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인데 귀여운 그림과 끌리는 제목 때문에 한번 읽어본 적이 있는, 그 후에도 몇번씩 더 읽었던 책이야

이야기의 주인공, 거위 '가윈'은 왕궁 보물창고의 수문장을 맡고 있어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들도 그러한 '배질' 왕이 자신의 성품을 믿고 친히 수문장에 임명해주었지만 그는 이따금 생각에 빠지곤 했지
「예전처럼 살면 좋지 않을까, 집에 있는 연못에서 헤엄도 치고 약초밭도 갈며 농작물도 가꾸고, 왕이 좋아할만한 새 왕궁을 지을 계획도 세우고말이야」

…………


때때로 왕은 나랏일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심란하여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면, 보물 창고에 들러 마음의 드는 보석의 수를 헤아려 보곤 하며 긴장을 풀곤 했어
왕은 창고에서 재물을 내가거나 들여올 때마다 수문장인 가윈에게 알렸어
가윈은 왕과 대화하는 이런 짤막한 시간을 좋아하며 언제 다시 그런 때가 오나 기다리곤 했지

………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발생했어

보물 창고에 있는 루비의 일부가 사라진거야
근무 교대, 근무 중 어떤때에도 감시에 철저하며 신중을 가했는데도 말이야
보물 창고의 열쇠는 수문장인 자신과 배질 왕, 단 둘 뿐일텐데 이상한 일이었어

곧 배질 왕은 보물 창고의 보초병인 '하비' '가비' '웨트모어' 세 거위를 불러 심문을 했지만 모두 근무 중 이상이 없음을 시인했어

전문 열쇠장인까지 불러 보물 창고의 자물쇠를 살펴보게 했지만 자물쇠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

가윈, 하비와 가비, 웨트모어는 두 배, 세 배로 철저히 근무를 했어
지나가는 모든 동물을 세세히 관찰하고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

며칠 뒤, 보물 창고 안의 금붙이가, 얼마 뒤에는 진귀한 은장식들이, 그리고 가치가 매우 높은 캘리캑 다이아몬드까지 사라졌어

………

왕은 분노했어, 수문장인 가윈과 보초병인 세 거위를 불러 물었어
이들의 답은 모두 똑같았지

「임무에 충실했으며 밤에도 졸거나 잠드는 일 없이 감시에 철저했다」

수문장인 가윈은 근무를 하루에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렸으며 보물들을 세심하게 살펴보았지만 그럼에도 사라지는 보물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수가 없었어

사실, 왕은 가윈을 의심하고 있었어
그도 그럴것이 보물 창고의 열쇠는 자신과 가윈, 단 두 명만 가지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왕의 의심을 받은 가윈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

가윈은 자신도 모르게 왕에게 무례한 발언을 해

「...친히 진귀한 보물 몇 점을 옮기시고, 왕궁을 다스리는 중한 책임에 몰두하신 나머지 잠시 그리 하셨다는 것을 잊지는 않으셨는지요?」

왕이 부정하며 분노하자 가윈은 정신을 차리며 왕에게 사죄했어

………

왕은 중신들을 불러 모아 의견을 물었어

총리인 고양이 '애드리언'이 뻔하게 알고 있는 사실을 물었지

「열쇠는 누가 갖고 있습니까?」

왕은 자신과 가윈, 둘 뿐이라고 했어

총리는 왕의 대답을 듣고 보물 창고의 재질, 내부 구조, 자물쇠의 손상 흔적이 전무함을 말하며 왕이 보물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수문장 가윈 말고는 누가 있겠냐고 중신들을 둘러보며 말했어

왕은 단호하게 말했지

자신은 가윈을 아들처럼 사랑하며 자신만큼이나 믿는다고

이를 들은 애드리언은 얼굴에 질투의 빛을 띄우며 말했어

열쇠는 폐하와 폐하께서 총애하시는 가윈만이 가지고 있다, 폐하가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자는 가윈이 유일하다고

애드리언은 말을 마치고 자니로 돌아가며 말하지

「콰드 에라트 데몬스트란덤」



왕은 총리의 추론에 말문이 막혔어

왕은 중신들을 물리고 왕좌에 무너지듯 주저앉았어
믿기는 힘들지만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의견을 듣고 나니 의심이 생겨버렸어
왕은 혼란스러웠지, 마음 속에선 의혹의 그림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가윈과 이리저리 엇갈리며 점점 가윈을 믿은것에 대한 후회를 하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구심이 생겨나 생각을 거듭할수록 모든 것이 사실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어

………


이런저런 걱정으로 악몽에 시달리던 가윈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한밤중에 침대에서 끌려 나와 왕궁의 지하 감옥에 처넣어졌어
그 곳에서 제복을 압수 당하고 죄수복을 입게 되었지

가윈은 감방의 돌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이 어째서 이런 지하 감옥에 갇혀야 하는지 생각했어

