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고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하늘에서는 큰 비가 내리고 있다.


평소보다 더 최악의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요즘 자주 꾸는 그 악몽.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달아버렸던, 깨닫게 해줬던, 잃어버렸던 그 사람을..... 

잃고 나서야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 알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최악의 기분으로 먹는 아침 식사는 평소보다 더 맛없게 느껴졌다.

평소 입던 교복으로 갈아입고, 평소 챙겨온 장비를 들고, 오늘은 우산도 들고 아비도스로 향한다.

비가 쏟아져 걷기가 힘들고, 원래부터 잘 정비되지 않은 길이라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질 것 같다.

원래부터 낡았던 학교는 천둥까지 치는 바람에 마치 폐허처럼 보이기도 한다.

늘 그렇듯 들어가서 평소처럼 교실 문을 연다.


안에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어라? 아직 한 명 뿐인가?"


"........."


그곳에 있는 후배, 이자요이 노노미는 내가 온 걸 못 알아챈 건지, 아니면 나를 무시하는 건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 어라? 오늘도 왔나요? 자다만 가는 거라면 그냥 가셔도 괜찮아요~."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내가 싫증이 난 듯이 그렇게 말한다.

그저 농담인 줄 알았는데, 그 진심 어린 눈빛은 나를 진심으로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했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상냥하게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걸어주었는데...이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경멸한다.


"어 .......? 뭔가 ..... 내가 뭔가 ..... 미움 받을 짓을 했어...?"


"소중한 사람도 지키지 못한 주제에 잘도 뻔뻔하게 살아있네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의 마음을 잔인하게 찌른다.


“사람이 얼마나 뻔뻔하면 아직도 죽은 사람의 흉내나 내고 있는 건가요.”





어느새 나는 도망쳐나가듯 교실을 뛰쳐나오고 있었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고, 나는 발을 헛디뎌서 길거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하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다시 일어서서 어느 한 건물로 향한다.


계단을 뛰어올라 한 문 앞에 선다.


샬레 집무실, 선생님의 일터다.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네, 누구세요?"


대답을 하자 그는 문을 열어준다. 친절하고, 열정적이면서,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학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은인이자 소중한 사람.


그러나 곧 그가 나를 보자, 순간 그의 태도가 급변했다.


"뭐야, 너였냐."


"어........ 어?"


"하아, 나도 바쁘다. 자고 싶다면 그냥 자기 집에서 자지 그래?"


"별로 그럴 생각은......"


"그럼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거야?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놈은 그럴 가치가 없는 거라고."


평소와 다른 분위기.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악의가 담겨 있고, 마음속 깊이 나를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방해 돼."


쫓아내는 듯이 내뱉는 말이 내 가슴에 꽂힌다.


호흡이 빨라지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입에서 방금 전에 먹은 아침밥이 다시 올라온다.


"으윽, 더러워....."


경멸하는 듯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의 눈을 볼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내가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잃고 나서 자책해봤자 이미 늦었다. 

현실 도피를 하듯이 죽은 사람의 흉내나 내고 과거를 버린 것은 바로 나였다.

미안하다는 말 만으로는 나의 업보를 정리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나의 일상은 그저 한낱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지키지 못한 자에게 그럴 자격은 없으니까.


점점 의식이 희미해진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소망은 이뤄지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샬레의 소파 위였다.


"어.....라......?"


"호시노? 괜찮아? 땀이 엄청 많이 났는데."


"선....생? "


"호시노? 왜 그렇게 울고 있어?"


 방금까지의 일들은 꿈이었나보다.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경험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선생님을 끌어안고 말았다.


"무슨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이제 괜찮아. 당분간은 이대로 있어도 돼."


언제나 상냥한 나의 선생님, 소중한 나의 선생님이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이 사람만은 반드시 지킬거야… 다음 기회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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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373845


선생이 아니고 학생이 미움약을 마신 것 같은 글이길래 번역하면서도 되게 흥미로웠음.

번역하면서 좀 애매한 부분이 있길래 애드립도 몇 줄 추가하면서 의역도 해봤음....

(참고로 맨 위의 짤은 내가 직접 그린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