의 이름이 스쳐지나갔다.

침음성같이 튀어나온 것은, 머리를 관통하는 깨달음.


무림엔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소문들이 수도없이 흘러다닌다.

어떤 것은, 진실로 가려지고 어떤 것은 허무맹랑한 헛소문으로 끝나지.


그러나, 그 중에서도 소문이 아니라 전설로 불릴만큼 허무맹랑한 소문.

아이들에게 해주는 동화 속 이야기나 다름 없는 것이 있었으니...




세상에 한 구슬이 무한의 힘을 봉인하고 있어, 그 구슬을 지닌 자는 만상을 뜻대로 할 수 있다 하였나.



"...여의주..!"


그것을 일컬어 말하기를, 여의보주如意寶珠.


용의, 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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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봄을 기다리며 겨울잠을 자는 뱀같이.

진흙 속에 숨어, 비가 내리길 바라는 잉어같이.


가사상태에 빠져있던 운미리의 몸에, 무한한 자연지기가 깃들어간다.



본디 사람의 몸은 하나의 소우주라 하였나.


하지만, 사람의 몸에 온전히 하나의 대우주가 들어가 있다면.

삼라만상의 이치를 품은 신체가 있다면.

고작, 인간 하나의 기운으로 이를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많은 영약으로도, 가능할 리가 없다.

그렇기에, 모든 기운이 몸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벅차, 도리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증상을 여의 가에서 이르기를.



망蟒.

이무기병.





운주가 뿜어내는 자연지기를 흡수하고, 흡수하고, 흡수하여..

이내 버티지 못한 운미리의 몸이, 허물어지지만...


끝이, 아니었다.


다시금...


이미, 처음부터 몸 안에 깃들어진 삼라만상의 이치대로.


더 나은 것으로.

더 뛰어난 것으로!


인간의 육체가 아니라, 용의 육체로!



피부 속에 흐르는건, 혈맥血脈이 아니라, 용맥龍脈.

용맥을 지나는 것은 용혈龍血이요.

용혈을 옮기는 것은 용심龍心이라.


운미리雲美鯉.

구름에 숨어있던, 아름다운 잉어는.

여의주의 무한한 기운을 양분삼아.


새로운 존재로..

용으로, 승천함이라.


그리고, 새로운 용의 탄생에...









[찾았다. 여의주.]

어느 불길한 목소리가, 지저를 떨어울렸고...



[....하음...]

멸문한 여의 가에서 잠을 자던 한 여인도,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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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운미리가 다시금 삶을 얻어나가는 광경을 보고 멍하니 있을 때.


운유향은, 그제야 깨달았다.

전부터 의심하고 있던 것을.

자신이, 착각하고 있던 것을.



남편은, 약속을 지켰다.

지켰고 말고.


목숨조차 걸고 목내이가 되어 돌아왔던 남편이 데려온 아이.


남편이 데려온건, 

비比가 아니었다.

영약을 찾는 새가 아니었다.


운주.

여의주.

저 아이였다.


당연히, 그 주변에 영물이 몰리겠지. 영초가 자랄테다.

무한히 솟아오르는 자연지기를 먹고 자랄테니.


비는, 그저 그것들을 찾아 줬을 뿐.


3살에 죽었어야 했을 운미리가 여태까지 살아 있던 것도 당연했다.


운미리또한, 영물이니까.

운주가 자기 자신도 모르게 뿌리던 자연지기를 양분삼아, 살아남고 있었겠지.

운주가 떠난 후에, 운미리가 피를 토하고 쓰러진 것이 이를 증명했다.


저 아이가, 남편의 목숨이었다.

저 아이가, 여태 운미리를 살리던 것이었다.


저 아이가...


자신이, 방치한 아이였다.

자신이, 끊어내버린 아이였다.

자신이, 당가에 보낸 아이였다.


"...운..."


그 아이가, 사실은 남편의 모든 것이요,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운미리가, 다시금 숨을 쉰 직후.


"큭...쿨럭.."


봉인을 깨트리고, 온 몸의 혈맥에서 자연지기를 내뿜은 대가를 징수당하듯이.

온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쓰러졌다.


작고 여린 소년의 피가, 방바닥을 적셔나간다.


그 모습에..


"운주야아아아아!!!!'


어미라 불리지 못하는 어미의 절규가, 메아리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