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거처]



히나타군의 옆자리가 비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이치노세는 여전히 옆 반에 틀어박혀 있다.



히나타 군은 나날이 침울해져 갔다.

멍한 일도 늘고 수업에도 전혀 집중하지 않는다.

멀어져 가는 이치노세를 시선으로 쫓아가거나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한 찬스를 놓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때는 왔다.





히나타 군이 수업을 빼먹은 것이다.

이동 교실임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히나타군.

급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실을 빠져나간다.나는 교실에서 나와 숨어서 히나타군의 동향을 살핀다.


움직이기 시작한 히나타 군은 휘청휘청 옥상을 향해 가다가 옥상에서 혼자 뒹굴었다.



지금은 수업시간, 옥상에는 사람이 오지 않는다.






찬스는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땡땡이?"

"...? 쿠라키씨?"

"신기하잖아.옛날부터 성실했는데."



설마 사람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히나타군은 옆에 앉는 나에게 황급히 몸을 일으킨다.

상당히 초조한 듯 이쪽 주도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쿠, 쿠라키씨⁉왜그래? 지금 수업중이잖아!"

"알고 있어. 나도 땡땡이. 침착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으응.. 미안, 자주 와?"

"뭐 그렇지. 수업 중에는 조용해서 좋아, 여기."

"……그렇지."



히나타군을 침착하게 하고 나서 이야기를 꺼낸다, 히나타군에게 있어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분명 여러가지 모아서 참고 있을거야. 그렇지만, 모아두고 있는 것 만으로는 안된다.

여기서 내뱉고 여기서 매듭을 짓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으로는 갈 수 없다. 


나한테 와줬으면 좋겠어.




"힘이 없지 요즘"

"어⁉ 그렇지 않아"

"이치노세 말이지?"

"윽……"



갑자기 정곡을 찔렀기 때문인지 '움찔', 히나타 군의 몸이 떨린다.



"쇼크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 알기 쉬운 건가 나?"

"그야, 그렇게 멍하니 있었으니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 됐어, 하하하."



강한 척하며 웃어 보이는 히나타군. 

그 웃는 얼굴은 안타까운 것 같고 덧없다. 분명, 토해내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이다.

상냥한 히나타군은, 이런 때에도 별로 관계가 없는 나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 기분이, 쭉 히나타군을 봐 온 나에게는 손에 잡히듯이 이해된다.


그러니까…….



"괜찮잖아, 내뱉으면 말이야. 모아두면 언제까지고 편해질 수 없을 거야."



그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한다. 기대도 된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왠지 여태까지 함께였으니까.앞으로도 멋대로 계속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응"

"그러니까 갑자기 사라지시면 말이지,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응"

"으, 내가 쭈욱, 이, 함께 있었는데, 갑자기 말이야, 힉, 나도……"



그렇게 말을 이어가며 나에게 기대어 계속 우는 히나타군.

울고 있는 그를 보는 것은 역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 


울음을 그쳤을 때, 그의 마음에서 저 여자는 나가겠지.


이제 우리 둘의 세계를 방해하는 놈은 없어져.

고개를 숙이며 계속 우는 히나타 군의 머리를 어루만지다.



이 때의 나의 얼굴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분명 히나타군에게는 보여줄 수 없을 것이 틀림없다.





"쿠라키씨. 고마워요. 나, 왠지 털어낸 것 같아"

"별 말씀을, 또 이용해 주세요, 땡땡이 친구."




그렇게 장난스러운 경어를 쓰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아하하, 맞다.뭔가 보답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고마워, 그러면 앞으로도 나와 얘기나 하자. 학교에서는 상대가 없어서 재미없었어."

"이렇게 얘기하면 돼? 간단한 일이야!"

"그, 그럼 잘 부탁해...."



"아니, 나야말로. 나도 스즈카가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 실질적인 외톨이 같은 거니까.고맙지."

"그럼 우린 이제 친구로 괜찮잖아. 외톨이끼리."

"하하, 좋아! 든든한 친구가 생겼어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건 역시 진정되는구나"



그렇게 말하고 이쪽을 보는 히나타군의 눈에서는, 신뢰, 안심, 그런 온화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아무래도 그의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말이야, 양지라고, 그렇게 불러도 돼?" 




되도록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어른스럽고 여유가 있는 느낌을 의식하고, 자연스럽게 묻는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웃어주는 히나타군.



내 옆에서 히나타군이 웃고 있다.꿈이 아니야. 현실이야. 


지금까지, 몇년이고 꿈꿔 온 장소. 거기에, 지금 나는 있었다.


히나타 군의 옆, 지금까지 거기에 자리는 없었다. 이미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치노세 스즈카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리를 놓아주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이제 내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