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누르고 있던 생각]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같은 반 친구로부터 악성 종기처럼 취급 받고 있는 내가 교실에 들어서면, 떠들썩하던 반이 순간 조용해지는데,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자리로 향한다.

창가 뒤에서 두 번째거기가 내 자리였어. 

자기 자리로 가면서, 하나 뒷자리, 창가 맨 뒤에 앉는 히나타군을 본다.

히나타 군은 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치노세를 보고 있었다.



히나타군은 다른 사람을 보고 있지만, 나는 히나타군을 계속 응시하고 있어.지금은 그것밖에 할 수 없어.

히나타 군의 옆자리는 소꿉친구라는 존재로 이미 채워져 있다.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자기 자리에 앉는, 늘 있는 일이다.



"안녕"



작게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돌려 뒤를 본다.

히나타 군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응"



긴장으로 약간 목이 쉬었어.



언제나 이렇다. 다른 반 친구들과는 달리 상냥한 히나타군은 말썽꾸러기 나에게도 반드시 인사를 해 준다.

별로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항상 해주는데 막상 대답을 하려니까 떨리네.

쌀쌀맞은 느낌이 되어버린 자신의 인사에 자기혐오 하지만

히나타군은 왠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밖을 내다본다. 그러고 있는 것만으로,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닌데, 

히나타군과 둘이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그 후로도 변함없는 일상이 지나간다, 히나타군과 이치노세는 평소 대로였고,

나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 


그것이 변한 것은 방과후였다.





'이치노세 씨는 있으려나?''



그렇게 말하고 나타난 건 분명 옆반 야구부였다.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잘생겼다고 소문난 걸 들은 적이 있다.



"아, 다니구치 군.무슨 일이야?"

"잘됐어.괜찮다면 좀 어울려주지 않을래?"

히나타와 같이 있는 이치노세에게 다나구치가 말 했다.


"여기서는 못할 말이야?"

"응. 혹시 귀찮지 않다면 따라와 줬으면 좋겠어."

"……응, 좋아."



"미안해, 히나타. 역시 아까는 없어.오늘은 먼저 들어가 있어"


"……괜찮아. 갔다 와도 돼."



그리고 이치노세는 옆반 남자에게 이끌려 교실을 나갔다.

이치노세와 다나구치가 나간 후의 교실은, 금방 시끄러워졌다.



"미남미녀 커플이다!"

"학교 베스트 커플이네!"

"히나타 군은 그냥 소꿉친구였구나." 


등등



반 전체가 이치노세들의 이야기에 열중해 웅성거리고 있는 가운데, 

나는 그저 무심하게 히나타군을 보고 있었다.

히나타는 떠들썩한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벗어나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아래를 보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상당히 쇼크였을 것이다.

발걸음은 불안하고, 흔들흔들 좌우로 흔들려 똑바로 걸을 수 없었다.



반 친구들의 말처럼 이치노세가 불려간 것은 고백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치노세는 인기인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몇번이나 고백을 받았다.

단지, 히나타군에게 있어서 지금까지와 달리 문제였던 것은, 


이치노세의 그 표정.


볼에는 약간의 홍조를 띄고 호출 당하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묻어나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도 이치노세가 고백을 지금까지 받지 않았던 것은 히나타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서둘러 짐을 꾸려 교실을 나가 밖에 나가서 히나타 군의 뒤를 따라간다.

저런 상태로 무슨 일이 있으면 큰일이다.

히나타군의 집까지의 길에 위험한 곳이 몇 군데 있다 히나타 군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지.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이고 걷는 히나타 군의 뒷모습을 마음이 아파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분명, 매우 상처받았을거야.

지금 당장이라도 위로해 주고 싶다.



걱정이 된다. 히나타군의 심경을 생각하면 괴롭다...





하지만 --





그 때 나는 웃고 있었다.





스스로도 최악이라고 생각해.


그날은 히나타군이 무사히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일은 내일이면 다 알게 될 것이다.







다음날 히나타군은 혼자 등교해 왔다.조용히 제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오늘은 혼자구나"

"……오늘부터 그럴걸?"



조금 이쪽을 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하는 히나타군.

그 시선 끝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기쁜 마음으로 남자와 손을 잡고 걷는 이치노세가 있었다.

히나타군은 행복하게 걷는 이치노세를 계속 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를 보고 있었다.



그날부터 학교는 여울이 만난 화제로 달아올랐다.

사귄 일은 숨김없이 공개하는 것 같다.

이제는 학교의 베스트 커플과 학교 전체에서 공천의 사이가 되었다.



모두가 그 커플에게 주목하고 있다.

그날부터 확실히 기운이 없어진 히나타군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골칫거리인 나의 행동을 의식하는 사람은 지금의 이 상황에서는 아무도 없을것이다.





이치노세가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 히나타군과 이치노세의 관계는 격변하고 있었다.

이치노세는 언제나 옆반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서 교실에 있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한번은 히나타 군이 이치노세를 점심 식사에 초대했지만 깨끗이 거절당하고 있었다.



'이치노세는, 자기가 직접 손을 놓았어.'





인내는 한계였다.



히나타 군을 위해서라며 억누르던 마음은 이제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