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길래 일단 이거만 올림




야근을 끝내고, 나는 귀가했다.


나는 자고 있을 아내를 생각해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게 하며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날은 평소와는 다르게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와 있는 건가? 자정이 지난 시간에?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럼, 아내는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아내는 전화를 하고 있었다.


상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의 목소리는, 들렸다.


아니, 들려 버렸다.


ㅡ 당신만을 사랑해. 학생시절부터. 아니, 어릴때부터 쭉. 당신만을 사랑했어. 그 사람과 결혼하고 나서, 깨달았어. 고백을 받아들이고, 결혼한 게 너무나도 후회스러워….


아내는 뭔가를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듣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런 고백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소리가 나던 말던, 그딴 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문을 박차고 나가 두 명이서 살고 있던 맨션을 뛰쳐나왔다.


아무런 목표도 없는 채로, 그저 다른 곳으로 도망치기 위해 달렸다.


그러다, 아마 도로 어딘가로 나가 버린 걸까.


차의 전조등이 나의 시야를 가리고, 묵직한 충격이 나를 덮쳤다.








죽었다. 죽었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 야마자키 유우마는 살아 있다.


다만, 고교시절로 되돌아 온 상태로.


게다가 무슨 신의 장난일까. 설마 이 순간일 줄은.


고등학교 2학년의 봄. 방과후, 황혼에 물든 교실에서, 나는 아내에게 고백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눈 앞에는 아내가ㅡ 아니, 이 때는 아직, 단순한 클래스메이트에 지나지 않았던 그녀가 있었다.


카야마 메구미.


어깨 근처까지 자란 흑발에, 약간 처진 느낌의 눈동자.


볼록한 입술이 스스로는 싫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귀여워서 좋아했다.


기억하고 있다. 이 순간을 잊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 날,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다.


그녀는 꽤 예쁜 편이였고, 반에서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꽤 있었다.


그래서, 나는 클래스 메이트에게 질투를 받으면서도, 행복한 고교 시절을 보냈다.


대학 수험 때는 서로 응원해 주었고, 대학의 합격 발표날에, 우리들은 처음으로 맺어졌다.


그리고 그 뒤로 4년 후.


대학 졸업을 기회로 결혼.


서로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그 만큼, 휴일은 같이 지내고, 사랑을 길러 왔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이 안정되면 아이가 갖고 싶다고, 내 집을 가지자고, 그런 얘기도 하고 있었다.


그녀를 너무나도 좋아했다.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은 나뿐이었다.


바로 조금 전, 나는 그것을 알아 버렸다.


그녀는 나 이외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 아니, 다르다.


그 녀석이야말로, 그녀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였다.


그녀에게는 소꿉친구가 있었다. 결혼식에도 참석했었다.


전화의 내용을 생각하면, 그 녀석이 틀림없었다.


「 저기, 야마자키 군」


그녀가 불안한 듯이 불렀다.


할 얘기가 있어. 그렇게 말하고 불러낸 것은 다름아닌 나다.


그런데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고백하기 위해 불러낸 것이라는 건, 아마 그녀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벚꽃이 흩날리는 고등학교 1학년의 봄에, 나는 그녀와 만났다.


같은 반의, 옆자리.


처음에는 「안녕」 이라고 말을 걸었을 뿐이었는데, 아침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머리카락을 그녀가 신경써 준 걸 계기로, 점점 사소한 얘기도 하게 되면서, 나는 그녀에게 빠져 갔다.


계란말이는 짠 것을 좋아했다. 계란 프라이에 뿌리는 것은 케찹. 수업 중, 문제가 어려워 입을 삐죽 내미는 모습. 부끄러울 때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


어느 순간부턴가, 그녀의 모든 것을 너무나도 귀엽다고, 사랑스럽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고백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나 귀여웠고, 학교의 인기인이었기 때문에.


나 같은 수수한 남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되어도, 나는 그녀와 같은 반이 되었다.


게다가 또, 옆자리.


운명이란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렇게 그녀를 불러냈다.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기 위해서.


생각해보면, 나는 그녀에게 호의를 숨길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 얼굴을 붉히고, 얘기할 때는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그러니까, 분명 그녀는 나의 호의를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불러낼 때 거절하지 않은 것은, 그녀도 나를 싫지 않다고 생각해 주고 있었다는 거겠지.


