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regrets/89415253?category=%EC%86%8C%EC%84%A4&p=2 (탈 - 1)

https://arca.live/b/regrets/89437751?category=%EC%86%8C%EC%84%A4&p=2 (탈 - 2)

https://arca.live/b/regrets/89944945?category=%EC%86%8C%EC%84%A4&p=1 (탈 - 3)

https://arca.live/b/regrets/90661932?category=%EC%86%8C%EC%84%A4&p=1 (탈 - 4)


*초보 / 6천자 주의*

.

.

.


잊고 싶었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불협화음이 뒤섞여버린 모든 전주곡과 뒤틀려버린 변주곡을.


쓰디쓴 음색의 화합은 그들에게 있어선 잘도 어울려 보이는 듯 하였겠지만.


썩어 문드러진 감각에 귀조차 함께 묻혀버린 난 달랐다.


그들은 아침을 보고, 저녁을 보고 살아간다.


내게 흑색빛이 감도는 차디찬 구형 방은 끝없는 밤을 살아갔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다.


무자비한 폭력에 짙게 내리깔은 눈꺼풀을 몇번이고 올려봐도, 혼탁한 밤이 계속될 뿐이다.


그런 고문실 속으로 노래가 울려퍼졌었다.


아침을 알리는 노래가, 밤이 됐음을 알리는 노래가.


그저 밤일 뿐이리라 위로하던 내게 아침을 알리는 찬가는 단두대에 얼굴을 내민 자의 비굴한 괴성일 뿐이었다.


이젠 무엇도 익숙치 않았다.


그렇기에 망상은 배가 되었다.


이를 발판 삼아 가까스로 호기심을 살려냈다.


원초적인 호기심을 마음 속에서 커다란 종을 치듯이 울려댔다.


아침이 궁금하다.

밤이 궁금하다.

밥이 궁금하다.


그들은 언제 돌아오는가, 하며.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었던 손가락으로 허공에 허상을 그었다.


그런 수 많은 허상은 어둠속에서 퇴적되어 갔고, 이내 놀라운 층을 쌓아 굳혀지는데 이르렀다.


“...큭…”


사실,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흉내쟁이를 위한 선물을 생각해볼 뿐이었다. 


.

.

.


“찌익-!”


이윽고 수많은 퇴적물이 쌓여버린 하수구 속으로 쌀 가마를 가져온다 한들 몇십번이고 다녀가야 할 정도의 깨끗한 물을 흘려 보냈다.


나의 뒤로 약간의 흠집이 생겨버린 성검이 자잘한 파편과 함께 흩어지며 떨구어짐과 동시에. 


그 웅강한 자태의 분수를 마법으로 들어 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누나와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찍!”


끌어올린 물이 몇분이고 끊일 생각 않고 계속해서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자, 점차 조촐한 짐승짝의 울음소리가 더욱 가까이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찾았네…?”


그 후 동생과 누나를 불러 분수에 쏘아대던 마법을 멈추게 하였다.


이후 일어날 참극과 그 책임은 오로지 내 몫이었기에, 나는 입을 열었다.


“...누나, 그리고 동생.”


“응…? 오빠…?”


“왜그래 루이?”


“...칼로, 휘둘러서, 미안했다.”

“그때, 마구잡이로 휘두르면서 능멸하던 거, 더이상 안그럴거야.”


““...””


“응…?”


꽈악-...


바닥을 유심히 쳐다보기 위해 숙였던 하반신과 상체의 뒷부분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내 어깨에는 팔이 걸려오기 시작했다.


“히끅… 오빠…”


“루이이…” 


둘 다 그저 뒷모습만 내비치는 망나니를 끌어안았다.


그러곤 흐느끼며 짧지만 강한 대목을 흐리게 끊어가고 있었다.


“....나, 후회 많이 했어.”

“...”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끅… 어? 뭐.. 라고? 오빠?”


“루이?”


“아마도, 이건 내 마지막 인사가 될거야.”

“그러니까 말하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 좀 하자.”


““...””


“후우…”


.

.

.


내게 있어서 길고 긴 인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일목요연히 한순간에 터뜨린 뒤 사그라지면, 짧은 단막극처럼 누구나 수긍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후 내가 그들에게 부탁한건 그리 커다란 부탁은 아니었다.


말로만 불완전한 이별을 확고하게 이야기할 뿐이기에, 언젠간 다시 만날 수도 있다면서, 그저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아카데미를 같이 다니던 누나에게는 교장과 회장에게 때가 되면 내 소식을 전해달라 얘기하였고, 


아카데미를 다닐 예정인 여동생에게는 남은 가족과 용사에게 때가 되면 내 소식을 전해달라 얘기하였다.


“푸흡…”


무지몽매한 제안이다.


어떤 시제나 명제를 떠올려 봐도, 충분히 제지 당할만한 변수는 차고 넘쳤다.


그렇기에 난 더욱 온순한 모습으로 대해야 했다.


더 이상 번개에 맞을 준비를 하는 피뢰침처럼 시종일관 자해로 나를 에두르며 좋은 결과가 나오길 학수고대할 수 없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난 그들에게 칼 끝을 내 비치지 않았다.


