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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이드의 수발을 돕던 알리오즈는, 요즈음 들은 궁금증을 말했다.


"알카이드. 요즘 뭘 그렇게 자꾸 적는거야?"


"여덟번째에게 남기는 이야기란다. 알리오즈.

내가 없어지면, 이 이야기를 미자르에게 전해주렴."


"...미자르는..."


알카이드에게 '미자르는 가출했어.' 라고 하려던 찰나.


"혹한의 대지에 있더구나. 후후.. 미자르 덕분에 오랜만에 좋은 추억도 떠올랐지."


그렇게, 노인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죽기 전에, 여덟번째를 꼭 보고싶었다.

꼭, 할 말이 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죽어 사라지면, 여덟번째에게 말을 해줄 사람이 없어지지 않겠느냐.

그래서, 적는거란다."


나는, 좋은 가족을 만나서 좋은 삶을 살다가 행복하게 죽어가고 있지.


그럼에도 한가지 후회가 남는 거라면, 여덟번째가 돌아오기 전까지 버티지 못했다는게 이 늙은이의 후회로 남는구나.


....여덟번째에게 전해줄 말도, 받아야 될 빚도 있지만...

사실,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나는,




나는 그냥 그 친구를 다시 보고 싶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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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탈것에 타고 있던게 미자르였다.


그것을 알게 된 순간 몸이 저절로 튀어나갔다.


미련한 짓이란 걸 알면서도, 그러고 말았다.


그 결과...


"...넌 누구야?"


"....."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그녀의 앞에 서있었다.

혹여 목소리로 내가 누군지 알 수도 있으니.


대신, 그동안의 그리움을 달래듯 그저 가만히 그녀를 보고있었다.


미자르.

내 쌍둥이 여동생.


내가 없던 사이에, 많이 변한 것 같았다.


두 눈에 총명한 빛이 반짝이던 예전과 다르게 몽롱한 듯 초점없는 눈빛.

그 무엇에도 관심두지 않는 듯한 초연함.

자조섞인 입가와, 그늘진 눈.


분명, 마리아씨는 잘 지낸다고 했었는데 왜 이렇게 변했을까.


걱정됐다.


.....그럼에도,


'더 이뻐졌고, 키도 컸네. 제대로 맞춰지지 않는 초점은 뭔가 몽롱해보여서, 퇴폐미도 살짝 있나.'

사랑스러운, 내 동생.


그저, 아무말 없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국경까지, 당신을 호위한단 의미로.


"....."


무언가 가늠하듯이 날 쳐다보던 그녀는


"....."


아무 말 없이, 손을 맞잡았다.







-----------------------------







셉텐트리온 가문에서 둘째 별 미자르님을 지원으로 보내줬다는 소문에

혹한의 대지에 설치되어있는 병영에서, 난리가 났다.



'...거짓말이네.'


알리오즈와 메그레즈가, 각성도 못한 미자르를 혹한의 대지에 홀로 보낼리가 없단걸 알고있는 레니는,


미자르가 거짓말 하고있다는걸 알아차렸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나서서 거짓말이라고 할 순 없었다.


단지, 거리를 두고 미자르를 따라다니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사실 그걸로 충분했다.


레니는, 더이상 힘 없던 어린아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는...


"미자르님. 저기...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뭔데요?"


아까부터 제국에서 온 병사 중 한 명이, 레니를 흘끔거리다가 미자르에게 말문을 여는 것을 보고있었다.


"...셉텐트리온의 죄수가, 미자르님을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셉텐트리온 성에서 온 사람을 전부 죽여버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병사.


뭐. 이곳에서 그는 상당히 미움받고 있었으니까.

이해 할 수 있었고, 인정 할 수 있었다.


셉텐트리온 성에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던 사람을 전부 죽여버린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면서 알아낸 사실도 참 많았다.


집사장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것.

자신은 미자르의 곁에 있기만 해도 위험요소라는 것.


중요한건, 이 두가지 정도였지만.



여한튼 셉텐트리온의 죄수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흉흉한 들은 미자르를 보며,

그녀가 거짓말을 그만 두고 셉텐트리온 성으로 돌아가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며, 등을 돌리던 레니였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발을 멈추고 말았다.





"왜... 왜 이러십니까!"


미자르에게 목이 잡혀있는 병사.


"너.. 그 사람에게 죄수라고 하지마."


분노한 표정으로, 병사의 목을 조르고 있는 미자르.


오히려 병사의 말에 더욱 분노한 사람은, 

이상하게도 레니가 아니라 미자르였다.


급하게 주변 사람들이 달려들어 두 사람을 떼어놓기위해 노렸했지만,


"손, 대지, 마."


온 몸에서 불길을 피워올리는 미자르를 보며 안절부절하는 사람들.


"후..."


잠시 한숨을 쉰 레니는, 결국 그 사이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미자르님?!"""



레니의 손을 잡은 미자르는, 이내 아무도 없는 곳에 그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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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말하자면, 혹한의 대지에는 낭떠러지가 많다.


땅조차 얼어서, 조각조각 갈라지는 대지니까.


