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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원하다가 지쳐 쓰러진 운주가 다시 눈을 뜬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


아까보다 훨씬 맑고 청량한 정신으로 깨어난 운주는, 머리 위의 물수건을 갈아주고 있던 당은주를 보고는 말했다.


"...뭐하세요..?"


날 싫어할텐데, 왜 이런 행동을...?


그러나, 당은주는 뭐하냐는 말에 대답도 없이,

아니. 대답할 정신도 없이,


"어..엄마! 아빠! 얘 일어났어!!"


그리 외치며, 뛰어나가는 것이었다.


"....?"


그리고, 그런 당은주를 보며

자신이 이제 곧 쫒겨날거라 생각하던 운주는, 참 이상한 일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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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만나게 된건, 죽을 들고 들어오는 초미령.


"아~ 하렴."


"....그..제가 먹을 수 있는데.."


"괜찮으니까. 아~"


"아..아..?"


초미령이 주는 죽을 어미새한테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마냥, 죽을 받아먹었고...

곧, 쓰디쓴 탕약을 먹여준 초미령이, 장하다고 준 과편을 우물거렸다.


"...?"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초미령을

운주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올려다 보고 있었다.


'비...? 이게 무슨 일이야..?'


옆에 있는 비한테, 이게 무슨 일인지 작게 물어봤지만...


[....]


비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품으로 기어들어와, 뺨을 핥아줬다.

마치, 뺨에 있는 눈물자국을 지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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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만난 건, 당천.

당가의 가주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서웠던 사내는, 차와 다과를 들고 운주의 병실로 들어왔다.


이제, 이 모든 친절은 끝이겠지.

자신은 운가로 다시 떠나야 할테다.


"그..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보자마자 말한건, 작별인사.


물론 당은주가 자신을 중독시키긴 했지만,

돌봐줘서 감사하고,


운주가 알고 있던건 아니지만,

사기약혼을 당한 피해자는 저쪽이었으니까.


그래서, 운주는 어렵사리 말을 열었다.


"..그..저..저...운가로..갈..."


"가지 않아도 돼."


"....네?"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된다."


"....?"


당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는 아이를 보며 당천은 말했다.


그가 과거 그의 친구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 사천당가 가주다. 너 하나쯤이야, 키울 수 있어."


그의 친구한테 술을 사주는 것 쯤이야 문제되지 않았던 것처럼.

친구의 아이 하나, 둘 쯤이야, 책임 질 수 있노라고.


운주는, 그 말을 듣고도 반신반의하며 물어봤다.


...내게, 신뢰를 줘.


"...여기 있어도, 돼요?"


"그래."


"저, 그..여의청의 친자식이 아니더라도..?"


"그래."

친자식이든 아니든, 넌 그 친구가 목숨바쳐 구한 아이니까.


그런 당천의 눈에서, 뭔가 느낀 것일까.


운주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해받는듯한..

그래. 아이가 된 것 같아서.


울면, 달래줄 어른이 있는 아이.


그동안은 울어도 아무도 달래줄 어른이 없었던 운주는,

그 생소한 감정에...


"흐...윽..."


결국, 울어버렸다.


으아아아아앙--..


당천은, 우는 아이가 익숙치 않은 듯, 아무 말 없이 어색한 손길로 운주를 토닥이고 있었지만...


운주의 기나긴 설움이 끝날 때까지,

당천은, 마치 아버지가 된 것마냥 그 옆에 있었다.





그래.


운주는, 이제...

머물 곳이 있었고.

이해해 줄 사람이 있었고.

사랑해 줄 사람이 있었다.




그 사실이 기뻐, 운주는 오래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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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거미줄에 내려앉은 구슬.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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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와, 운유향이 없는 사천운가.


그곳에선 방계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운무엽은, 늙었으니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운미리는 곧 죽을 것이며,

운주는, 당가로 팔려나갔다.


그러니, 운유향만 사라지면 모든 직계가 죽는다.


그러면 그들 오검대주 중 한명이 새로운 가주가 되겠지.


그것이 기꺼워, 그들은 술을 나눠마셨다.


그리고는...


"쯧, 운미리 그것이 먹어버린 영약이 아깝구려..."


"그런데, 그 많은 영약이 어디서 난거랍니까?"


"듣기로는, 비천각에서..."


비천각에, 영약이 있었다.

아주 수많은 영약이 있었다고.


그 소문은, 자기 자식들의 증언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전에, 그 머저리가 오룡초를 캐서..."


오룡초.

영약.

그 가짜 직계가, 하는 거 없이 하루종일 땅이나 파며 노는 줄 알았더니,

영약을 찾는 재능이 있다 했던가.


그러면, 비천각에 영약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아니. 그 소년이 갔던 곳 모든 곳에 영약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지.


그렇게, 오검대주와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운유향이 나간김에 비천각과 그 주변..

그 사생아가 생활하던 모든 곳을, 샅샅히 파해쳤다.


난장판이 된 비천각의 모든 방.

운주가 잉어한테 밥을 주던 연못은, 모든 잉어를 꺼내 배를 갈라보았고,

운주가 평소 올라가던 뒷산은, 전부 헤집어 버렸지.


그럼에도, 하나도 나오지 않은 영약이 아까워...


"...운미리가 운유향이 올때까지 연명할 수 있게 먹여야 되는 영약, 어짜피 운미리가 죽으면 다 흙에 뭍힐텐데.."

그럴바엔, 저희가 먹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낮게 깔리는 어둡고, 잔혹한 목소리.


그리고, 그 소리를..


".....콜록...흐.."


운미리는, 듣고 있었다.


"..하하..."


웃음이 흘러나왔다.

딱 어울리는 죽음이네.