그저 진심어린 것만 같은 조언과 불확실한 이별로 그들을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을 뿐이다.


“...크하하…”

“도착했네?”


어리숙한 반성이 끝나고 보니, 미리 준비해둔 우리 속 세마리의 쥐들은.


자신들이 결코 정상적인 공간에 도착하지 않았음을 알아챘다.


.

.

.


“찍… 찌익…”


“입 좀 열지? 주연이 바로 앞에 있는데.”

“니들이 연기한 주연.”


하염없이 찍찍대는 음성만을 남발하던 짐승짝에게,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칫.”


“빌어먹을 새끼. 망할 흑병만 제대로 뿌렸으면 넌 영원토록 시궁창 창남 인생이었어, 킬킬.”


이내 갑자기 돌변하는 쥐들이었다.


“...큭. 지랄하네.”


“찌익… 저런 아둔한 인간거머리 같으니라고.”

“너가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지 모르겠어????”

“뒤지면 우리가 잘못되니까 그 마법가루를 쓴거라고, 킥킥.”


그들이 뱉어낸 이야기가 당황스럽게 들려왔다.


“찍, 이제 알겠냐 인간?! 우리가 널 살린거야!”

“너가 왜 살아있는지 몰랐지? 당연히 몰랐겠지! 망할 가루를 흘려보내는 것도 눈치못채는 멍청한 인간~ 킥킥…”


지당한 말씀을 한다는 듯이 의기양양해진 한 쥐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


“특별히 그놈들이 데려가던 벌레한테 듬뿍 먹였어. 근데 넌 벌레도 잘 먹더라? 우리도 그딴건 안먹는데~”



“...이쁘지 않아?”

“찍… 뭐?”


“나머지 2명은 그냥 조용히 있을 생각인가 보네. 뭐, 너라도 계속 반응해봐.”


“...찍?”


“이 종이탈… 예쁘지?”


“...?”


“쓰면 괴물같이 보인데.”


“뭐라는거야, 찍…”


생쥐가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하나만 물어보자, 탈을 쓴 나는 인간일까? 아니면 괴물일까?”


“병신 머저리 망상장애 괴물, 찍.”


““큭큭…””


“음… 정답에 근접하기는 했어.”

“근데 오늘은, 특별히 바꿔보기로 했어.”

“탈을 쓰는 사람을.”


“...찍?”


“그때 그 쥐는, 단순히 내 머리카락을 먹은 것 만으로 인간이 됐었나봐.”

“...신기하지, 안그래?”

“그것도, 니들한테 조련 받은 거겠고.”


“...찍?…”


“그러니까 너희들도-”


탁-!


“쓰면 예뻐질거야.”


“...찌이익-!!!!!!!”


드르륵-...


쥐들을 가둔 우리 앞에 내려놓은 상자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크크큭…”


“찍!! 인간!!!!!!! 그건 안돼!!! 안된다고!!!!!!!!!!!!!!!!!!!!!!!!!”


“재밌겠다, 흉내놀이.”


“찌이이이익-!!!!!”


.

.

.


안녕하세요?


우리 가족인 오빠가 떠나고 글피 정도 지나고 말았어요…


오빠가 먼지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고 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범인을 찾아 떠났었던 용사와 그의 동료들도.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농성에 휘말렸던 선생님들과 회장이라는 언니도.


잠시 얼굴만 비췄었던 현자 할아버지도…


오빠가 사라져버린 소식에 아버지랑 어머니께서 다시 부르셨나 봐요.


그 와중에 전 아카데미 사람을 처음 봤어요. 많이 신기 하더라고요. 히히.


음…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랑 언니는 사람이 모인 틈에 이야기를 꺼냈었어요.


오빠랑 멀어졌을 당시에는 모르쇠로 일관했었는데, 이젠 숨길 이유가 없어졌죠.


더 붙잡았다가는, 오빠가 고통스러워 할 모습이 사뭇 눈가를 흘기듯 비춰져서…


…그렇게, 결국 이야기를 들었던 모두는, 그저 침묵하다가 돌아갔었어요.


그리고, 그 날에서 모레 정도 더 지났을 때였을까, 대저택 앞으로 커다란 상자가 왔었어요.


놀란 마음에 전 어머니를 불렀었고, 저랑 첫째 오빠랑 함께 거들어서 상자 내용물을 꺼냈는데.



상자에는 철창 우리 안에 갇혀있는 첫째 오빠가 있었어요.


헐벗은 채로, 입에 재갈이 물려지고, 그저 속옷 하나 걸친 채로.


어머니는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이내 쓰러지시고 말았고, 급히 어머니를 간병하겠다는 첫째 오빠의 뒷모습을 보다가…


어디선가 또다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듯 했어요.


이 우리는 어떡하죠…?


그리고, 아까의 비명소리는 뭐였을까요…?


아, 그리고, 우리 안에 들어있던 편지를 발견했는데, 나중에 같이 읽어봐야 겠어요.


오빠가 선물한다고 했던 것이, 이것일까요…?

 

.

