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이 지난 거리의 일각은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정말이다! 그 녀석은 우리를 도망치게 하기 위해 희생한 거야!」



남자가 큰 소리로 말한다.

공허한 눈을 한 소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약초를 찾으러 숲에 들어왔을 때 우연히 그 녀석을 만났어. 그러다가 숲에서 매우 거대한 마물이 나온 거야. 녀석은 나와 이 아이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그대로... 젠장! 나에게 좀 더 힘이 있었다면 그 녀석을 도울 수 있었을 텐데」



진심으로 분한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도 남자는 매우 기분 좋았다.

그 방해되는 소년을 배제하고 자신은 마침내 이 소녀를 『손에 넣은』것이라고.



「그 녀석은 나의 영웅이다! 나는, 그 녀석의 고귀한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 『실례하겠습니다』」



여전히 큰 소리로 떠드는 남자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방울 소리와 함께 시원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목소리가 나는 쪽을 보면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


『절세의 미녀』 


그렇게 불러도 좋을 그 여자는 두 팔로 소년을 껴안으며 조금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나라에서는 낯선 옷치림이지만 몇몇 사람은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비단처럼 아름다운 검은 머리카락은 묶지 않고 바람에 나부끼게 두었지만, 흰색의 히하카마를 착용하고 치하야를 걸친 그 모습은 동방의 나라에서 「무녀」라 불리는 자들이 입은 옷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여자의 미모나 옷이 아니라 그 팔에 안겨 있는 인물이었다.


남자와 목소리가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와서 걸음을 멈추면 그에 맞춰 방울 소리도 그쳤다.



「당신에게 도망치라고 한 『그 녀석』 은 이 아이를 말하는 건가요?」



팔 안에서 편안한 숨소리를 내고 있는 소년을 시선으로 가리킨다.



「어, 어째서 그 녀석이 살아 있어! 마물에게 먹혔을 텐데!」



남자가 소리친다.



「살아날 리가 없어! 그 마물은 이 거리의 전력을 전부 모아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정도의 마물이었을 거다!」

「그런가요? 하지만 그 정도의 마물이라면 이 상태에요」

「뭣! ?」



여자의 말과 동시에 공중에 거대한 그림자가 떠오른다.

그림자가 상을 맺자, 거대한 마물의 사체가 땅울림을 내며 떨어졌다.



「실례했습니다. 좀더 조용히 내렸어야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마물에 주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여자가 빗나간 사죄를 입에 담는다.



「이미 죽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소란 속에서도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에 마물이 숨이 끊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주위가 침착함을 되찾는다.


 




땅울림에 반응하며 공허한 눈이 시선을 올린다.



「...에?」



시선 끝에 그 때 본 거대한 마물. 하지만 그것은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다.

시선을 돌리면 마물 옆에 서있는 여자가 한 명. 그리고 그 팔에 안겨 있는 것은...



「!!」

「앗! 아앗!」



어깨를 감싼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한다.

소년이 있었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만의』 『특별한』 『소중한』 소년.


소년의 이름을 외치면서 달려나갔다.

손을 뻗는다.

하지만


 

「멈추세요」


 

상냥하면서도 유무를 가릴 수 없는 강한 목소리에 다리가 멈춘다.

 


「당신에겐 이 아이의 이름을 부를 자격도, 만질 자격도 없어요」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상냥하지만 단죄는 가차없다.


 

「당신은 이 아이를 저버렸어요. 아니...」


 

시선을 소녀에게 돌린다.

거기에는 식은땀을 흘리며 굳어있는 남자가 있었다.


 

「당신들이 이 아이를 『죽인』 거니까요」


 

사람들은 조용했다.

남자는 소년이 두 명을 도망치게 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이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여자는 두 명이 소년을 죽였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두 사람의 말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기에 서로 얼굴을 바라본다.



「이 자리의 대표나 책임자 분은 계신가요?」



주위의 동요를 신경쓰지 않고 여자가 묻는다.

그 목소리에 화답해 남자가 소속된 조합의 대표자가 걸어 나온다.



「내가 대표자이지만, 그쪽은?」

「어머?」



조금 난처한 얼굴을 하고 여자가 가볍게 인사한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신분을 밝힌다.



「저는 동방에서 하나의 마을을 이끄는 자. 성씨는 『시즈키』 이름은 버리고 『천좌 아마쿠라』 로 호명되는 자입니다」

「시...즈키...라고?」

「네. 그리고 이 아이는 틀림없이 시즈키의 피가 흐르는 사람입니다」

「뭣!?」



책임자는 말문이 막혔다.

동방의 시즈키라면 두 개의 전설과 함께 타국까지 그 이름이 알려져 있으며, 권력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으면서도 당대의 권력자조차도 두려워하는 일족이기 때문이다.


 

가라사대



『시즈키는 인외의 힘을 조종한다』

 


가라사대

 


『시즈키의 분노는 후대까지 저주한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저 말은 지금도 확실한 현실로 전해진다.