그러니 이제 내가 고백하면 될 뿐 .


그러면 그녀와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미래를 보낸다고ㅡ , 이 때의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에서 이 때에 돌아온 나는 아니였다. 그런식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내가 아닌,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을 알아 버렸으니까.


「… 미안. 불러낸 건 난데, 조금 컨디션이 나빠져서」


「 에? 괜찮아! ? 집까지 데려다 줄게」


「 괜찮아. 정말로 미안」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있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나는 교실을 나왔다.


고백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두 사람 뿐이라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나빠졌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머리가 쿵쿵거려 기분이 나빴다.


왜 이 때에 돌아온 거지.


왜 나는 그때 죽지 않은 거지.


그 때 죽었으면.


그랬다면, 이렇게 괴로운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됐는데.








다음날부터, 나는 그녀를 대하는 게 매우 어색해졌다.


언제나처럼, 그녀가 부끄러워하면서 「안녕」 이라고 말을 걸어와도, 나는 언제나처럼 대답하지 못했다.


신음소리 같은 「 아, 아아」 라던가 「 으, 응」 같은, 흐려진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쉬는 시간 뿐만이 아니라, 수업 중에도, 그녀는 내 모습이 이상한 것을 걱정해 주었다.


「괜찮아? 상태가 나쁘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은걸」


그녀는 나에게 몸을 기대 오며, 귓속말을 했다.


그녀에서 풍기는 달콤한 냄새.


귀를 간지럽히는 가느다란 목소리.


「조퇴하는게 낫지 않아? 선생님꼐 말씀드릴까?」


가슴 안쪽이 아프다. 그녀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진심으로 사랑해서.


「… 아니,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 그래도」


「… 정말, 아무것도 아니니까」


거짓말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깊게 묻지 않았다.


「 알았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이 너무나도 슬픈 것 같아, 나의 가슴이 더 아파왔다.


그렇지만, 나는 그 아픔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녀에게는 정말 좋아하는 상대가 있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그녀가. 나와 사귄 것은, 결혼한 것은, 실수였다고.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그녀의, 너무나도 생생한 소리. 뜨거운 숨결. 저런 그녀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연인은 내가 아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힘들고, 괴롭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한다 해도, 그 사실이 바뀔 일은 없으니까.


나는 그녀를 정말로 좋아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의 생각을 알게 되어도, 그럼에도, 배신당했다는 생각보다,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 쪽이 강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은, 웃어 주었으면 한다.


행복하게 되어줬으면 해.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 밖에 없었다.


내가 그 때 죽지 않고, 이렇게 과거로 돌아온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내가 고백하고, 그녀와 사랑했던ㅡ 그런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서.








나는 그녀와 -- 카야마 씨로부터 거리를 두기로 했다.


물론, 괴로웠고, 가슴의 안쪽이 몹시 아팠다.


내가 거리를 벌리면 벌릴수록, 카야마 씨가 당황스럽운 듯한, 슬픈 듯한 얼굴을 하는 것을 보고, 몇 번이나 좌절할 뻔 했다.


카야마 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엊그제까지, 우리들은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인 관계였으니까.


철없는 대화로 달아올랐던.


손과 손이 닿은 것만으로 서로 얼굴을 붉게 물들이던.


돌아가는 길에, 우연을 가장하고 함께 돌아가기도 하던.


그런 관계.


하지만,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카야마 씨가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니까. 소꿉친구이니까.


지금은 내가 신경쓰여서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바로 얼마 전까지의 우리들의 관계는 너무나도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그건 잠깐의 황혼과도 같은,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면 사라져 버리는 관계.


시간이 지나면, 카야마 씨도 분명 그것을 깨달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의, 점심시간이였다.


「저기, 오늘은 함께..」


「 자, 그럼.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카야마 씨가 뭔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을 끊었다.


지금까지처럼. 이걸로 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카야마 씨가 없는 어딘가에서. 카야마 씨의 모습을 찾지 못하는 장소에서.


혼자서 점심밥을 먹자고 ㅡ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걸어 가려고 하던 나의 손을, 카야마 씨가 잡았다.


