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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가에서 분가들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있는 줄은 전혀 모르는 채,

운유향은 마차를 타고 며칠이나 걸리는 거리를 내달렸다.


이미 머리카락은 귀신마냥 풀어헤쳐졌고, 옷은 나뭇가지에 찢겨 여기저기 헤졌으며 발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아픈 기색도 없이, 그녀는 내달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전력으로 펼치는 경공에, 이미 탈진한 몸에, 그녀는 여기저기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당가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달려..

결국, 당가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돌아 갔을 때.


운미리가 죽어있으면, 어떡하지.

딸의 죽음조차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애당초..

운주가, 같이 가주긴 할지.


그토록 운가에서 괴로워 했던 운주가

잠시뿐이지만 운가로 와줄지..


불안했다.

너무도, 불안했다.

모든게, 불안해서.


운유향은, 민폐인 것을 알면서도 당가의 문지기에게 매달려서 애원했다.


자신은, 사천운가의 소가주라고.

당가에 장가온 운주에게, 전달할 소식이 있다고.

제발, 문을 열어달라고.

제발...

소식을, 전해달라고.


문지기는, 거지꼴의 여인을 보고는 반신반의 했지만, 그 소식을 알렸고..


"무슨 일이냐. 운유향."


천천히 열리는 문.

그 앞엔 당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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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는 당은주의 손에 이리저리 이끌려다니고 있었다.


"여기는, 당가의 환약을 담당하는 곳인데..."


"와아..."


운가에는 없었던, 아니면 있었어도 운주가 보지 못했던 신비한 도구들에 운주의 눈동자는 커졌고


그런 모습을 만족스럽다는 듯 보던 당은주는, 환약의 제조를 담당하는 기술자의 질문을 받았다.


"아가씨. 이분은 누구십니까?"


"...내 동생같은 애!"


약혼자라 말하긴 부끄럽고.


너 그냥 내 동생 해.

그정도는 괜찮아.


그런데, 이 눈치없는 소년은.


"그...약혼자인데요.."


"...오!"


눈치없는 운주의 말에, 둘을 번갈아서 쳐다보는 기술자의 눈빛에,

당은주는 얼굴이 벌게져서 운주를 꼬집긴 했지만...

전처럼, 기분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당가 여기저기를 쏘다니던 당은주와 운주는...

당가의 가주. 당천이 자신들을 찾는단 소식에 찾아갔고,


"여기있었구나."


왠지 다급한 기색으로 짐을 꾸려 다가온 초미령과 당천. 그리고...


"....운부인?"


맨발에서 피가 흐르고, 온 몸이 찢겨진 채 초췌해지고 지친 모습의 운유향을, 보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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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야.."


뭐라고 해야될까.

운가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밝아보이는 아이를 보며, 뭐라고 해야될까.


'저 옆에 있는 아이가, 네 약혼녀구나.

벌써부터 둘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구나.'


아니.

이건 아니었다.


'미리의 목숨이 많이 위험해서, 왔단다.

같이 운가에 가서 딸의 임종을 지켜주지 않으련?'


이것또한, 아니었다.


운유향은, 운주를 데리러 오기위해 이곳에 왔음에도,

운주를 보고 그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야..


자기 또래의 소녀의 손을 잡은 채 밝은 얼굴로 다니는 운주를 봤을 때.


무심코, 무심결에 생각했으니까.


그녀만 아니었으면 자신의 딸과 운주도, 이렇게 지낼 수 있었다고.


둘을 갈라두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운유향.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이렇게 됐는데,

이제와서 운주가 따라올 리가 없다고.


운주가 운유향을 운부인이라 부르는 것처럼, 운미리도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감히 말문을 열기가 무서웠다.


자신 때문에, 아이들조차 갈라졌다면...


그래서, 그녀는 운주의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닫았다만 반복하며...


".....아.."


"...운부인? 무슨 일 있으세요?"


"...미리가..."


말을 머뭇거리는 그녀를 한심하다는 듯이 보며, 당천이 말을 이었다.


"운가의 장녀 목숨이 위험하다고 하는구나."


"누이가요?!"


"그래. 그래서 내가 운가로 가 볼 생각이었다."


당천은,독을 다루는만큼 인체에 해박하니까.

운미리 또한 여의청의 자식인만큼, 당천은 운유향의 말을 듣고 자신이 나서기로 했다.


그런 당천의 말에 힘입어, 운유향은 말했다.


"...같이, 가 줄 수 있겠니? ..미리가, 널 많이 보고 싶어했단다."

...그리고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단다...


양심에 찔려, 감히 말하지 못한 말은 목에 걸려 사라졌다.


그리고, 운주는 운미리가 위험하다는 말에 얼굴이 다급해지며..


"그럼요! 가야죠! 비! 빨리 와!"


"....."


운유향은, 운미리가 위험하다고 하니 급히 가야된다는 운주를 보며..


아.


그렇구나.


운주는. 미리를 누이로 생각하는구나.

다행이야.


운주한테, 미리는 가족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은 '운부인'이다.


..그래.


...자신만, 운주한테 미움 받던 것이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럴만, 하지.

잘, 됐어.


.....


그리고, 그런 운유향을 보고있던 당은주는 당천에게 말했다.

일부러, 들으라는 듯.


"나도 갈래. 쟤. 운가에서 방치당했다며. 걱정되니까, 나도 갈래."


당천과 초미령이, 사색이 된 채 생각없이 말한 당은주를 혼냈지만,


운유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닌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저 아이를 방치하지 않았으면,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었겠지.

자신을 얼마나 싫어하고 증오하면, 운부인이라고, 아예 선을 그을까.