수평으로 갈라진 땅.

수직으로 갈라진 땅.


조각조각 갈라진 땅은, 어떤 떄는 구덩이를 이뤘고,

어떤 때는 깍아지른 절벽을 이뤘다.


미자르가 레니의 손을 잡고 끌고 간 곳은, 그런 곳 중 하나.


혹한의 대지가 가장 넓게 보이는, 절벽.


저 밑의 구덩이에선 인형병사와 혹한의 괴물이 싸우고 있건만, 하늘은 푸르고 고운 빛을 내려주는 곳.


그 곳에서, 미자르는 두서없이 말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보며, 무슨 감정을 느낀 것일까.


착잡한 미소를 띈 그녀는, 그냥.

그냥 지금의 기분따라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 도와주러 달려와서 고마워요."


다른 사람은 전부 목책에서 빨리 뛰어오라 소리지르고 있었지만, 그만은 달랐지.

그녀가 위험한 걸 보자마자, 뛰어왔었다.


그런 그를 보며, 미자르는 말했다.


"있잖아요. 관심 없겠지만,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


묵묵부답인 사내. 그럼에도, 미자르는 말을 열기 시작했다.


"....그, 제가 그리워 하는 사람도, 그랬었거든요.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의 몸이 아무리 아파도 달려와주던 사람. 저한테도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욕을 먹는 모습은 보기 싫었다고. 부자연스런 미소를 지으며 미자르는 하하..하고 웃었고..

레니는, 아무 말 없이 그 말을 듣고있었다.


"...어이없죠. 그 사람을 죽게 만든건 저인데.

염치없게도 계속, 계속 그리워 하게 되더라구요."


말이, 이어졌다.



셉텐트리온 일족은, 태어났을 때부터 발현되거든요.

저는, 셉텐트리온 일족. 제 친 오빠는, 평범한 평민.


그렇게 태어났나봐요.


그래서..

그래서, 태어났을 때부터 헤어지게 됐어요.


저는, 그래서 오빠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친 오빠라는 사람이, 찾아온 거예요.


[저는, 미자르님의...친 혈육이예요.]

[셉텐트리온 성에 온것도, 당신을 보러 온 거였어요.]


그렇게 말하는데, 


가슴 속에 뚫린 구멍이 메워진 것 같아서.


행복했어요.

정말, 사랑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저는 있잖아요.


저를 찾으러 온 친 오라비를 무시하고 죽게 만들었어요.

하하...


그, 일이 좀 있었는데.


셉텐트리온 성에, 아주 나쁜 사람이 있더라구요.

그 사람이, 저를 찾아온 친 오빠한테 누명을 씌웠어요.


저 사람은 네 친 오빠가 아니다.

가족도 아니고, 널 이용하러 온 사람이다.


그렇게 절 속였고...

저는, 보기 좋게 속았더라구요.


....그가 죽길 바라진 않았어요.


죽는다고, 말을 듣지 못해서.

그냥, 멀리 떠난다고 들어서.


저는 그 사람이 돈이 필요해서 날 속였겠거니... 했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요.

저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그 사람을 무시하고는...  돈을 주고 보내라고, 그렇게 했었어요.


하하..


저는 이렇게 괴물같은 거였더라구요.


자신을 찾아와준 친 오라비를 무시하고, 불신하고...

고작, 돈이나 조금 쥐어주고 내쫒으려 했었으면서, 


그게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


........

......




미안해.






미안해, 오빠...

내가, 잘못했어....


내가,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자르."


그녀는, 그를 쳐다보며 맑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곱디 고운 눈물을.


이윽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품에 손을 넣어,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예전에, 집사장에게 빼앗긴 유일한 어머니의 유품.


...전표.


얼마나 많이 전표를 보면서 울었는지 가늠할 수도 없이

수없이 많은 눈물방울이 아로새겨진 전표를, 레니에게 전달해주며,


"....미안해.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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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오빠...."


자각몽에서, 수도 없이 했던 고백.

꿈 속에서 언제나 미자르를 냉소하며 비웃고 떠나던 레니.


그럼에도, 매일같이 악몽 속에서 레니의 등 뒤에 들리지않을 죄를 낭송하던 소녀.

미자르.


이번에도, 레니는 등을 돌리고 떠나갈 것이다.


그녀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지. 그게, 당연해.'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그녀는 견디지 못하겠지.

아마, 죽을만큼 괴롭고...

실제로, 죽을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올 처분을 기다리던 그녀에게...


"....난 괜찮아. 미자르."


"....아..."


그는, 여전히 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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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여기서 미자르가 셉텐트리온의 죄수라는 말 듣고(미자르한테 셉텐트리온의 죄수는 레니의 원수니까) 레니한테 심한 짓 하는 거 넣을까 했는데 괜히 쓸데없이 분량 뻥튀기 하는 느낌이라 삭제. 그렇게 하면 지금 미자르 상태로 자살할거같기도 했고.. 빨리 별의 아이들 엔딩 보고 휴재하던거 적으러 갈 생각도 있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