몇 년 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시즈키의 여아를 폭행하고 행패를 부린 어느 귀족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귀족의 일족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정확하게는 귀족과 그 피를 이은 사람이 말이다.


귀족의 늙은 부모님은 용서받았다.

타 가문에 시집갔던 귀족 영애와 그 아기는 이 세상에서 퇴장당했지만 남편인 사람은 용서받았다.

후계자인 아들과 그 아이들은 삶의 무대를 내려왔지만 그 아내는 용서받았다.


다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묶인 채 눈을 감는 것도 돌리는 것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와 남편과 아내가 그 목숨을 잃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시즈키에게 행한 어리석음을 후세까지 전해라』


 

저 말과 함께.


 

대응을 잘못할 수는 없다.

책임자의 목이 긴장으로 울린다.

스스로를 『시즈키』 라고 이 여자는 자칭했다.

게다가 『천좌』 라면 시즈키의 장으로서 시즈키에서 가장 강대한 힘을 가졌다고 하는 존재다.



「시즈키의 장을 자처하는 •귀녀가 이 거리에는 무슨 용건으로 오셨소?」



그 마물을 쓰러뜨렸노라고 이 여자는 말했다.

이 여자의 가는 팔로 그 일을 행한 것도 이 여자가 시즈키의, 그것도 천좌라는 것도 당장은 믿기 어렵지만 마물의 사체가 눈 앞에 있는 이상 적어도 그것을 이룰 수단은 있다는 것이다.

대응을 잘못하여 역정을 사면 그 힘이 자신들에게 향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날 찾아야 할 정도의 일이라면 내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지」



겉으로는 애써 냉정한 것처럼 말을 고른다.



「송구합니다」



여자가 다시 인사를 돌려준다.



「저는 두 가지 일을 하러 이곳에 왔습니다. 하나는 이 아이를 데리러」



팔 안에서 자는 소년에게 미소짓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아이의 원수인 거기의 남자를 심판하러」



그때까지의 따뜻함을 잃고, 얼음 화살과 같은 시선이 남자를 꿰뚫는다.



「무, 무슨 말을...」



남자는 반론하려 했지만 그 시선에 삼켜져 만족스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조금 전 당신은 『이 두 명이 소년을 죽였다』라고 말했소. 하지만 이 남자는 소년이 『스스로 자진해서 두 명을 도주시켰다』라고 하고 있지.  뭔가 알고 있다면 그걸 먼저 들려주시오」



지극히 상식적인 제안에 여자는 그 시선을 거두고 책임자에게 미소지었다.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 남자는 숲 속에서 우연히 이 아이와 만난 척한 뒤 참언으로 이 아이를 마물의 거처로 유인했고, 마물이 나타나자 이 아이에게 부상을 입힌 후 마물 앞에 내밀었습니다」

「바,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초조해진 남자가 소리를 지르지만 마치 들리지 않는 것처럼 여자는 말을 계속한다.



「그리고 뒤이어 그 자리로 달려간 그 소녀는 마물에 질려 그 남자의 참언에 따라 둘이서 손을 잡고 도망쳤죠」



『이 아이를 버리자』



「단지 그것뿐인 이야기입니다」

「하, 하지만 이 남자는 왜 그런 일을...」



책임자의 의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는 대답한다.



「그쪽의 남자는  아무래도 그 소녀를 연모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그 소녀의 옆에 자신이 있기에는 이 아이가 방해였다, 그런 거죠」



자주있는 이야기,라고 여자는 말한다.



「자, 그러면 여기서 이 자리의 책임자인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에게 불합리하게 죽음을 주려고 했던 이 남자를, 당신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맡길 수 있는 판단.



「그,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을 뿐이오. 그것은 이 남자의 주장도 마찬가지지만. 나로서는 그 소년의 이야기도 듣고 싶소만」

「필요 없어요」



실로 지당한 제안이긴 하지만, 여자는 잘라 버린다.



「제가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들은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 어떻게 판단 하실지는 자유입니다만, 당신들에게 그것을 증명할 의무도, 믿어주실 필요도 없습니다」


 

고한다.



「하, 하지만, 그러면 너무나 일방적인...」


 

여자가 말한다.



「그런 이야기는 시간 낭비입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마을로 돌아가, 이 아이의 상처 받아 지친 몸과, 무엇보다 마음을 편히 쉬게 해 주고 싶어요」


 

대화도 논의도 필요 없다고.



「그래서, 그 남자의 처우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당신들이 그 남자가 옳다고 하는 거라면 저는 그냥 『시즈키』로 있도록 하죠」


 


다만 결론만을 넘기라고.


(이것이 시즈키의 모습인가)


책임자는 깨닫는다.

여자에게 사실은 이미 확정되어 논의의 여지가 없다.

여자는 그저 결론만을 구하고 제시된 그에 어울리는 결과를 보이라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는 양보도 타협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남자가 여자의 역정을 사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남자가 옳다고 판단했을 경우 여자의 노기는 우리에게 미칠지도 모른다.

