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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주가 소년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그녀의 방.


작은 소년은 운가에서부터 가져온 선물을 들고, 방에 들어갔다.


남의 방에 들어온 적이 별로 없는 모양인지, 위축되고 소심해보이는 소년.

거기에,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 거리기까지.


어수룩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신기함을 표시하는 운주를 보며 당은주는 한숨쉬었다.


'이런게, 내 남편이란 말이지.'


남의 방에서 두리번 거리는 걸보니, 예의도 없고..

작고 어린 아이의 모습도 마음에 안들고..


이런 작은 애랑, 약혼이라고?

아니될 일이었다.


예전에 찼던 후지기수들이 전부 비웃겠네.


유일하게 맘에 드는 점이 있다면 단 하나.


"야."


"..어..네?"


"어깨에 새 좀 보여줘."


[쪼르르륵?]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새.


어쩜 저리 귀엽고 안타까운지.

관리를 얼마나 못했으면, 눈 한쪽. 날개 한쪽이 사라졌을까.


"비는.."


"아. 됐고, 보여줘."


망설이는 소년의 말을 묵살하고, 그렇게 요구하니,


[쪼르르르르륵.]


오히려, 새가 먼저 다가왔다.


'역시, 너도 내가 마음에 드는 거구나?' 라는 생각에

앞에 앉아있는 약혼자를 무시하고 새를 쓰다듬었다.


"얘 이름이 뭐라고?"


"그..비,예요."



그 이름에, 새의 한쪽 뿐인 날개가 보여 말했다.

"날지 못하는 새에, 비飛라는 이름이라니. 잔인하네."


[쪼르륵..쪼르르륵...?]


".....그게 아닌데.."


얼굴을 어둑어둑하게 하며 고개 숙이는 소년.

이윽고 고개 숙이고 있던 소년은,


탁상 위에 작은 상자 하나를 올려두며 말했다.


"그..약혼 선물인데...당가는, 독을 좋아한다 하여.."


약혼 선물.

혼자 신나서 그런걸 들고왔다 이거지.


그리고, 독은 많이 받아봐서 식상하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서.


'아니, 어떻게 여자아이한테 독을 선물해?'


당가가 독을 좋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또 다른 것 아냐?


매번 독을 선물 받을 때 했던 생각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든다.

그래서 당은주는 탁상 위에 올라온 선물을 흘깃, 쳐다보고는, 말했다.


"필요없어."


나한테, 뭐가 되었든 니가 준비한 것보다 못한게 있을리가 있겠니.

있다면 단 하나.


"있지. 저것 대신 이 새. 나한테 주지 않을래?"


"아..안돼요!"


기겁하는 소년의 말을 무시하며, 손 안에서 쪼륵거리는 새한테 말했다.


"있지 비. 나랑 같이 살래~? 너도, 저런 애 곁에 있는것보다 내 곁에 있는게 더 좋지~?"

아유 귀여워라.


라고, 새의 턱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 한 순간,


얌전했던 새가, 달라졌다.


[쪼르륵.]



새의 부리가, 날카롭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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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다.

비가, 점점 화나기 시작했다.


운주는 식은 땀을 흘리는 걸 보여주지 않기위해 고개숙였다.


당은주의 방에 들어왔을때부터,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새와 인간.


[쪼르르륵?]


맨 처음, 약혼녀가 새 좀 보여달라고 할때 비가 했던 말은,

'넌 뭔데 날 찾니?'


...길가다가 어깨를 맞은 듯, 시비거는 말투였고,


[쪼르르르르륵.]


두번째로 보여달라고 할 때, 비가 다가가면서 한 말은,

'한번만 더 내 반려를 무시하면 죽을 줄 알아.'


...폭행예고.


[쪼르륵..쪼르르륵...?]

그리고, 비 라는 이름이 잔인하다고 했을 때는,

'이름가지고..시비를 걸어...?'


