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싸리나무로 만든 빗자루는 만든지 얼마 안된 까닭인지 낙엽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전부 쓸어버렸다. 가게 앞은 말끔해지고 후갑은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몰론 이걸 자식 놈들에게 말한다면 가게 앞에 나무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데 하루에 꼴랑 수십개나 되는 낙엽 치운다고 청소한 티 내는게 아니고 가게 안을 정성껏 청소해야 청소한 티 내는 거라고 뭐라 한 마디 듣겠지만 가게 안이야 내가 월급 준 종업원들이 치우는 법이다. 

암, 그렇고 말고,


쓰윽, 쓰윽,


낙엽들을 대강 차도로 쓸어버리고 싸리빗자루를 가게 대문 옆에 놔두고 그날의 영업을 끝내려는 찰나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형님."


"........."


후갑은 처음에는 못들은걸로 치고 그냥 가게 안으로 들어서려 했지만 이어서 부르는 목소리가 그를 기어코 붙잡고 말았다.


"아주버님... 제발..."


조용하고 나지막하지만 필사적인 목소리, 결국 후갑은 크게 한숨을 쉬며 돌아서서 그를 부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남동생과 제수씨가 애처로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그를 찾아왔는지 후병은 절로 짐작 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나지막하게 눈 앞의 부부에게 안으로 들어오기를 권했다.


".....그래, 들어와라."


후갑은 가게 안에 들어옴과 동시에 목소리 높여 종업원들에게 지금 당장 하는거 마무리 하고 바로 퇴근 하라고 외쳤다. 종업원들은 떨떠름한 후갑의 얼굴과 애처로운 부부의 얼굴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다는걸 느꼈는지 재빨리 외투를 걸치고 바로 퇴근 했다.


"사장님, 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


"......."


잠시후 식당은 술과 음료수가 들어간 쇼케이스 냉장고의 팬 돌아가는 소리와 싱크대 호스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아 적막에 빠져 들었다. 


'마실 것이라도 줘야겠지.'


후갑은 내심 저 두 사람이 왜 온건지 짐작이 가기 때문에, 그리고 동시에 그 뻔뻔함에 질리고 분노 했기에 그 둘에게 대접조차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이야말로 이 개 같은 악연에 어떤식으로든간에 종지부를 맺을 수 있다는 그런 느낌 때문에 그 둘에게 캔커피를 대접 했다.

맨 먼저 입을 연건 후갑이였다.


"만약 안사람이 오늘 손주 보러 안갔으면 너흰 여기 들어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


그 말에 남동생 부부는 절로 몸을 떨었다. 억척스럽고 우악스럽지만 그래도 사람간의 도리나 예의는 깍듯이 하였기 때문에 인망은 넘쳤던 형수/형님이라면 두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열화 같이 화를 내며 소금이니 찬물이니 뭐니 물을 뿌리고도 남을 사람이였다. 두 부부는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 진실로 운이 좋다고 생각 하였다.

그러나 이어질 상황을 본다면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 너희들이 찾아온 이유. 후붕이 때문이지?"


".......예......."


남동생의 대답에 후갑은 입을 열어 바로 대답 했다.


"너희들도 sns 니 뭐니 하고 있기 때문에 후붕이가 요새 뭐하고 다니는지 알고는 있겠지. 그런데 나는 그래도 후붕이한테 알려주지는 않으련다. 너희가 만나기를 원하는 걸 말이야."


"아니ㅡ, 형님! 그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아, 아주버님!"


후갑의 대답에 발끈하는 남동생 부부. 그러나 곧이은 후갑의 분노에 둘은 금방 입을 다물어야 했다.


쿵!


"애시당초! 자기 친 아들의 전화번호도 모르는 놈들이! 뭘 너무한다는거야?!"

"내가 후붕이 핸드폰 사줄때! 난 알려줬어! 근데 그걸 기억도 못하고 이제와서 연락도 못하는 놈들이! 엉?!"


후갑은 이제 꺼름칙한 얼굴에서 오로직 분노로만 가득찬 얼굴이 되었다. 그는 눈 앞의 저 가증스러운 남동생 부부를 쫒아내고 싶었지만 천성이 모질지 못해 씩씩 거렸다.


"참 한심하다 이 새끼들아... 나랑 여동생들이 너희들한테 그토록 뭐라 했을때는 후순이, 태어나면서 희귀병 앓다가 병원 밖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딸내미가 눈에 밣힌다더니 이제는 눈에 안 밣히디? 그래서 후붕이 찾는거냐? 이제서야?"


그러자 남동생은 얼굴이 새빨개진채 후갑에게 항의 했다.


"혀, 형님.. 너, 너무 합니다! 후, 후순이 얘기는...!"


"이 미친놈아! 나도 이런 말 하기는 싫었어!"

"그런데! 니 딸 후순이 죽은게 몇살이야!? 6살이지!? 그때 후붕이는 8살이였고!!!"

