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너의 사진을 봤을 때 나는 그리 좋은 반응을 해주지는 못했다. 이미 우리 가족은 엄마와 아빠, 나와 동생, 그리고 멍청하지만 귀여운 녀석들 셋이 함께 살고 있었으니까.


그 녀석들을 키울 때 내가 잘 키울 거라고, 내가 다 관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런 일들은 어느샌가 잊혀지고 번거로운 일들은 모두 엄마가 도맡아했기 때문에 내 마음 속 어딘가 숨어있던 죄책감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느샌가 키울 수 있으면 키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버렸다. 너도 데려와서 키우고 싶다는 동생의 어리광과 아빠의 설득에 나는 그저 '그럼 엄마가 힘들잖아'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대며 슬그머니 엄마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결국 우리는 너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우리도 엄마를 도와 애들 관리를 잘 하겠다는 조건으로.


그래, 처음에 너는 옷장 뒤에 숨어 너를 만지려는 우리의 손을 솜방망이 같은 너의 앞발로 쳐내곤 했었지.


그래, 처음엔 너가 사람을 잘 따른다며 참 좋아했었지.


그래, 우리는 너가 그 늙고 병든 몸으로 침대를 처음 오르내렸을 때 정말 좀 몸이 좋아진 것 같다며 좋아했었어.


너는 참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항상 우리의 손길을 좋아했다. 소파에 앉아있기도 했고, 집 이곳 저곳을 아픈 몸을 이끌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언제나 우리가 쓰다듬어 주면 골골거리며 눕고 애교를 부렸다.


참 예뻤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널 진심으로 대해주지 못했다. 아니지,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너는 이전 주인에게 학대를 당하고 버려졌던 탓인지, 아니면 원래 그랬던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늙어서 그런 건지, 참 아픈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너의 몸을 보는 우리는 그저 동정심으로 너를 기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몸이 아프고, 똥 오줌을 잘 못 가리고, 이미 키우던 셋만큼 예쁘지도 않았고, 다른 애들만큼 오래 보지도 않았다. 갈수록 늙어가니 귀엽게 뛰놀지도 못하고, 점점 더 병들고, 병원을 다니고, 결국 돈이 많이 들다보니 다른 애들만큼 너를 사랑해주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아빠가 '저 녀석 오래 살긴 힘들겠다. 저 아이 가면 애기 고양이라도 데려와야겠어'라고 말했을까. 나도 어렴풋이 너가 떠나가더라도 슬피 울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눈물이 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전부 착각이었다.


너와 함께하던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너의 경직된 몸을 보니 생각이 멈췄다. 동생은 울고 엄마는 절규했다. 아빠조차도 너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는 너를 수건으로 감싸 엄마의 품에 꼭 품고 있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핸드폰으로 불경을 틀어놓고 엄마는 끝없이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너는 눈 하나 깜빡하지 못하고 그 연약한 숨만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모두가 정신없이 눈물을 흘리고 물을 먹여봐도 너는 꼼짝없이 그대로 멈춰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정신없던 2시간이 지나고 12시 10분쯤 너를 꼭 안고 있던 엄마가 더욱 세게 품에 안으며 서럽게 울었다. 몸은 차갑게 식었고 간신히 쉬던 그 숨결조차 멎었다. 그래, 너는 우리를 떠난 것이었다.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너와 찍었던 사진이 얼마나 되었을까, 너를 들어서 안아줬던게 몇 번이었을까. 항상 다른 애들만 이뻐하며 너에게 해준 것은 거의 없었다. 너를 더 이상 쓰다듬을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오고 너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절규했다.


너는 다른 어떤 아이들보다도 사랑이 필요했을 텐데, 결국 너는 끝까지 우리의 온전한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너가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가족이었다. 애완동물도 다른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 그 자체였다.


사랑을 모르던, 이별을 모르던 나도 이제 깨달았다. 한 생명을, 가족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 것을.


너를 떠나보내고 너무 힘들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너를 우리의 온전한 가족으로서 대해주지 못하고 너가 필요한 만큼 사랑해주지 못해서. 그냥 너무 미안해서, 그냥 너무 보고싶어서, 그냥 너무 사랑해서 너무 힘들다.


어제 너를 바닷가에 뿌려주고 왔다. 그 가루가 너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양이 적어서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샤샤, 이젠 떠나가거라. 고통스러웠던 이번 생은 뒤로하고 떠나가라. 너가 가는 그 길을 우리는 축복해주겠다. 너무 미안하다. 너무 보고 싶다. 너무 사랑한다.


혹시, 혹시, 혹시라도 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와줘. 그래서 딱 한 번만 너도 우리를 사랑한다고 보고싶었다고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 그리고 내 품에, 우리 가족의 품에 안겨 편안하고 평화로운 낮잠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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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소설 탭에 올리는 게 맞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올려봅니다. 제 필력도 구리고 여기에 이런 글을 올려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후회는 맞으니까 올려봅니다. 문제되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