무엇보다, 비飛가 아니라 비比였으니까.


화를 삭히며, 정말 마지막의 기회를 준다는 듯 눈을 꼭 감고 있던 비는 결국,


"있지 비. 나랑 같이 살래~? 너도, 저런 애 곁에 있는것보다 내 곁에 있는게 더 좋지~?"


라는 당은주의 말에,


[쪼르륵.] 

'넌 뒤졌어.'


발광하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내달려 자신을 쓰다듬던 당은주의 손을 타고 머리까지 달려간 비는,

운주를 지키기 위해 반짝반짝 빛이 나게 갈아둔 부리로 당은주의 정수리를 쪼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비?!"


새의 돌발행동에, 당은주의 울려퍼지는 비명과 운주의 당혹성이 울려퍼졌다.


[쪼르르르륵!!]

'난 이 약혼 용납 못해!!'


...그리고 화난 새 한마리의 울음소리도, 울려퍼지는 난장판.


미친듯이 날뛰는 비를 보며, 울상을 지으며 당은주는 외쳤다.


"야! 야! 너 빨리 비 좀 멈춰봐!! 네 새잖아!"


그래도 뭐 어찌하겠는가.

저렇게 화난 비는, 운주도 무서웠다.


당해봐서 알지.


아니, 발톱으로 머리카락도 움켜쥐는 것 보니..

자신이 당했던 것보다 더 심한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운주또한 당은주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던 것도 사실이라,

운주는 말했다.


"비! 피는 나지 않게 해야 돼!"


[쪼르르륵!]

'수신양호!'


"뭐어?!"


정수리를 쪼이는 당은주의 비명이, 오래오래 울려퍼졌다.








....잠시 후,











"흐어어어어엉..."


"...저희가 잘못했으니 그만 우세요..."


당은주는, 정수리에 양손을 올리고 울고 있었다.

동경을 들어 정수리를 비추니, 하얗게 난 땜빵 세개.


몸가짐에 나름 신경 쓰던 소녀는, 땜빵을 보고는 더욱 더 크게 울음이 나왔다.


"흐아아아아아앙!!"


이런 꼴로 밖에 어떻게 나가!


자신도 행동을 딱히 잘 한건 아니지만!

그냥 비가 좋았을 뿐인데!

비만 없었어도 저런 애 방에 들이지도 않았는데!


치기심 어린 복수심.


"너...미워..."


"알았으니까, 진정하세요..."


"너...파혼..할거야..."


"...네?!"


파혼이라는 말에, 얼굴이 핼쓱해지는 소년.


꼴에 아직 결혼 할 생각이 있나보지?

반드시, 파혼할거야.


그러나, 파혼을 신청하는 자가 당은주가 되면, 당가에서 운가에게 재물을 줘야 되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당은주는, 이어서 묘답을 내놓았다.


저 애를 괴롭혀서! 쟤가 파혼을 신청하게 만들면 되겠지!

...라는 묘답.


당은주가 소년을 괴롭힐 방법은 많고, 많았지만,


당은주는 일단, 자신이 겪은 꼴을 복수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골랐다.


소매에서 작고 가는 침을 꺼냈다.

쓰는 독은, 가장 가까이에 있으며, 이 소년이 들고 왔던 독.


필요없던 거니까 되돌려 준다는 느낌으로 쓰면 되겠지.


살짝 바늘을 상자에 찔러넣어, 독을 묻히고는, 눈 앞에 밉상스런 남자애한테 날렸다.


며칠간, 끙끙거리며 앓을만한 혈도에.


그런데...


"...우..웩..."


칠공에서 피를 흘리는 소년.


"...뭐야? 이런 효과가 나오는 혈도가 아닌데 왜..."


그리고, 소년이 죽길 바란건 아니었던 소녀가 어떻게든 해독해보려 하려다가, 소년이 정신을 잃은 직후.


