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regrets/92776645?p=1

이거 다른시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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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부족함이 없었다.

아버님은 대 문파의 문주. 무武에 대한 타고난 재능.

엄한 부모님이지만 거스르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든 들어주셨다.

상승의 무공. 내가 거느릴 뛰어난 재능의 사람들. 부족함이 없는 삶.

그렇게 채워져 있던 내 앞날에 네가 나타났다.


“전대 장로께서 거두신 아이다. 네가 많이 도와주거라.”


외유를 떠나셨던 전대장로님의 목패를 가지고 홀로 찾아온 너.

나와 같은 나이인데도 비쩍 마른데다 작기까지 해 동생처럼 챙겨주었지.


“바-보. 거기서 반걸음 넓게 가라니까.”

“이거 당과라는 건데 너도 먹어봐.”


내 또래의 남자아이와 가까이 지낸 것이 처음이라 그랬을까?

아니면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랬을까?

어느새 너는 동생이 아닌 무언가가 되어 내 마음속에서 커지고 있었어.


그날도 간식거리를 들고 네게 찾아가는 길이었어.

전대 장로님께서 돌아오신 날 우연히 아버님과 대화하는 내용을 들었지.


“그 아이가 내 제자라니? 아닐세. 어린 손아귀에 피가 맺힐 정도로 휘두르는 모습이 근성이 있다 싶어 목패를 준 것뿐이네. 먼 길을 홀로 찾아온다면 인연이라 생각해 문파에 받아줄 생각이었지.”


“그렇다면 장로님의 직전제자가 아니란 말입니까?”


“근성은 있으나 기골이 약해. 기껏해야 평제자 그릇이네.”


이날이었어. 네가 평제자가 되면서 다른 제자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게.

넌 아무것도 속이지 않았는데 아버님은 속았다고 생각했거든.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도 내가 계속 널 가까이하자 아버님께선 날 강제로 폐관 수련에 들어가게 하셨어.


무려 10년을.


긴 시간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가 될 때 내 폐관이 끝났지.

그날 밤, 아버님께서 내게 말씀하셨어.


“그 녀석은 문파를 떠날 게다.”


“연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10년을 수련해도 평제자를 벗어나지 못한 재능이다. 본디 사지근맥을 잘라 내쫓으려 했으나 네가 아직 정을 떼지 못했다는 것을 안다.”


“...”


“직접 내쫓는다면 몸은 성히 떠날 수 있게 해주마.”


먼 발치에서 바라본 너는 여기저기 기워진데다 몸에 맞지도 않는 낡은 무복 차림이었지. 여기서 이런 취급을 받느니 차라리 떠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

그때는.


“문파의 제자로 강호에 나가, 협을 행하라. 그 길에서 이 검이 부러지거든 문파로 돌아오는 것을 허락한다.”


수련을 위해 사용하던 검. 망가지지 않기 위해 날조차 세우지 않고 두껍기만 한 검을 내어주며 널 직접 보냈다.

제발 부러지지 않기를.

이런 문파 따위 떠나서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이런 내 바람과는 다른 길을 걷더구나.

형식적으로 했던 협을 행하라는 말.

너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협을 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네 명성이 높아져 갈 때 무림맹의 초대받은 자리에서 널 보았다.

잠시 눈이 마주친 순간.


보고 싶었어.

충분하니까 문파로 돌아와.

이젠 그런 취급을 받지 않을 거야.


마음속에 담아둔 말만 가득한 채 손을 뻗는 찰나 넌 다시 사라졌다.

아직 제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굳은 눈빛만을 보여준 채로.

잡았어야 했는데. 무공을 펼쳐서라도 쫓아가 잡았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네가 마교와의 전쟁에서 앞에 서지도 않았을 텐데.

협을 행하겠다며 만신창이가 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맹의 늙은이들에게 이용당해 마교주와 검을 맞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제발⋯ 제발 일어나⋯.”


“⋯⋯.”


“협행은 이제 충분하잖아! 검이 부러지면 돌아오기로 했잖아!”


“⋯⋯.”


대체 무엇이 그렇게 후련한 건지.

어린 시절 만난 무인의 이야기를 하던 때와 같은 눈빛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차라리 검을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공을 버리더라도 함께 해야 했는데.

검 따위는 부러트렸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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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후순이 과실로 후회하는 것보다 주변 상황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상황을 쓰고 싶었는데

실력이 부족함만 통렬하게 느낌


이 다음에 아가씨를 회귀시켜서 써볼까 라는 생각도 했는데

후회물도 아닐 것 같고 뇌절같기도 하고 실력도 부족해서 포기






+이거 쓰게 된 이유

콘을 잘못달아서. 잘못 단 김에 그냥 씀.

다시는 콘을 잘못 달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