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붕이가 오해로든 누명으로든 온갖 평지풍파에 휩싸여 상처 입고 버려졌지만,


삶의 끝을 기다리다 어느 날의 저녁노을을 보며 문득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니


"아아— 이렇게 쉽게 잃을 순간에 좋다고 매달렸었구나."


라고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거지


"태산을 닮고자 하였으나, 발아래 돌멩이를 작다고 내던졌구나.


천 리를 걸어 문득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태산이 하늘 아래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손이 무엇을 쥐어봤자 하늘을 쥘 것도, 바다를 쥘 것도 아니었는데.


구하고자 하면 멀어짐을 알고도 더 무엇을 바랬던 것인가.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이 생이 끊어져 쓰러진들 썩기밖에 더할까.


다리가 굳어 초목이 된들, 아침 이슬이 맻히지 않는 날이 있던가.


삶도 죽음도 일부임을 진즉 깨닫고도 무엇 하러 마음을 곪았나.


물심이 무심 되어 공(空)을 보매, 마침내 막힌 것은 통할 것이요, 채운 것은 비울 것이니.


세상지사 만물이치에 무엇 하나 더할 것 없고 덜 것 없음을 이제야 알고 가는구나."


이렇게 사경에서 자연경을 깨달은 후 세상을 즐겁게 사는 후붕이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