소녀는, 울면서 제 아비에게 찾아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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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나케 운주한테 날려간 당천은, 말을 잃었다.


아이가 중독되어 있다는 것보다, 중요한건 그 증상.


피부마저 뚫고 나오는, 잔혹한 독기.

독기가 피부를 뚫으니, 칠공에서 새며나오는 피.


얼마나 심한 독을 썼길래...


아니. 애당초 자신의 딸에겐, 연습용의 약한 독만 줬던 당천인지라, 그 배신감도 더욱 컸다.


"당은주!! 도대체, 무슨 독을...어디서 구했길래...!"


독각? 연단실? 보관소? 암기방?

세가에 있는 독을 하나하나 떠울리던 당천은,


"나..나도 몰라..그냥..쟤가 줬던 독이 있어서...이..이건데...흐아아앙..."


작은 상자를 들고 울면서 변명하는 당은주의 말을 듣고, 부리나케 상자를 열어봤다. 


"...인면지주의 독..."


아주, 여의청이든, 그 자식놈이든.

하는 짓이 똑같군.


친구였든, 그 자식놈이든, 영물의 독을 선물이랍시고 주는게, 참 똑같아.


..달라진건, 자신의 핏줄 뿐.


주저앉은 채 우는 딸을 잠시 바라보다가, 당천은 운주한테 손을 뻣었다.


본디, 독공은 강한 독이 약한 독에 제압되는 법.


그리고, 인면지주의 독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

사람에게 있어, 인면지주의 독보다 강한 독은... 없었다.


평범한 상황이라면, 치료를 포기해야 됐었겠지.

당천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치료하지 못했을테다.


....그가, 독각화망의 내단을 먹지 않았다면.


영물의 독을 먹고, 더욱 강한 독을 만드는 구렁이.

독각화망.


그리고, 그런 독각화망의 특성또한, 당천에 내공에 녹아들어있으니.


아무리 강한 독이라도, 심지어 자신보다 훨씬 강한 독일지라도.

독각화망의 내공은, 잡아먹고, 더욱 강해지니까.


그렇기에, 영물 아니겠는가.


운주의 팔목을 잡고, 독각화망의 내공을 흘러넣었다.


그리고, 몸 곳곳에 내공을 흘려내어, 해독하기 시작하는 당천.



양계, 곡지, 천정, 곡택...


왼 팔부터 시작된 해독은,

이윽고 몸의 중심부.


이윽고, 단전이 있는 관원에서부터 하단으로 내려가, 중극...이어서, 발의 끝 부분, 태충혈까지..


"..후우..."


하반신의 독을 전부 잡아먹고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해독을 시작헀다.


서서히 상체로 올라가, 천추혈, 중완혈..


그리고, 중단전이 있는 단중에서, 당천은 눈을 부릅떴다.


"...이건, 뭐지..?


운주의 심장에 있는 미지의 무언가.


[쪼르르륵!]


이변은, 그 때 일어났다.


마치, 저 새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듯 풀려나오는 강대한 청공靑空의 기.


여의청의, 내공.


강대한 내공이 풀려나오며, 운주의 몸을 크게 일주천한다.

그 길목마다 자리잡고있던 독기가, 한순간 밀려나고...


"쿨럭...윽..."


당천의 내공조차, 밀려나서.


당천은, 크게 각혈하면서, 생각했다.


'여의청. 무슨 이유가 있어서 이 아이한테 진원진기마저 전부 넣어준 것이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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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두근...두근...


"..미..리야..."


"....나..죽기전에...운주가...보고, 싶..어..."


"그..래...어미가, 어미가 꼭 만나게 해줄게..."


쓰러져, 정신을 못차리던 운미리가 무언가에 반응하듯이 눈을 떠서 한 유언같은 말에, 운유향은 봉두난발로, 신발도 신지않고, 운가를 뛰쳐나가 눈물을 흩뿌리며 당가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