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것을 알아채면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던 내용을 책에서 읽은 적이있다.

그리고 그것은 틀렸다고 스스로 입증해냈다.


힘들게 잠에들면, 항상 같은 꿈을 꾼다.

내 눈앞에서 불타던 엄마, 아빠, 그리고 집.

꿈에서라도 되돌리고 싶어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짓은 전부 다 해봤다.

꺼지지 않는 불꽃을 끌 수 있는 상위급 마법을 사용했고···

시간을 되돌려서 상위급 불 마법을 사용하려던 나를 제지하려 했고···

부모님께 불이 닿기 전에 염력을 사용하여 집에서 빠져나오려고 했고···


하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마치 이 시간선은 절대적이라는 듯

내가 돌발행동을 하려하면 항상 온몸이 검은 인간이 나타나서는 나를 죽였다.

그리곤 항상 내게 말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한 희미하고 낮은 목소리로···


"속죄하는 법은 단 하나 뿐이다."


그 말이 들리면, 항상 잠에서 깼다.

단 한 가지의 속죄하는 법···

언젠가는, 깨닫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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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아버지가 된 지 어연 8년이 되었다.

이브의 성장은 정말 빨라서, 어느새 나와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 정도로 자랐다.

장수종이니까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


이브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사냥하는 법, 젓가락질하는 법, 요리하는 법, 그리고···

음, 막상 생각해보니 그렇게 많지도 않구나.

아 참, 이브에게 마법도 알려주었다.

태생이 엘프여서 그런지 정말 빨리 배워나갔다.

작년에 알려주기 시작했었는데··· 벌써 중위급 마법까지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브는 나 처럼 재능이 없는 존재가 아니였다.

괜히 씁쓸해졌다.


"만약 그 날, 그 마법을 쓴 것이 내가 아니라 이브였다면······"


참··· 자신의 딸에게 질투와 열등감을 느끼는 꼴이라니···

정말 추해.


"아빠, 뭐 해?"


이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8년 전, 그 코맹맹이의 목소리의 주인이 아니라는 듯, 성숙한 여인의 목소리였다.

몇 년 전 부터 말을 자연스럽게 놓게 돼버렸지만, 부모 자식 사이에서 높임 말을 쓰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냥 그대로 놔뒀다.


"응?"


"한눈 팔지말고 요리해."


아, 요리하고 있었구나.

시선을 아래로 향하니 타기 직전인 음식들이 보였다.


"아, 이런....."


"치... 바보도 아니고"


"헤헤...."


이브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사춘기가 왔는 지 말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가끔 상처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것도 부모로서 견뎌야 할 숙명이겠지.

다행히도 음식을 태워먹지는 않았다.

···조금 많이 바삭한 고기가 돼버렸지만.


식탁에 고기와 이런 저런 채소들을 차리고, 이브를 불렀다.

이브는 천천히 자신의 방에 나와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음식을 둘러보더니 툴툴대기 시작했다.


"그러게 내가 뭐 할 때는 잡생각 같은 건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게뭐야... 거의 못먹을 정도네..."


젓가락으로 고기를 휘적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진짜로 미안... 다음부턴 한눈 안 팔게! 정말로!"


나와는 맞지 않는 하이톤.

이브는 나와 달리 좋은 경험만 했으면 좋겠어서, 항상 밝게 행동해왔다.

그러다 보니 이브와 잠시 떨어져 있을 때도 밝은 모습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날, 이브가 아니라 내가 구원 받은 걸지도 모르겠네.


"항상 그렇게 말하잖아 아빠."


"이제 진짜 다를 거야!"


"흥...."


이브는 말을 더 이어나가지 않은 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이브를 보며 나도 따라서 먹기 시작했다.

이브가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최대한 채소만 먹었다.

나라는 사람은 사실 고기에 사족을 못쓰긴 하지만, 그냥··· 그 뭐였더라.

아,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부모는 배가 부르다' 였나?

그런 말이 사실 이였는 지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았을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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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어릴 적, 나를 구해줬을 때 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늘 밝은 모습이지만.

눈동자는 항상 죽어있었다.

그 두 가지는 정말 맞지않아서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만화로 치면 '나 흑막이에요' 라는 걸 대놓고 알려주는 느낌.

그래서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다.


최근에는··· 아니, 몇 년 전부터는 계속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도 잊을 정도로 깊게.

집안일을 할때도, 사냥을 할때도.

특히 사냥 나갔을 때 아빠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그 날은 나 혼자 동물들을 사냥해야 해서 괜시리 화가났다.

