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결혼기념일이었다.

나는 일을 빨리 끝내고 집에 가기로 했다.

 

에어리어 매니저로서 이 지구를 관리하는 나는 회사에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그러나 생활은 검소했다. 식사는 관리하는 지구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해결한다. 입고 있는 것은 지급된 제복으로 충분하다. 사복은 10년동안 사지않았다. 머리칼과 수염의 관리만은 확실히 했다. 청결감이 없으면 이 일은 해낼 수 없다.

가끔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모험자에게 눈이 간다. ……벌써 꿈같은건 잊은거야. 소환수에서 노획한 나의 자랑스런 참철검은 집안의 계약금을 구하기 위해 팔아 버렸다.

 

결혼한 지 10년째 오락 같은 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수정 통신(스마트폰)은 회사에서 지급받은 것 외에 가지고 있지 않다 .친구들은 있었지만 일이 바쁘다는 것과.... 아내가 어울리지 말라고 해서 어느샌가 소원해져 있었다.

 

결혼 기념일, 이날만큼은 셋이서 밥을 먹는다아내가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식사는 물론 내가 준비한다. 이번에는 딸의 마도무도대회 우승 축하를 겸할 것이다. 일찍 일어나서 요리 준비를 해 두었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바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둘러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곧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나는 음식 준비만 시작했다. 요리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아내에게 꾸중을 듣고 딸에게 매도당한다. 거의 준비를 끝냈다. 부엌에서 뭘 하는 것도 아니고 재료가 들어가기 전 빈 프라이팬을 바라보며 그저 혼자 기다렸다.

 

아내도 딸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곧 자정이 될 시간이다.  내가 먼저 밥을 먹는 일은 있을 수 없다.아내에게 매도당하기 때문이다. 딸이 물건을 집어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파졌다. 그래도 나는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이건 내 책임이야.아내와 결혼한 내 책임

방 공기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현관문이 열렸다. 아내와 딸은 즐거운 표정으로 거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 든 채 알찬 얼굴로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보니…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여느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나는 모르는 척했다. 아내는 당황하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앗……카, 돌아왔어…….그……"

 

“...밥은? 목욕물도 받아 놓았어."

 

 

아내의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달랐다. 어쩐지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쿠라랑 먹고 왔으니까 필요 없어. 뭐? 뭐? 밥 차려 놨어? 그런 거 물어본 적 없어.먼저 먹었다면…….아, 혹시 결혼기념일...."

 

 

딸 사쿠라는 외면하며서 내게 다가왔다.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싫겠지.

 

 

"하아.......기모. 요리같은건 아무래도 좋으니까.......아,저기말야.......이,지금까지...."

 

나는 천천히 서랍으로 향했다.그리고, 사실은 식탁에서 전하려고 한 우승 축하  선물을 집어들  딸에게 건네주었다. 웬일인지 딸의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아, 고마워……흐,흥,빨리 주면 돼!"

 

"...배는 안 고파?"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면서 나는 딸에게 물었다. 딸에게서는 대답이 없다. 좀 부루퉁한 느낌이다. 딸은 선물포장을 뜯고 현금을 집었다. 안에 들어 있던 내 메시지를 봉투와 같이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괜찮아 아무 느낌 없어 이제 익숙하다.’

 

“앗, 목욕 좀 하고 올게.이, 오늘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뭐랄까……"

 

아내는 입을 우물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딸은 왠지 창백한 얼굴로 두 손으로 쓰레기통을 안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난 괜찮아, 아무것도 못 느껴지지 않아

가게에서 가져온 빵을 씹으며 나는 두 사람이 내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침실은 따로 쓰고 있다. 방이 남아도는 것은 아니다.결혼한 당초부터 침실은 따로 쓰고 있었다. 딸이 커지자 내가 자던 방은 딸의 방으로 바뀌었다.

나는 거실 소파에 이불을 깔고 잔다. 이제는 익숙해졌다.

 

왠지 아내가 거실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평소 같으면 잘 시간인데 와인을 한 손에  잡고 상당히 얇은 잠옷을 입고 있다. 나는 가능한 한 아내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쳐다 보면 혼나니까. 아내는 잠시 후 안쓰러운 얼굴로 내 방으로 향했다. 뭐였을까?

 

내 아내와 나는 결혼했다.하지만 나는 아내와 밤일을 한 적이 없다.내가 늦깎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용기를 짜내 꼬셔보니--

 

 

 

“아니 징그러우니까 오지마”

 

이 한마디에 나의 자존심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 이후로 내가 하자고 생각한 적은 없다. 유혹을 받은 적도 없다.…… 물론 아내 이외의 누군가와 잔 적은 없다. ……유일한 경험은 내가 기억에 없는 아내와의 그 사건뿐이었다.

 

그래도 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아내가 있고, 귀여운 딸이 있기 때문이다.둘 다 건강하다.

일은 고되지만 보람이 있다. 집에 있을 곳은 없지만, 둘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

……

…………

...........또다, 가슴이 괴로워졌다. 머리가 아파.

 

슬슬 건강검진을 받을 때다.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거야.이 행복이 계속 가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화장실에서 빵을 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