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뜬금없긴 하다만, 우리 반에는 미소녀가 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말이지.


그 중 한 사람은 나와 소꿉친구인 이치노세 스즈카다.


어깨선으로 가지런히 내려와 윤까지 흐르는 머리카락과 기품있는 얼굴,

가녀림에도 여성성을 밝혀주는 체형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밝은 성격으로 인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가 많은 녀석.


소꿉친구 관계에 동경을 품는 놈들이라면 누구나와 부러워할만한 사이.

이웃집에서 살고 있어서 서로의 부모님들끼리도 친한지라,

어릴때부터 현재까지 자연스레 함께 보내고 있다.


스즈카와 나는 절친이기도 하고, 늘 함께 등교하는데다 교실에서도 엮이는 일이

많아서 사귀는 사이가 아니나며 의심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뭐, 소꿉친구인 관계라고 웃으면서 부정하긴 하지만 

마음속으론 은근히 기쁘기도 했다.


실제로 좋아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나란 놈은 스즈카처럼 돋보이는 존재는 아니다. 특출난 미남도 아닌데다

화술도 별로라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잘 못하는 편이다.


많이 부족한 내게 그나마 친구가 있을 수 있는 건 스즈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인기있는 스즈카의 시간을 내가 점유하고 있다는, 우월감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스즈카는 이제 와서는 단순한 소꿉친구를 넘어 내게 필요불가결한 존재.

그런 존재였다.


허나 스즈카는 나를 단순한 소꿉친구로만 보고 있는게 분명하다.

데이트 신청을 했더니 다른 친구들을 잔뜩 데려오는걸 보면 의식조차

하고 있지 않는걸지도 모른다.


날 돌아보게끔 하고 싶지만, 마치 둔감계 주인공이라도 되는것처럼

주위에 방해요소들이 많아서 그런지 단 둘이 데이트를 하는것마저도 어려울 지경이다.



스즈카와 투톱을 달리는 교내 미소녀 중 남은 한 사람은, 쿠라키 마유미.



앞으로 내린 보브컷 머리에 밝은 계열의 금발로 염색했고

가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피어스가 특징인 녀석. 

교복도 개성적으로 착용한데다 치마의 길이도 다른 학생보다 훨씬 짧다.



아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다하더라도, 양키같은 모습이기도 하고

심심하면 수업을 땡땡이를 치는 녀석이다.


그래서 그런지 반의 여자들로부터 꽤 경원시되고 있는지라

학교 내에서도 혼자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뭐, 남자녀석들 중에선 쿠라키의 교복 위로도 뚜렷한 가슴윤곽과

짧은 치마로는 가릴 수 없는 아슬아슬한 허벅지에 열광하는 녀석들이

많아 인기는 꽤 있는 것 같다만,


쿠라키는 원교를 하고 있다거나 돈만 주면 섹스해준다던가하는 소문이 퍼져있다.


그런 쿠라키지만, 사실 이 녀석도 스즈카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때부터 같은 학교에 다닌 질긴 인연이다.


그걸 아는 반 친구들이 어쩌다 쿠라키에 대해서 물어본 적도 있었다.

어릴때부터 워낙 튀는 아이였고 같은 반이 된 적도 있는지라

쿠라키라는 녀석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대화해본 적도 거의 없고 정확히 표현하자면 

같은 학교에 다녔다, 같은 반이었던 적이있었다..하는 정도라 

그 녀석에 대해선 잘 모른다는게 솔직한 심정이겠지.



성격이 좋고 성실해서 늘 인기가 많은 소꿉친구 스즈카.


대게 혼자 있는데다, 맘에 안 들면 땡땡이 쳐버리는 쿠라키.



대조적인 두 사람이었음에도

남자끼리 모여 여자에 관해 토론하면 누구나 인정할만큼,

반드시 미소녀로 거론되는 두 사람이었다.



3화까지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