뿌리치려고 해도, 떼어내지지 않고, 카야마 씨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어째서 갑자기 거리를 두는 거야? 나, 뭔가 저지른 거야? 내가 이상한 일을 했다면 사과할 테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 저기, 야마자키군. 아직이야?」


에, 라고 놀란 건 나만이 아니었고. 카야마 씨도 마찬가지였다.


말한 사람이 클래스메이트인 와타리 씨였기 때문에.


와타리 하루카.


밤색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자라 있고, 길게 째진 눈동자가 인상적이였다.


창가의 맨 뒷자리에서, 언제나 꼿꼿한 자세로, 항상 책을 읽으며 보내고 있는 와타리 양은 반에서 붕 떠 있는 존재였다.


숙제를 잊은 적도 없고, 수업중, 교사가 발표를 시켜도, 언제나 냉정하게, 담담하게 대답하는 모습은 어딘가 다른 존재라는 느낌을 받게 했다.


하지만 와타리씨는 매우 예뻤고, 카야마 씨와 비슷할 정도로 클래스의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어쩌면, 카야마 씨보다 인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와타리 씨에게 고백하는 남자가 끝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와타리 씨는, 모든 고백을 「흥미없으니까」 의 한마디로 끊어 버리고 있었다.


그런 와타리 씨가 내 손을 잡고,


「오늘, 함께 점심을 먹는다고 약속하셨죠」


그렇게 말하며 걷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약속은 하고 있지 않았다.


와타리씨의 행동에 교실이 어수선한 가운데, 나는 와타리 씨에게 손을 끌리는 채로 걷기 시작했다.


나를 잡고 있던 카야마 씨의 손은, 어느사이엔가 멀어져 있었다.








교실을 나와, 잠시 걸어간 뒤에 와타리 씨가 멈춰 섰다.


「 저기, 와타리씨ㅡ」


「 죄송해요! 」


「 에, 뭐, 뭐가?」


「 야마자키군이 곤란해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그러니까 같이 점심 밥, 먹자고 말해버렸어요...미안해요. 나 따위가 그런 짓을 하다니. 내일부터, 내 탓으로 이상한 소문이 나 버리면 어떻게 하지...」


와타리씨는, 복도 바닥에 머리가 닿을 수준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평소의 와타리 씨와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어, 나는 무심코 웃고 말았다.


「… 다행이다」


와타리씨가 중얼거렸다.


「 에, 뭐가?」


「오랜만에 야마자키군이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까」


「 에?」


「 아, 따, 딱히 야마자키군을, 언제나 보고있었다든가, 그런 거 아니니까…! ?」


「 그거, 어떻게 생각해도 언제나 보고 있다는 말이지…?」


「 자폭했다…! 」


머리를 안고 웅크리고 있는 와타리 씨.


그 모습이 이상해서 다시 웃고 있자, 와타리 씨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 얼마 전까지, 평범하게 웃고 있었는데. 최근, 뭔가 이상해져서, 웃지 않게 되었으니까. 어떻게 된 걸까 해서, 왠지 걱정돼서...」


와타리씨가 일어선다.


「...저기, 나를 이용해도 괜찮으니까」


「 에?」


「 야마자키군, 카야마 씨와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지? 그러니까..」


「… 하지만, 그런 거」


「 나라면 괜찮으니까」


와타리 씨가 웃는다.


『… 야마자키 군, 나, 계속 야마자키 군을 좋아했어』


카야마 씨와 결혼한 직후 동창회에서, 와타리씨에게 고백되었던 것을 떠올렸다.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거지. 아아, 그런가. 내가 카야마 씨만을 보고 있었으니까.


쭉 카야마 씨에 대한 것만 생각해 왔다.


결혼하고 나서도, 쭉. 나의 중심은 언제나 카야마 씨였다.


그때 한번 죽고, 고교 시절로 돌아왔지만,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야마 씨는 내가 아닌,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카야마 씨를 잊지 않으면 안 된다는걸.


「… 그런 건, 와타리 씨에게 미안하니까」


「내가 괜찮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그렇지! ?」


「… 고마워」


「감사해야 하는 건 나야...」


와타리씨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너무 작았지만, 나의 귀에 뚜렷이 들렸다.


와타리씨의 귀는 놀랄 정도로 붉어져 있었다.




