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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천과 운주는 나란히 놓인 두개의 침상에 누워있었다.


운주는, 중독으로 쇠약해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당천은, 내공의 반발력으로 내상을 입어, 똑같이 침상에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다.


이에 초미령은 철없는 딸을 데리고 정신을 잃은 두 남자의 간호를 시작했다.


두 남자가 걱정은 되지만, 자신의 남편의 능력을 잘 알고있던 초미령은,


"운주는 네가 돌보렴."


딸아이한테 벌 좀 주자는 의미에서, 엄하게 당은주한테 운주를 돌보라고 했다.


당은주가 벌벌 떨며 울던 모습을 보니, 다시 운주한테 나쁜 짓을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딸이 이런 것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딸아이한테 크게 실망할 것 같아서.

일부러 초미령은 엄하게 화내면서 말했다.


자기 자신이 하는걸 보고, 따라 하라고 말하는 초미령이 무서워서.

그리고 남자의 간호를 해야된다는게 부끄러워서.

...칠공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진 운주에게 미안해서.

당은주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음..."


당천이, 먼저 눈을 떴다.


눈을 뜬 당천이 본건, 안절부절 못하는 딸아이와 아내.


"....당은주."


그리고, 당천의 분노가 시작됐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거냐."


"...아..아니..난...그냥..."


"그냥?"


"...그..운주가 마음에 안들게 해서...걔가 데려온 새한테 머리카락도 다 뽑히는데 방관하고.."

오히려 걔가 거들었다니까!


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이유을 말하는 당은주였지만,


[쪼륵?]


운주의 곁에 있던 새가, 부리를 빛내며 자신을 노려보는 모습에,


"히끅!"


딸꾹질이 흘러나오고, 


"그래서, 사람을 죽일려고 했다고."


서슬퍼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표정에, 당은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흑."


서러움이, 올라왔다.


뭐야.

내 마음도 모르면서.

강제로 걸린 약혼이, 나도 얼마나 싫었는지 알아?


"...나도, 약혼하기 싫었단말야..."


"....."


"강제로 약혼을 걸어서, 얼마나 싫었는데."


흐윽...


"...나도, 나도 내가 잘못했다는거 안단말야...그렇게 심한 독인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흐아아아아앙...


"그냥, 그냥 며칠 정도만 고생하라고 했던거였다고오오오..."


길게 우는 당은주를 보며, 초미령은 엄하게 말했다.


"어딜 또 우는걸로 넘어갈려 그러니."


이번 일 만큼은, 용서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약한 독만 줘서 그런지.. 

생각없이 사람에게 독을 쓰는걸, 너무 거리낌 없이 한 딸 아이.


그 탓에, 이런 사단이 났지.

그렇기에 초미령은 말했다.


"...너는, 운주가 나을때까지 간호, 그리고...반년간 용돈은 꿈도 꾸지말고.

네 아버지한테, 용독술을 처음부터 다시배우렴.

마음가짐부터, 철저히.

싫으면 이 집에서 나가고."


"...하지만..."


"쓰읍!"


"...알았어.."


처음으로 보는 단호한 어머니의 모습에, 당은주는 눈물지었다.


그리고 혼나는 딸아이를 단호한 눈으로 보던 당천이 이어서 말했다.


"...운주가 그리 싫더냐."


"....그건 아니고.."


사실 운주가 밉상스럽긴 하지만..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던 건 아니었던 당은주가 어물쩡 거리고 있는 모습을 본 당천은..


"...파혼해도 된다."


"응?"


"...너희들, 진짜 약혼 한 것 아니다."


"..에?"


한숨을 쉬며, 초미령이 말을 이었다.


"운주를 보호하려고, 거짓약혼을 내새운 거란다."


".....보호?"


"...운주의 아버지는 내 은인이자 친구였다.

그런 아이가 다른 가문에서 핍박받으면서 사는걸, 두고 볼 수 없겠더구나.

그래서 약혼이란 명목으로 데려왔다."


"....."


자신의 부모가 돌아가면서 하는 말에, 당은주의 머리가 불타오를듯 아파졌다.


그러니까, 전부 오해였다고?

약혼도, 결혼도 전부 가짜였다고.


"...그럼, 나한테도 말 했었어야지."


"...미안하다."


당천과 초미령은, 미리 당은주한테 그 얘기를 하면 어딘가 이야기가 새어나갈까봐 말하지 못했던 것이지만...일이 벌어진 것은 오롯히 부모의 탓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이런 저런 설명없이 당천은 미안하다고 말했고.


그런 자신의 부모님이 괜시리 원망스러워짐과 동시에, 당은주는..