비록 이 여자가 시즈키가 아니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 남자 한 명만 내밀면...


 

「알았소... 이 남자는 자격을 박탈하고 살인죄로 범죄 노예로서 매각한 뒤 그 대금을 소년에게 주도록 하지. 이건 어떻소?」

「뭐! ? 까불지 마!」



소외되어 있던 남자가 고함을 지르지만, 남자를 무시하고 이야기는 진행된다.



「대금은 괜찮아요. 그것은 당신들이 어떻게든 하시길」

「승낙했소. 이 약속은 나의 책임으로 반드시 이행하지」

「까불지 마! 까불지 말라고! 」



남자가 발광한다. 

조금 전까지 남자는 인생의 절정에 있었다.

그러나 이 여자가 나타난 뒤 순식간에 인생의 언덕길에서 굴러 떨어지게 됐다.

게다가 자신을 소외시킨 뒤 주장도 반론도 할 수 없는 사이에 자신의 남은 인생이 결정되어 버린 것이다.


이 여자가, 이 여자가 살려서 데리고 온 소년이 있었으니까...


 

「죽여주마! 너도 그 녀석도 죽여 버리겠어!」


 

남자는 허리의 검을 뽑아 여자와 소년에게 달려간다.


몇 걸음만 더 가면 이 녀석을 죽일 수 있다.

이 녀석을 죽이면 불합리하게 굴러 떨어진 자신의 인생도 좋아질 게 틀림없다.

여자가 그 마물을 쓰러뜨렸다고 말했지만, 이 여자에게 마물이 쓰러질 리가 없다. 기껏해야 많은 수하를 썼다든가 그 정도겠지.


그 수하도 이 주위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여자 한 명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이후에, 아직 눈을 뜨지 않는 소년도 죽이면 된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남자는 인생의 절정에 있었다


지만...


 

「으아앗!?」



갑자기 몸의 균형을 잃고 손도 대지 못한채 땅바닥에 쓰러진다.

안면 통증에 신음하며 일어나기 위해 손을 대려던 때, 『그것』을 깨닫는다.

 

통증은 없었다.

위화감도 없었다.

그리고.....


『양팔』이 없었다.....


 

「아... 아...? 으... 우와아아아앗!?」


 

남자가 소리친다. 남자는 착란했다.


잘리지는 않았다.

부서지지도 없다.

그렇다면 언제 잃어버린 걸까?


예전에 팔이 있었을 그곳은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상처 하나 없이 피부로 덮여 있었다.


 

「이 아이를 두 번이나 해치려는 팔은, 필요 없으니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그것』을 이루었던 것이라고 여자는 언외로 은근히 말한다.



「그 모습은 노예로서의 가치도 없겠네요」



착란한 남자를 마치 흥미가 없다는 듯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발길을 돌린다.



「그럼 여러분 안녕히, 가능하면 『시즈키』 로서 재회하지 않게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남기고 이 자리를 떠나려 한다.


 

「기다려!」


 

거기에는, 겨우 움직이게 된 소녀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뭔가요?」



여자가 발걸음을 멈춘다.



「그... 그러니까 그와 이야기를... 나... 그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매달리듯이, 짜내듯이.



「또... 또 함께!」



하지만


 

「필요 없습니다」



소녀의 호소는 돌아보지도 않는 여자의 목소리에 거절당한다.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여자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마치 그 키로 소녀로부터 소년을 지키는 것처럼.


 

「이 아이는 당신이 죽인 거에요? 당신에게 이 아이는 이미 죽은 사람 아닙니까?」

「다, 달라」

「아무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마물을 앞에 두고 그대로는 죽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이 아이를 버렸습니다. 이 아이가 살아 있는 것은 나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며 당신은 그 일에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설령 목숨을 이어간들 당신이 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 그치만... 그래도!」

「사죄를 포함하여 당신의 어떤 말도 이 아이에게는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이 아이의 무덤이라도 만들고 거기다 하세요. 그거라면 얼마든지 늘어놔도 자유일 테니까」



여자에게 소녀의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길가의 돌이 구르는 소리를 내었다고 해서 거기에 가치를 두는 것은 유별난 시인 정도일 것이다.



「이 아이와 당신의 이야기는 이제 끝났어요. 바로 당신이 그 손으로 막을 내린 겁니다」


 

분노도, 미움도, 연민도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길가의 돌멩이를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소녀를 슬쩍 쳐다 본 여자의 얼굴은


 

「스스로 무대를 내려간 •연자가 다시 이 아이의 이야기에 오르려고 하다니, 주제넘는 것에도 정도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용모는 그대로



「그와 같은 무례는」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가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


 

한순간만, 매우 무서운 것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의 모습이 방울 소리와 함께 사라진 후, 거기에는 소녀의 울음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히하카마: 일본의 무녀가 입는 바지

•치하야: 일본의 무녀가 걸치는 겉옷

•귀녀: 일본에서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

•참언: 거짓으로 꾸며서 남을 속이거나 헐뜯는 말

•연자: 일본어로 연기자를 뜻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