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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는, 머리가 좋은 분이셨다.

어렸을 때부터도 공부를 좋아해, 늘 전교 1등을 놓쳐 본 적이 없으실 정도로.

 대학교도 원한다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성적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가난했었다.

아버지께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의 꿈도 저버리고 공장에 가셨다.

그렇게 살다, 어머니를 만나서 첫눈에 반해 고백하고, 결혼하게 되고, 나라는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께서는, 나를 낳다가 요절하시게 되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되었음에도 아내가 남긴 마지막 보물이라고 나를 애지중지 키우셨다.

사랑받으며 큰 나는,아버지가 홀로 고생하시는 게 안쓰러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들어가려고 하였다.

아버지는 당연히 반대하셨다.

"너는 나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학에 가서, 이런 공장 일 말고 편하고 돈 많이 버는 일을 구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난, 당장 아버지께서 여유가 생겼으면 했기에 당장 공장에서라도 일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걸까.
아버지께선 그때 울면서 그러고 싶으면 그러라고 하셨다.

나와 아버지 둘이 모두 일을 나가게 되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는 돈으로 저금도 하고, 원하는 만큼 술도 마셔보고, 짧지만 둘이 여행도 다녔다.

이때부터 나는 매주 복권도 한 장씩 사기 시작했다.
만일 당첨된다면, 아빠 이름으로 건물도 세우고 그냥 일 다 때려치우고 편히 놀자는 실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희소병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입원해서 지속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급속도로 몸이 굳어, 호흡도 하지 못해 죽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병이 초기에 발견되어 치료에 집중하면 진행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고,
치료비가 몇억이긴 하지만, 그래도 치료가 아예 불가능한 병은 아니었으니까.

이때부터 난 더욱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쓰지 않을 돈은 모두 아끼고, 남는 돈은 모두 병원비에 썼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났다.
병의 진행이 많이 되어 아버지께서는 생명유지장치 없이는 호흡도 제대로 못 하게 되셨다.
설상가상으로 치매까지 같이 오셔서 대부분을 멍하게 지내고, 가끔 정신이 돌아오시는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 병을 치료하고 같이 살  날만을 꿈꾸며 계속 일해왔다.
'아버지께서 해주신 게 얼마인데 이 정도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마음을 하늘이 알아줬던 걸까.
어느 날, 평소처럼 무심하게 복권 번호를 확인하다가 갑자기 1등이 당첨된 것이다.

나는 기뻐서 그 길로 병원에 달려갔다.
아버지를 드디어 치료해 드릴 수 있다는 기쁨에 차서.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병원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계셨다.
무슨 일인지 들어보니 아버지께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손 쓸 틈도 없이 자신에게 달린 생명유지장치와 링거를 모두 뜯어버리고 자살해 버리신 것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똑똑하신 분이셨으니까.
자신이 계속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걸 그 잠깐동안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신 것이다.
 
아버지의 몸이 급격하게 굳어가면서, 호흡을 못 해서 죽을 걸 알면서도.
자신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걸 알면서도.
내가 자기 때문에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참으로 멍청한 죽음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셨으면, 괜찮았을 텐데.
아버지께서 조금만 덜 머리가 좋으셨어도,
이렇게 가시진 않으셨을 텐데.

이렇게 될 거였으면 처음부터 아버지 말을 들을 걸 그랬다.
만일 내가 대기업에 취직했으면 돈에 여유가 있으니, 아버지도 그런 생각까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아니었어도, 어차피 이렇게 죽어버리실 거였으면.
더 많은 추억을 쌓을 걸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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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직접 쓸라니까 두서가 없어지네
그냥 소재로 던질걸그랬나

쓸땐 맛있는 소재라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