···물론 혼자서도 가볍게 잡을 수 있지만.

아무튼, 아빠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를 구원해준 것은 맞다.

맞긴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다.

불쾌한 눈과 분위기가 너무 다른 밝은 모습.

그냥 그 모습이 너무 싫다.

기분나빠···


오늘 아침에도 또 멍때리다가 고기를 태워먹을 뻔 했다.

대체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 지···

점점 커가면서 보이는 아빠의 우둔한 모습이 싫게 보였다.

이런 내 생각을 들으면 어떤 이는 '은혜도 모르는 년' 이라고 할 터.

그럼 너 한테 물어볼게.


'어릴 적 너를 구해준 게 숲에서 자주 만나는 잡몹... 그래, 고블린이라면?'


고블린은 지능이 떨어진다.

멍청한 것들은 성욕만 넘쳐난다.

뭐, 너를 구해줬다고 해도 자기의 꿍꿍이가 있다거나, 그저 우연일 뿐이겠지.


······로즈랑 고블린은 다르지 않냐고···?


내 눈에는 같아 보이는 데?

성욕이 넘쳐나는 것만 빼면.

아빠도 꿍꿍이가 있어보이니까.

아마 나를 어떻게 해볼 수작이겠지.

나한테 마법을 알려준 것도 뭐 어디 서커스 같은 곳에 팔아치우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는 일이다.

집안일을 알려준 건 노예로 팔려고 그런 걸 수도 있겠네.

나 같은 엘프는 비싸게 팔릴 테니까.


···아무튼, 그냥 그렇다고.

아직 까지 나한테 이상한 짓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그냥 믿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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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먹고나면 이브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

강가에 들려서 물도 좀 떠오고, 들짐승도 잡고···

혼자서 사냥을 나갔을 때는 집에 돌아오면 어느 덧 해가 떨어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브와 함께하면 금방 끝났다.

이브의 재능은 정말 엄청났다.


들짐승을 사냥하는 데 쓰는 마법은 하위급 마법은 얼음화살.

직접적인 데미지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맞은 대상의 움직임을 둔화 시키는 마법이다.

···그런 마법으로 들짐승들의 머리만 콕콕 맞춰서 죽이는 게 문제지만.

보통 얼음화살은 둔화마법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브한테는 강력한 화살이었다.


아마, 이브의 친부모가 그녀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엘프들의 나라에서도 정말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지도···

이런 인재를 나 같은 놈이 길러서···


"아빠, 돌아가자."


"응? 벌써 다 잡은 거야?"


"응."


이브는 중위급 마법인 염력을 사용하며 들짐승 네 마리를 들고 있었다.

염력의 힘은 사용자의 힘과 동일한데···

진짜 괴물이구나··· 이브는.


"역시 이브네! 에헤헤... 나는 아무 것도 못 잡았는데에..."


"빨리 돌아가자."


"응!"


집으로 돌아가는 나와 이브.

어릴 적에는 나와 걸음을 맞추던 이브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를 앞질러 가버렸다.


"아휴... 빠르기도 하지..."


나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빠른 걸음으로 이브를 따라갔다.

그러던 그 순간.

등 뒤에서 괴랄할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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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몬스터인 것을 짐작하고 영식을 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눈 앞에 있던 것은 거대한 포탈과 그 앞에 서있는 남녀 엘프 두 명이었다.

나는 상상치도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리던 영식을 끄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이 곳은 인간의 지역입니다."


여자 엘프가 차가운 시선을 보내며 말을 꺼냈다.


"금방 떠날거다. 인간."


등에서부터 소름이 올라왔다.

말이 끝나자 마자 남자 엘프가 내게 질문했다.


"혹시 그대가 로즈 라테아 인가?"


"···네. 맞습니다만.."


두 엘프의 표정이 굳었다.

위험했다.

엘프는 인간보다 훨씬 세다는 것 쯤은 길가다 보이는 3살짜리 꼬맹이한테 물어도 알고 있는 상식.

그런 엘프가 둘이나 있다니. 만약 나를 해코지 한다면··· 아마 나는······


"아빠, 무슨 일이야?"


뒤를 돌아보자 이브가 내게 다가왔다.

분명 꽤 거리가 있었는데···

나는 여느때보다 침착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이브에게 말했다.


"이브, 내 뒤에 있어."


"응?..."


나는 오른손을 대각선 아래로 뻗고 몸을 살짝 웅크렸다.