 ※※※※※※※※※※※※※※※




나, 카야마 메구미는, 야마자키 유우마를 좋아했다.


함께 있어서 즐거웠고, 행복했다. 함께 있을 때는 누구보다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고백받았을 때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학생시절에는 연인으로써의 시간을 소중히 하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


처음으로 이어졌을 때도, 결혼도, 전부 내가 이끌어 갈 정도로. 그 정도로, 나는 유우마를 사랑하고 있었다.


결혼한 후부터는 사회인이 되어서, 바쁜 매일이었다. 몇 번은, 싸운 적도 있었지만, 행복했다.


그 행복을 당연하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 내 죄겠지.


소꿉친구와 우연히 재회했을 때, 소꿉친구에게 안겼다.


술을 마시고 있었기도 하고. 휩쓸리기도 했고. 소꿉친구의 강압성도 있었다.


하지만, 유우마와 지내는 나날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가, 소꿉친구와 보내는 시간에는 있다고 착각해 버렸다.


그 이후로, 나는 소꿉친구와 비밀의 관계를 계속했다.


유우마에게는 일로 바쁘다는 변명을 하면서, 소꿉친구랑 데이트하고, 호텔에 머물며, 몸을 겹쳤다.


어느 날, 나랑 유우마의 맨션에 소꿉친구를 데리고 온 적이 있다.


나와 유우마의 침대에서, 소꿉친구한테 안겼을 때의 배덕감은 굉장해서, 나는 내가 모르는 자신을 목격하게 되었다.


소꿉친구에 사실은 좋아했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을 때, 유우마에게 들키고 말았다.


내가 소꿉친구랑 전화하고 있을 때, 유우마가 귀가해서, 나와 소꿉친구의 대화를 들어 버렸다.


큰 소리를 내며 열려있는 현관문. 그리고 거기에서 떠나가는 발소리.


유우마가 출근할 때 가지고 간 가방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전신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황급히 뒤쫓았지만, 유우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다.


설마, 나와는 관계 없겠지 ㅡ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유우마는 죽어 버렸다. 차에 치여서.


경찰에 따르면, 충동적인 자살으로 보인다고 했다. 도로로 뛰쳐나가는 유우마의 모습이, 여러 사람들에게 목격되고 있었다.


나는 절망했다. 유우마를 잃고, 처음으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는지, 그제서야 깨달아 버렸다.


그런 나를 위로하려고 소꿉친구가 왔지만, 나는 소꿉친구를 거절했다.


어째서 이런 남자에게 사랑을 속삭여버린 걸까. 몸을 허락해버린 걸까.


나에게는 유우마가 전부였는데.


행복이 당연했으니까. 너무나 익숙했으니까. 그런 것마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두 번 다시 유우마와 만날 수 없는 절망에, 나는 유우마와 똑같이 도로에 뛰어들었다.


죽으면 유우마와 만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되돌아간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었다.


눈을 뜨자, 나는 유우마에게 고백받은 그 날에 서 있었다.


유우마가 눈앞에 있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누구보다도 사람하는 사람이 내 눈 앞에 있었다.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가 아니였다.


고백받고 나서, 그 때 울자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ㅡ 유우마는 고백하지 않았다.


어딘가 이상했다. 오늘, 틀림없이 고백했는데.


다음날부터 유우마의 모습이 이상했다. 왠지 나를 피하고,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해서 유우마와 보내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지만, 유우마는 나와 같이 있는 것을 피하는 듯한 행동만을 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유우마의 옆에는 와타리 양이 있게 되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와타리 씨가 유우마를 좋아하는 것을. 그렇지만, 내가 훨씬 유우마와 사이가 좋았으니까, 와타리씨는 유우마를 포기하고 있었을 텐데.


유우마와 말을 할 수가 없어져 가고, 내가 초조해하는 동안, 유우마가 점점 와타리 씨에게 빠져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쭉 함께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함께 지내 왔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유우마가 와타리 씨를, 정말로 좋아 하는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나와 유우마의 행복한 미래는 사라져 갔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어째서 유우마와 함께 있는 행복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만 걸까.


그런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유우마의 옆에서 웃고 있던 것은 와타리 씨가 아니고, 나였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