"....."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는, 운주를 봤다.


"...얘도 알고있었어? 가짜약혼이란거."


"...몰랐겠지."


...그랬겠지. 그래서 파혼한다는 말에 얼굴이 그리 헬쓱해졌겠지.

그떄의 운주를 떠올리니, 괜시레 신경이 쓰였다.


"...물떠올게."

..쟤. 땀 많이 흘리고 있으니까. ...닦아줘야지.


그리 말하며, 당은주는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정신을 잃은 운주와 당천, 초미령만이 남아있는 방.


"괜찮나요? 여보."


"며칠, 운기조식만 하면 될 정도니까 큰 신경쓰지 않아도 돼."


"다행이네요."


그리 웃으며 말하는 아내를 보며, 당천은 말했다.


"...이 아이. 여의청의 아이가 아니더군."


"...네?"


"여의청의 아이라면, 아무리 인면지주의 독이라 한들 해독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거기에, 심장에 가득 들어차있던 여의청의 기운까지.


"...무슨 연유인지, 여의청은 이 아이를 구하려고 죽은거다."


"...유향도 이걸 알고 있었을까요?"


"몰랐겠지. 여의청의 핏줄에 만독해가 있다는건 나만 알고 있으니.."


그 때

두런두런 얘기하던 당천과 초미령의 귀에 작고 두려움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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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하게 정신을 못가누던 운주의 귀에 들어온 한마디.


"...이 아이. 여의청의 아이가 아니더군."


그 말이, 귀에 들려온 직후.


몸에 찬 물이라도 뿌린듯.

꿈결같이 부유하던 정신이, 단번에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아주 잔인하고, 끔찍한 현실로.


"여의청의 아이라면, 아무리 인면지주의 독이라 한들 해독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막 정신을 차려 혼란스러운 정신과, 중독당했던 영향으로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에도

여의청이라는 이름이, 흐름상 제 아버지의 이름일거라는걸 눈치챈 운주는.


"...무슨 연유인지, 여의청은 이 아이를 구하려고 죽은거다."


"...유향도 이걸 알고 있었을까요?"


"몰랐겠지. 여의청의 핏줄에 만독해가 있다는건 나만 알고 있으니.."


운부인도, 이 사실을 몰랐을 거라는 말.


"...아.."


운주의 머리 속에서, 생각이 흘렀다.


자신은, 운가의 핏줄도, 그리고 아버지의 핏줄도 아닌...진짜, 고아였었다.

그럼, 이 약혼은 사기 약혼이다.


사기 약혼은, 과거 운가가 당가에게 보상금을 줬던 것처럼...

보상금을, 줘야겠지.


그럼, 그 이후엔?


운주가, 다시 운가로 돌아간 이후엔?


...운부인이, 자신을 키우던 것은 단순히 '여의청' 이란 사람의 피가 섞여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아니었으면.


자신은...어떻게 되지?


모든 영약도, 독단도, 가지고 있는 모든건 운가와 당가에 줬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다시 운가에 돌아가면.

아니, 오히려 운가에서 자신때문에 배상금을 또 내야 된다면...


운가에선, 자신을 더욱 미워할테다.

더 이상 키울 이유도 없는 자신을, 데리고 있을리도 없겠지.


그럼,

아무것도 없는, 어린아이인 자신이 운가에서도 쫒겨나면...

어떻게, 되는거지.



치밀어 오르는 두려움.

눈물.

슬픔.


의지할 것 없는,

아무것도 없는 어린아이는,


솟아오르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저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애타게 말했다.


"...버리지, 말아주세요..."


정신을 차리자마자,

창백하고, 핼쓱한 얼굴로...

당천과, 초미령을 보며 구걸했다.


애원했다.


"...저...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




[쪼르르륵!]


비가 진정하라고 외쳤지만,


"...학...흑..."


벅차오르는 숨.

중독의 후유증으로, 욱신욱신 쑤시는 머리와, 몰아쉬는 숨을 감당하지 못하는 심장.


"...저, 밥도 조금만 먹고...두 분의 눈에 거슬리는 일은 하지 않을테니까..."


그럼에도, 통증이 몰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운주는,

울면서 애원했다.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


숨이 벅차 올라, 다시금 쓰러질때까지.


뭐든지 할테니, 버리지말아달라고.


울면서 두 사람에게 애원했다.


"버리지, 말아주.."



그런 아이를,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당천과 초미령.

그리고 땀을 닦을 물을 떠오다가 문 밖에서 소년의 애원을 듣게된 당은주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서...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아이가, 안타깝고, 가련하고, 서글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