그런 내모습을 보던 남자 엘프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리고는 한쪽속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아. 걱정하지 말게. 그대에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

이 몸의 이름은 카시안 루엘. 카시안이라고 부르게나.

그리고 이 여인의 이름은 세나 디셈버. 내 아내일세."


그 말을 듣고 한 층 안심이 됐다.

나는 자세를 고쳐서 정자세로 바꿨다.


"네... 카시안씨."


그래도 조금은 불편한 자리였기에, 나는 본론부터 들어갔다.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습니까?"


세나 디셈버라는 여인은 말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말은 카시안 루엘만이 이어나갔다.



"정확히는 그대 뒤에 있는 아이에게 있다네."


"···이브에게 말입니까?"


"맞아. 우리가 이브의 친부모거든."


"···예?"


어이가 없었다.

이브가 아기일 때 부터 버려놓고서는 이제와서 찾으러 오다니.

나는 최대한 분노를 누그리며 침착한 목소리로 카시안에게 말했다.


"설마 이제와서, 이브를 데려가겠다는 겁니까?"


"맞다네. 이름은 이브인가? 꽤나 어여쁜 이름이군."


그들은 이브에게 이름조차 짓지 않았다.

그러면서 뭐? 이브를 데려가겠다고?


"무슨 이유 때문에 데려가는 거죠?"


"그건 말해줄 수 없다네.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친부모니까.

내 새끼를 내가 키우겠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당신들은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브를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아빠. 내가 얘기 해볼게."


등뒤에 있던 이브가 나와같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서 표정을 보니, 그리 나쁜 표정은 아니였다.

그냥, 무표정이었다.

이브는 내 옆에 섰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당신들에게 가면 뭘 해주실 거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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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무슨 소리야 이브야...?"


아빠가 나를 바라보며 충격을 먹은 듯 말했다.


"그냥, 저 쪽 의견도 한번 들어봐야지."


"아...아니..."


카시안이 아빠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호화로운 생활을 약속하지.

몇 주 전부터 마법으로 너희들의 생활을 살펴보니, 많이 궁핍해보이더구나.

나와 세나에게 온다면 고생은 절대로 안하게 해주마."


"그걸 제가 어떻게 믿죠?"


아빠가 반박했다.

그리고 그 반박을 기다렸다는 듯, 카시안은 마법을 부려서 호화로운 저택과 마당 등등···

호화로운 풍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모든 것들이 내 소유다.

이정도면 증명이 됐는가?"


"·········"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할 말을 찾았는 지 말했다.


"···그래도, 양심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그렇게 잘살고 있으면서..."


"""이브를 왜 버린겁니까!!!"""


아빠가 화를 냈다.

이정도로 화난 아빠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빠의 표정은 마침내 죽어있는 두 눈과 맞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빠가 다른 사람 같아서 두려웠다.

자신의 계획이 꼬여서 그런 건가···?


"그렇다면 자네는?"


"뭐요?"


"자네는 이브를 데리고 풍족하게 살지도 못하면서.

부모라고 할 수 있는 건가?"


"······"


아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떻게 됐든, 그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을 깬 것은 카시안이었다.


"그렇게 인정을 못하겠다면 나와 승부하지 않겠는가?

대련에서 자네가 이긴다면, 이브를 포기하도록 하지."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시안··· 아니, 친아빠를 따라간다면.

사냥도 안해도 되고··· 넓은 저택에서 호화롭게 살 수 있다···

나는···


"좋습니다."


뒤에서 로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반드시 지켜줄테니까. 물러나 있도록 해 이브."


로즈의 몸에서 검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뜨거운 사내로군."


아빠는 꽤 넓은 결계를 치며 말했다.

로즈와 아빠만 들어갈 수 있는 듯 한 결계였다.

아마 안에서 일어나는 충격을 엄마와 내가 받지 않도록 친 것이리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진지함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로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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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엘프를 이길 수 없다.

그런 사실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딴 사실따윈 내가 바꿔버리겠다.

카시안 루엘이 친 결계도 있으니, 나의 전력을 다해서 그를 상대하리라.


더 이상, 무언가를 잃기 싫다.


나는 재빠르게 영식을 그려 나갔다.

상위급 마법이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을 사용하기 전, 연습했었던 마법인데. 다시 꺼낼줄은....


3분간 사용자의 마력을 대폭 상승 시켜주는 버프.

하지만 3분뒤에는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10분간 있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어차피 장기전은 승산이 없다.


나는 수많은 하위급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버프로 인해서 아마 중위급 까지 올랐으리라.