"처음에는 말이다, 나도, 후병이도 후진이도 그런 너희들을 보면 안타까워 했어. 그래서 후순이 병간호 하느라 후붕이 돌볼 틈도 없는 너희들을 대신해서 우리가, 나랑 마누라가 후붕이 맡기로 했고."

 

"........"


"........"


"후순이가... 기나긴 투병 끝에 죽었을때는 우리 남매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안되긴 했지만 너희 부부가 이제 후붕이에게 다시금 사랑을 쏟을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고,"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했냐?" 

"XX병 가족들 모임에 참여 하지 않았나?"

"거기까지는 좋아."

"그런데 너는 후붕이는 우리한테 맡기고 우리가 뭐라 하든 죄송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두 마디만 반복하면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지 않았나?" 


"장장 20년 동안!!!!!!!!!"


"내가 TV에서 그런 너희들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뭔지 아냐?"

"저 두 사람한테는 아직 한 아이, 건강한 자식이 있습니다!!!!!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였어."


"........"


"........"


"근데 나나 남동생이나 여동생이나 마누라도 아무 말 하지 않았어. 왜냐면 우리들은 너희들과는 달리 자식을 잃지 않았으니깐. 너희 두 사람의 상실감이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으니깐."

"그런데, 그런 마음도 날이 갈수록 절로 희미해지더라."

"안부 인사 겸해서 후붕이 시험 백점 받았으니깐 전화 좀 해줘라. 후붕이 이번에 졸업하니깐 참여 좀 해줘라. 후붕이 이번에 입학 하니 얼굴 좀 비춰봐라. 명절이니깐 친척 모이는 김에 후붕이랑 이야기 좀 해봐라."

"근데 너흰 어쨌냐? 온종일 후순이, 후순이, 난치병, 난치병, 희귀병, 희귀병, 시민단체 시민단체.........."

"너희들은 후붕이란 아이를, 존재조차 깨닫지 못한것 같다고 생각 했다."


그 말에 남동생 부부는 사색이 되며 항변 했다.


"아, 아니 형님! 그건 아닙니다!"


"아주버님! 아무리 그래도 자식인데 저희가 그럴 일 없잖아요!"


남동생 부부의 항변에 후갑은 이죽거리며 한 마디 했다.


"그래? 그럼 후붕이가 어느 대학교 갔는지 말해뵈. 아니, 학과라도 말해보렴. 언제 입학 했니? 언제 졸업 했니?"


"........"


"........"


부부는 또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부부는 얼굴을 쌔빨갛게 물들인채 고개를 푹 숙이며 소리 없는 울음을 터트렸다. 허나 후갑에게는 이 모든게 정말로, 진심으로 가증스러워 보였다. 후갑은 담배를 꼬나 물며 말했다.


"재작년에... 후순이 목숨을 앗아간 희귀병, xx병이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숫제 폐렴 같은 수준으로 위험도가 낮아졌다는 뉴스를 보았다. 자연스레 xx병 모임은 사라지고... 너희 부부는 강연에 불러 다닐 일도 없고... 그러다보니 적적해진 끝에 이제서야 후붕이가 생각 나니깐 날 찾아온거다... 이거구나?"


후갑의 말에 두 부부는 그제서야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자신의 추측이 정답임을 깨닫게 된 후갑의 입장에서 부부의 울음소리는 아주, 아주 역겹게 들려왔다. 그는 난생처음으로 혐오감이 들었다. 

후갑은 경멸감에 가득찬 두 눈으로 남동생 부부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서야, 이제서야다. 모든게 다 끝난지 오래야. 너희들이 그놈의 강연 놀음에 빠져들 동안 후붕이는 초등학교 졸업 했고 중학교 졸업 했고 고등학교 졸업 했고 군대 제대 했고 대학교 졸업 했고 회사 입사 했고 평생의 동반자와 사랑 했고 결혼 했다."

"그런데 너희 두 사람은 그 기나긴 시간 동안, 후붕이와 같이 있어주지도 못했구나."


"........"


"........"


후갑의 말에 부부는 얼굴을 아주 새빨갛게 물들인채 그저 말없이 눈물만을 뚝뚝 흘렸다. 후갑은 담배 꽁초를 재떨이에 비비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 했다."


"이제 너희에게 더이상 아무 말 하지 않으마. 대신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겠다.



이제 더 이상 후붕이 인생에 얼굴을 들이대지 말아다오.



그리고 그게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구나."


 

후갑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부는 한참동안 말없이 울더니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이상은 아무도 몰랐다. 다만 5년후 후붕이에게 적잖은 유산이 건네졌을뿐이였다.

후붕이는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글을 쓰게 된 모티브


【2ch 막장】남동생이 선천적 난치병으로 죽었다. 


이 썰 보고 치정사실이 아니더라도 가족후회물이 뭔지 절로 깨달음.

이 대회가 후챈 첫 대회인지는 모르겠는데 대회 개최 하자 절로 떠오른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