.

.


““으아아악!!!!!!””


““꺄악!!!!””


“뭐야, 씨발!! 저거 뭐냐고!!!!!!!”


“아니…! 야. 다시 확인해봐…”


“으… 아욱! 씨바알!....”


“말이, 말이 안 되잖아!!!!”


“회장은 아파서 집에서 쉰다면서!!!”


“근데 우리 안에 들어있는 저 회장새끼는 뭔데!!!!!!!!!!”


“아!… 야, 근데 저기 안에 들어있는 편지는 뭐냐?”


“어? 뭐라고? 저거저거?”


“어어. 야, 꺼내봐.”


.

.

.


“흣챠. 됐다!”


“으읍!!! 으으읍!!!!!!”


“어어? 움직이지 마, 그러다가 병나.”


누군가가 몸을 들썩이며 재갈 밖으로 신음을 흘리고 있다.


“으으으으읍!!!!”


“흐흐… 건강하네?”


“으읍!!!!”


“그래서 어떤 것 같아?”


“영웅 새끼의 몸은?”


“으으읍!!”


계속 흘러 나오는 신음에 금방 적응이 되었다.


“뭐, 솔직히 안들어도 알 것만 같아. 내심 좋으면서. 큭큭…”

“...너도 몰랐겠지. 그렇게 좋은 것을 이제야 알고.”



흉내쟁이를 위해서 내가 줄 수 있던 선물은, 그들이 흉내낼 수 있는 매개체를 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흉내내기에 능했다.


그들의 수하가 최악의 결과를 나았을 지언정 단순히 머리카락으로 5년이라는 억겁의 시간을 모두를 대사기극의 주연과 조연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쉽게 풀린다.


나는 분명히.


내 형의 손가락을 뜯어 갔었다.


회장의 손때가 묻은 편지를 받았었다.


용사의 평생을 담은 성검의 파편이 내게 주어졌었다.


“큭…”


그렇게 되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사양 말고, 먹어.”


“찌이익!.... 욱... 우극… 꿀꺽…”


“...킥킥.”

“여기 안에 [진정] 마법 가루 수십포는 들어있는데.”


“찌익-!... 끅…! 키아아아아아악!!!”


그저 아무나 붙잡아 놓고서는 변조한듯한 목소리를 지녔던 쥐들은,


내가 먹였었던 그들의 흔적과 함께,


새로운 탈을 쓰기에 이르렀다. 


“[진정] 마법도 같이 들어있으니, 쉽사리 움직이거나 저항하지는 못할건데… 큭큭…”

“...아. 너를 위한 편지, 까먹을 뻔 했네…?”


.

.

.


[

수취인, OOO.


당신이 보고 있는 OO은 분명… 괴물일까요? 진실은 아무도 모르죠.

제가 괴물이라고 얘기한들, 과연 진짜 괴물이 맞을지도 의문이잖아요?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거, 밝혀내기까지, 원하는 만큼 괴롭히시면 되겠습니다.

이왕이면 박제도 재밌겠어요.

박제하면 보러 갈게요.

그럼 이만.

]


“…자, 용사 쥐야. 여기 우리 안에다가 넣어줄게.”


“으으읍!!!!!”


“성녀나, 용사가 보면 까무라치며 놀라겠구만… 제 2의 용사라니.”


난 분명 행복하다.


지금 시간을 난 행복이라 느끼고 있었다.


괴물인지 사람인지 모를 그런 탈을 쓰고서.


마침내 인간이 되버린 괴물을 위해서.


괴물같이 행동해버린 나라니.


“...자, 이제 너도 갈 시간이야. 직접 보내줄게.”


“으으읍!!!!!!!!!!”


“...결국 넌 나랑 상생할 수 없는 존재인걸 보니까, 난 괴물인가 보다.”

“지금의 넌 인간이니까 말이지. 큭큭…”


드르륵-…


.

.

.


[

후일담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머니, 아버지, 전 잘 있습니다.


이전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도시 속 배경을 보며 옆에 놓인 빵을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고 있습니다.


약간 딱딱하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편지의 결말부에 남겨놓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죠.


박제 실험은 해보셨나요? 만일 해보셨다면 보러 갈게요.


그리고…


그날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건, 어쩌면 정말 잘한 짓인 것 같아요.


여분의 칼을 준비하거나, 총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저로써는 이 순간 자체가 커다란 호의나 다름없어요.


알몸으로 보내버렸지만, 무탈히 배송에 성공은 하였으니, 저로썬 이 상황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두분에게만 살짝 귀띔해 드리자면, 그런 식으로 우리에 갇혀버린 놈들은 진짜 쥐 맞아요.


음… 할 말은 다한 것 같아요.


지금으로써는 전 좀 쉬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아카데미 회장님이 주셨었던 편지의 일부분이나 읽으면서 산책이나 하고, 이런 삶도 나쁘지는 않네요.


근데 어머니.


그걸 아셨어야죠.


제가 그날 어머니의 손가락을 왜 물어 뜯으려 했는지.

]


END.


.

.

.


*후기*


와...!

여기까지 와주셨다면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