부유를 사용해 하늘로 올라간 다음

바람, 흙, 불, 물, 얼음, 번개 원소를 모두 사용하여 허공에 칼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카시안 루엘 에게로 칼들을 날리며 나도 그에게 돌진했다.

···손에는 중위급 얼음마법. 서리 건틀렛을 끼고.


카시안 루엘의 대응은 정말 가벼웠다.

그저 염력하나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수백개의 원소가 담긴 칼들을 쳐냈다.


상관없다. 직접 카시안 루엘 에게 타격을 가하면 그만이다.

정말 빠른속도로 카시안 루엘 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내 주먹은 카시안 루엘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는 중위급 마법인 염력 하나만으로

나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그리고 여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성급하군.

그렇다면 나도 살짝 성급하게 대해주도록 하마."


그의 말을 끝으로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지만, 

마치 사지가 전부 강한 밧줄에 묶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

카시안 루엘이 말했다.


"포기할건가?

지금 포기하면 아픈 꼴은 면하게 해주도록하지."


씨발년이···

나는 이를 꽉 물며 대답했다.


"좆까십쇼."


카시안 루엘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분노로 일그러졌다.

정말 순간적이여서 나만 알아차렸으리라.


"정말 귀찮은 사내군."


나는 결계와 땅을 오가며 계속 패대기 쳐졌다.

아프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


몇번이나 내동댕이 쳐졌을까.

그는 마침내 염력을 풀었다.

나는 쓰려져있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이제 포기할건가?"


"······"


아직, 버프는 남아있다.

그리고, 꺼지지 않는 불꽃, 그래.

『과오』가 남아있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른속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영식따윈 필요없다. 

그 마법을 완전히 이해하고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그리지 않아도 됐다.

버프가 있는 지금이라면, 과거와 같이 폭주하지 않으며.

나는 그 누구보다 이 마법을 잘 알고 있다.

몇백번, 아니. 몇천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아주 작은 불길로도,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과오』

이것으로 전부 끝내겠다···


다리에 걸어놓았던 부유가 남아있었다.

부유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그에게 빛처럼 날아갔다.


"""카시아아아아안!!!!!"""


카시안 루엘은 나의 돌발행동을 미처 예상 못했는 지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불을 맞추었다.








"""끄아아아악!!!!!!"""


같은 카시안 루엘의 비명소리가 들릴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멀쩡했다.


"···어...?"


분명 그에게 『과오』를 맞췄는데···?


"그것이 너의 전부였나보군."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나는 멍청하게 카시안 루엘을 바라볼 뿐이였다.

그런 나를 보더니, 그는 입을 열었다.


"그까짓 상위급 마법을 막는 일은, 우리 엘프들에게 있어서 식은 죽 먹기여서 말이야."


하···하하··· 장난이지···?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간 『과오』가 당신들한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야···?


"끄으으윽...!"


버프가 풀렸다.

아 맞다, 이 버프는 3분동안 쓴 마나를 한번에 부담하게 했었지.

온몸이 찢어질 듯 아프다.

나는 쓰러진 채로 아무 말도 못하며 거친 숨을 내뱉을 뿐이였다.


"승부도 이제 끝이군."


카시안은 결계를 풀어냈다.


"이브, 이리로 오너라."


고개를 돌리자 이브가 보였다.


이브는 한쪽 눈을 찡그리면서 나를 바라봤다.

···왜 나를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거야···?

이브가 카시안에게 가기전,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

나는 남은 힘으로 악을 쓰며 말했다.


"···이브....가지.....말아줘....."


"로즈, 이제 그만해. 추해."


로즈라니···? 아빠잖아···


"···크흑...아빠....잖아...."


"이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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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는 전력으로 아빠에게 덤볐지만, 결국 이기지 못했다.

아까 비유했던 고블린 처럼, 정말 약했다.

내 눈에는 그냥 꿍꿍이가 많고 조금 똑똑한 고블린으로 보일 뿐이였다.

이런 고블린같은 인간과 더 있을 바엔, 종족도 같은 진짜 엄마 아빠와 함께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지. 


쓰러져있는 로즈를 뒤로하고, 엄마아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빠는 말했다.


"어서와, 이브. 정말 보고 싶었단다.

비록 추억은 없지만, 이제부터 쌓아가면 되는 일이니.

앞으로 행복하게 지내보자꾸나."


"네."


아빠는 익숙한 듯 영식을 그린 다음 포탈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아빠와 손을 잡고 포탈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