「도대체 왜?」

날이 밝고 가윈의 집에서 보물을 찾는 수색이 벌어졌어
가윈의 일기나 지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 건물 청사진까지 모든 문서를 꼼꼼히 점검했으며
가윈의 집에 딸린 연못 바닥까지 샅샅히 뒤져봤지만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어

총리 애드리언이 제시했지

훔친 보물을 들키기 쉬운 곳에 숨겼을리가 없으니 재판을 열어 숨긴 장소를 알아보자고

왕은 동의했으며 가윈은 감옥에서 끌려나와 법정에 서게 되었어

재판은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되었어
가윈은 자리에 앉아 말도 안 되는 재판을 기다렸지

………


왕궁에 있는 모든 이들이 법정으로 몰려들었어
하나같이 가윈의 친구이거나 존경하는 이들이었으며, 몇몇은 가윈을 평생 알고 지내왔고 그런 만큼 가윈의 성품을 잘 이해하고 있었지

모여든 모든 이들은 같은 생각을 했어

「가윈이 도둑이라니, 그런 허튼 소리가 어디있어! 어쩌다 그런 누명을 썼는지 모를 일이지만 가윈의 명예만큼은 확실히 지켜질거야」

………


이윽고 재판이 시작 되었어

선서를 시작으로 가윈의 직책, 사라진 보물의 종류와 수량, 사라진 보물의 가치와 도난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책임

지칠대로 지친 가윈은 어떻게든 고개를 똑바로 들려고 애를 쓰며 대답 한 후, 시민들을 돌아보았어

모든 이들은 가윈의 말을 믿는다는 표정이었지
가윈은 시민들의 따뜻한 눈길에 용기를 얻었어

이어서 왕의 추궁은 계속 되었어
총리 애드리언의 의견과 증거에 기반한, 가윈의 입장에선 억측이나 다름없는 추궁이 계속 되면서 시민들 또한 점차 가윈을 의심하기 시작했어

추궁에 대한 답을 한 후 가윈은 다시 시민들을  돌아보았어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가윈의 눈길을 피하거나 무척 당황한 얼굴이었지

왕은 혐오스럽다는 듯 가윈에게 고함쳤어

「너는 이 왕국의 수치다!」

가윈은 왕이 내뱉은 이 한 마디에 얼어붙어 버렸어

이 모든 일이 현실일까? 아니면 내가 상상한 것에 불과할까?
가윈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어

「왜 다들 그런 눈빛으로 보는거야? 내가 무슨 죄를, 아니, 난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어. 난 아냐. 이건 나를 놀리려는 장난일 거야. 조금만 있으면 다들 몰려와 농담이었다고 말하겠지. 그럴 리가 없어.」

가윈은 친구들이 던지는 눈빛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알리려고 시민 하나하나를 돌아보았지만,

그들은 이미 가윈에게 등을 돌려버렸어


왕은 가윈에게 형을 내리기 전, 네 자신을 위해 할 말이 있는지 물었어

가윈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한동안 망설였어

그리곤 왕의 눈을 쳐다본 뒤 군중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외쳤어

「저는 명예가 무엇인지 아는 거위입니다. 폐하께서 저를 어찌 판단하실지, 그건 제 알 바 아닙니다. 아마도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겠지요.
그 분은 한때 제가 얼마나 폐하를 사랑했는지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생명이 있는 여러분 하나하나를 모두 증오합니다. 진심입니다.
여러분은 제게 원래 없었던 악을 저한테서 보았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다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왕은 일축했어

「다 끝났는가?」

그렇다는 가윈의 말을 끝으로 왕은 가윈에게 훔친 보물이 있는 곳을 자백할 때까지 지하 감옥에 투옥한다는 형을 내렸어

가윈은 바닥을 내려다보았어
자신의 노란 발 한 쌍 외에는 눈에 들어오는게 없었지
적어도 자신의 두 발만은 진짜인거 같았어
가윈은 주위의 누구에게도 동정의 기색을 느낄 수가 없었고 온 몸이 무겁고 마비된 느낌이었어

………

희미하게, 종탑의 종이 세 번 울렸어

간수들이 쇠사슬을 끌며 다가오는 순간, 가윈은 갑작스럽게 분노가 끓어올랐어

가윈은 법정 창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부짖었어

「나는 너희 모두를 버리겠다, 영원히!」

그리고 나서 가윈은 날개를 퍼덕이며 미친듯이 내달리다가 뛰어올라 창문 밖으로 날아갔어

군중들은 그 뒤를 따라 뛰었지만 높이 솟은 가윈이 호수를 가로질러 숲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 말고는 볼 수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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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서 보니까 그냥 본문을 갖다 박은거 말고는 없네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방 정리 하다가 찾아낸걸 혼자 보긴 아까워서 후챈에 소개 겸 속내용 써봤어

빌드업, 오해, 후회, 엔딩 모두 괜찮으니 관심 있으면 찾아보는거도 나쁘진 않을게야


이거 저작권 뭐시기로 짤리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


과연, 우리의 주인공 가윈은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