언제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울음짓던 동생을 방치하던 그녀의 죄.

병약하다는 이유로, 제 어미가 자신만 감싸고 도는걸 방관한 죄.


운주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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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氣가 육체의 발달로 빠지는 특이한 체질 덕분일까.

운미리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하고, 더 영악했다.


어쩌면, 어른보다 똑똑했을 수도 있지.


그렇기에, 그 소녀의 3살 무렵.


운주라는 동생이 집에 들어왔었을 때.

그때 무렵을, 운미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운미리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줄 알았다.


언제나, 죽을 거같이 아프고.

언제나, 엄마는 울고.


매번 사라진 남편을 애타게 그리면서 우는 엄마는, 운미리의 가슴도 울적하게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왠일로 운미리가 혼자있었던 적이 있었다.


집안이, 자신 때문이아니라 다른 이유떄문에 소란스럽던 날.

물론, 그 내용은 기껍지 않았지만.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

심지어, 어디서 불륜을 저질렀는지 아이도 데리고 왔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는 저 애를 자신의 자식으로 키운다고 한다.



'....'


아무도 운미리한테 말 한적 없지만,

세가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들을 수 있던 운미리가 정황을 파악하는건, 쉬운 일이었다.


....저 아이는, 내가 죽은 후에도 운가에 있을 수 있겠지.

엄마의 유일한 자식이 될거다.


....3살 무렵의 운미리는, 그 아이가 참 미웠다.

그래서, 엄마가 자신만 신경쓰도록.


"콜록..엄마..가지마.."


아프다고 더 응석부리고, 곁에 있어 달라고 하며, 그 아이에게 가는 관심을 돌렸었다.


질투, 했었지. 


그렇게 자신을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는 하녀를 시켜 운주를 돌보게했었고,


운주를 키우라고 보낸 하녀가 귀찮다는 이유로 운주를 방치할 때면, 저열한 희열감을 느낄때도 있었다.


빼애액 우는 갓난아기를 떠올리며 생각했지.


여긴, 내 공간이야.

내 엄마야.

내 할아버지고,

내 친척이야.

너한테, 주지 않아.


....곧 죽을 자기 자신이 싫어서,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쭉 운가에 남아서, 자신의 모든걸 뺏어갈 소년이 싫어서.


그 소년이 걸어다니고, 말 할 수있을때까지.

제일 처음으로, 하녀한테 한 말이 '죄송합니다.'였을 때까지도.

그녀의, 은밀한 괴롭힘은 계속됐다.


언젠가, 운주가 그녀를 찾아올 때까지.


"...뭐야. 너."


"...누나가, 제 누나에오?"


어눌한 말투.

내가 네 나이였을 땐, 안그랬는데.

왜, 내가 아니라 너일까.


왜, 너가 사는걸까.


"...아냐."


나, 네 누나 아냐.

너랑 난 가족이 아냐.

착각하지마.


"...히잉 아니군아..."


"..그래. 아냐."


"그럼, 운미리누나의 방이 어디에오?

이거...비가 누나...약 할 수 있는거랬눈데.."


"...."


소년이 들고있는건, 땅에서 캐 온 잡풀같았다.


하지만, 그 흙투성이의 잡풀에, 흙투성이의 소년의 모습에, 하녀한테 맞았는지 곳곳에 멍이든 소년의 모습에

신경이, 쓰였다.


아이를 그런 꼴로 만든, 나쁘디 나쁜.. 잔인한 누나를 위해..

잡초를, 약이랍시고 캐왔단다.


"......너..."





그때의 기억이, 운미리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비천각의 뒤에 있는 아버지의 묘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을 때, 당과를 들고 나갔다.

그때문에 찬바람을 맞아 며칠은 콜록거리며 고생했지.

--시끄럽게 울지마. ...너 단걸 좋아하는구나?


하녀가 아이를 괴롭힐 때, 전과는 다르게 왠지 화가났다.

그래서, 하녀가 구석에서 운미리한테 병신년이라 욕했던 것을 어머니한테 알려, 다리몽둥이가 부러진 채로 쫒겨나게했다. 구석에서 운미리한테 병신이라 욕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신경쓰지않았다. 신경쓰이지 않았다.

--..이제 너 괴롭히는 사람 없어. 울지마.


소년이 비라는 새와 같이 장난치는 소리를 들으며, 웃음이 나왔다.

--너. 정말 새의 말을 알아듣는구나. 신기하네


운가에 행사가 있을 땐, 일부러 옆에 데려와서 세워놨다.

--눈총이 따가워도 참아. 언젠가 내가 사라지면, 힘들어도 네가 해야될 일이야.

너도, 운가의 직계니까.


방 안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대신, 소년이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에 대리만족하기도 했지. 아이가 캐왔던 잡초가, 진짜 영약이란걸 알았던 것도 그때 무렵이었다.


오늘도, 영약을 캐고.

영물을 키우고.


열심히 하고있네.


귀한 걸 찾았구나. 장하네.


매번 누나한테 준다는 헛소리를 하지만, 네 새가 잘 막아서 다행이야.

네 새의 말대로, 열심히 모으고, 모아서..


네가 독립할 수 있을 때. 그걸 들고 여기를 나가렴.

나도, 그때까진 버텨볼께.


살아있어, 볼게.


언젠가, 네가 이곳을 떠날때까지.

누나가, 버텨볼게.


어느순간, 운주는 운미리가 살아있어야 될 이유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운미리는...


운주가 떠난, 이곳에서.

아무도 그녀를 돌봐주지 않는 어두운 방 안에서.


".....운주야. 행복해야 돼."

내 사랑스런 동생.


이 잔인한 누나는 잊고..


꼭, 어디서든지.


행복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