저 아이의 말이, 맞았다.


"...."


당은주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소녀의 말에 반박할 수조차 없어서.


울고 싶었지만, 운주의 앞에서 감히 울 자격조차 없어서.

운유향의 마음은, 조금 더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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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미리가 죽기 전에 사천운가에 도착해야되는 시급한 일에,

빠르게 필요한 물건만 챙겨 출발해야 될 인원과, 뒤에서 추가적인 물품을 챙겨 올 인원을 나눠야 될 필요성이 생겼다.


그리하여, 운가로 먼저 출발하는 인원은 4명으로 정해졌다.

당천, 운유향, 그리고 운주와 당은주.


본래 당천은 운주만 데리고 갈 생각이었지만, 당은주가 자신도 데려가라며 하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자신또한 나름대로 독공에 조예가 있으니, 간호할 때 도움이 될거라고.

잡일꾼또한 할 수 있다고 날뛰는 소녀.


그게, 운주를 위해서라는 걸 알아서일까.


비록 당은주의 말투에 문제가 많긴 했어도, 당천은 나름대로 대견함또한 느끼고 있었고..


무엇보다, 도우미가 있으면 일이 훨씬 편해지긴 할테니.

아이를 데려가는게 어른을 데려가는것보다 가볍고 쉬우니까.


그리하여, 아이들 2명을 데려가기로 결정된 일.


쉬지않고 당가에서 운가까지 경공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당천과 운유향 뿐이었고,

당천이 당은주를, 운유향이 운주를 품에 안고 달리기로 했다.


그리고, 후속대로 초미령이 마차를 준비하여 운가로 가,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다시금 당가로 돌아오게끔 한다는 계획이 끝나고..


그들은, 잠시의 휴식 및 점검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당천과 당은주는, 운미리의 몸을 검사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과 약을 챙기고 있었고,

운유화는 운기조식하며, 기력을 회복해 다시금 운가로 내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운주는..

자신이, 당가로 오기전에 누이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운주야. 이 여의결 있잖니.]


[우리 어머니가, 서로한테 나눠가지라고 만들어 주신거란다.]


[자 봐바. 나도 있지?]


[이게, 우리가 남매라는 증표야. 꼭, 소중히 해줘.]



손목에, 여의결을 찼다.


[쪼르르륵!]

비가 빠지지 않도록, 품에 소중히 안았다.


".....가자. 비"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두 어른은 아이들의 혼혈을 짚어, 정신을 잃게 한 후, 품에 소중히 안았다.

그들은 사천의 성도에 있는 당가에서, 검각산에 있는 운가까지 달리기 시작했고..


그리고 운유향이 운주를 안아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자신의 품에 고이 안겨있는 운주가, 사랑스러워서.


죄책감이 가슴을 물들이고 있었고,

운미리를 향한 걱정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에도,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이가 다칠까봐.

운유향은, 이미 당가까지 달려오느라 지친 몸에도, 강행군을 버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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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아가씨가...숨을 쉬지 않아요..!"


"...냅둬라. 편히 쉬게 해주자꾸나. 여태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그 작은 아이가..."



흐.

운유향이 오기까지 시간이 꽤나 남았지.

운유향이 오기 전에 죽었으면 좋겠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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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운주 일행이, 운가에 도착했을 때.


"....."


운가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운가와 당가, 다시 당가와 운가를 반복했음에도 그 누구보다 빨리 운가에 도착한 운유화는, 미리가 누워있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아가. 내가 왔어. 내 딸.

네가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우리 막내를 데려왔단다.


그러나, 그녀를 막는 사람들.


"...무엇이냐."


"....미리 아가씨가...죽었습니다..."


화예대주의 말.


"...아냐..."


"...며칠 전부터,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닥쳐!!"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어찌 어미가 옆에 있지도 않는데, 죽어.

그럴리가 없다.


어미보다 오래 살라고 바란 것도 아니다.

단지, 어미가 옆에 있을 때 죽길 바랬다.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길 바랬다.


그것만, 바라고 살아왔다.


주변을 막는 사람을 물리치고, 혼혈이 짚혀 곤히 자고있는 운주를 품에 안은 그대로 운미리의 방에 들어갔다.


"....미리야..."


운유향의 눈에 보이는건, 고이 누워있는 운미리.


봐라. 살아있지 않느냐.

내 눈 앞에서 자고 있지않느냐.


떨리는 손으로, 운미리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댔다.


미안하다. 아가. 이 어미 손이 많이 차갑지.

어미가, 급하게 뛰어오느라 손이 좀 차가워졌어.


"...."


그러나, 아이의 뺨은 그보다 더...마치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아이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냐.."


숨을, 쉬지 않았다.


피부를 쓸어보았다.


마치, 밀랍같은 피부.


"....미리야..."


미리야 일어나봐.

운주를 데리고 왔단다.


일어나. 일어나보렴. 제발...

제발, 나를 혼자 두지 말아주렴..


아. 그래. 많이 추워서, 못움직이는 거구나.


여봐라. 누가 방을 이리 춥게 했느냐.

빨리, 불을 떼어라.


왜 그리 동작이 굼뜨느냐.

이러다가 미리가 얼음이 되겠구나.


운유향은, 손을 들어. 미친듯이, 죽은 딸의 몸을 주물렀다.

봐라. 움직이잖느냐.

따뜻해지고 있지않느냐.


그러니까, 일어나보거라....


일어나거라...


".....미리야..?"


뒤늦게 들어온 당천이, 운미리의 맥을 짚고는 깊은 숨을 쉬며 먼 산을 바라봤다.


"...후..."


이미, 차갑게 식은 시체.


운미리는 죽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