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농담이겠지요 리나? 나는, 너의 모친으로─"

"님을 붙이라고, 말했죠?"


어머니는 참, 머리가 나쁜건지, 이해가 나쁜건지, 또 다시 잘못을 반복했습니다.

이건.. 벌이 필요하겠네요.


"코오지님"

"히히, 알고 있다고 리나. 바보는 매로 다스려야지"


내가 용사님에게 말을 걸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곧바로 알아채주셨습니다.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아까처럼 배를 걷어차버립니다.


"으읏...구에엑...!"


다시 쓰러져버린 어머님의 곁으로, 나는 다가갔습니다.


정말, 몇번이나 고통을 줘도 학습하지 못하는 병신이 있네요.

설마, 그게 자신의 부모님인줄은, 꿈에도 몰랐던거지만요.


나는 쭈그리고 앉아서, 쓰러져 있는 어머니의 머리를 난폭하게 들어올렸습니다.

힘껏 잡아당겨서였을까요? 어머니는 아픈 것 같은 함성을 지르며 그만! 그만!라고

간청해왔습니다.


뚜둑하고,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몇 개 좀 빠지긴 했습니다만 뭐, 상관없죠.

아픈 것은 어머니지, 제가 아니니깐요.


"이봐요, 실수하면.. 이렇게 되는거에요?"

"히잇... 그,그만둬! 이제 그만둬주세요!"


공포로 일그러진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위산과다증의 괴로움이 한결

나은듯한 나는, 그대로 손을 놓아줬습니다.


갑자기 놓아진 어머니는, 지면에 그대로 얼굴을 고꾸라박았지 뭐에요.


"이젠 이해했겠죠? 전, 어머니♬ 그럼, 딱 한번만 물어볼게요. 저는 누구죠?"



이것마저 실패한다면, 용사님에게 이 버러지를 죽여달라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알토같은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팔을 베어 떨어뜨리고, 꼴사납게 발버둥 치는 꼴을

보는 것도 묘한 재미가 있으니까요.


"당신은.. 리나님 입니다.. 우리 같은 추잡한.. 마을 사람들과는 격이 다른.. 분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겨우 올바른 해답을 냈습니다.

다행이네요. 생명연장을 할 수 있어서..


조금만 더 그 지랄을 했으면, 죽었을거라구요?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살짝 유감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요. 저는, 코오지님의 아내니까요.. 당신들 같은 쓰레기와는 다릅니다"

"우,우으읏.. 리나... 뭐.."


내 입가는, 이거 정말로 비뚤어진 미소를 만들고 있었더군요.

친어머니를 굴복시키고, 압도적으로 위인 입장에서 내려다본다... 이 쾌감..


정말로 감미롭다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약한 사람을 학대하는 것은, 아아..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구나라고



... 이 떄의 나는, 거의 용사님과 동일한 가치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배려하는 건 오직 용사님 뿐, 마을의 인간 따위, 알토나 부모님도 포함해,

단순한 약자에 불과한 존재들이고, 내가 괴롭힐만한 가치정도만 간신히 보유한

쓰레기들이니까요.


"알았으면 빨리 꺼져주지 않겠어요? 향후, 나와 마주쳐도 친한듯 말걸지 말아줘요.

당신들처럼 쥐새끼같은 인간들하고는 이제.. 부모도 뭣도 아니니까요"


"그래. 너희들 같은 쓰레기들이 리나의 부모인 채 하고 있으면 신물이 나니까.

나한테 뒤지고 싶지 않으면, 빨리 사라져라, 찌꺼기들"


용사님이 성검을 들어 어머니에게 들이대자, 어머니는 바보같은 비명을 지르면서

아버지한테 달려가 매달립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너무 슬픈 듯한 눈으로 응시했습니다.

상처 입은 부모님을 보고 조소하는 나를... 이 때


어떤 기분으로 보고 계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신... 딸은 이제..."

"우리 딸은.. 죽었다... 저기에 있는 건, 리나님이다"


슬픈듯이 중얼거리면서 포옹을 하는 부모님.

잠시동안은 흐느껴 우는듯한 목소리를 높이던 두 명이었을텐데 ─ ─ 

이윽고 결의한 듯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 본 것입니다.


그 눈은, 분노와 슬픔 그리고 여러가지 것들이 복잡하게 혼합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였습니다.



"알겠습니다. 리나님. 우리는 이제 당신의 부모도 뭣도 아닙니다. 용사님과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결코 말도 걸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들도 우리와는

── 다시는 얽히지 말아주세요!"


"안녕, 리나....님"


아버지는 마지막쯤에 가선 고함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내게... 감히 소리친 것입니다.


어머님은 나를 힐끗 보곤, 한 마디만 남기셨습니다.

눈물을, 눌러 참은 듯한 목소리로 말이죠.



그것은, 부모와 자식의 붕괴였습니다.

그것은, 딸과의 결별이었습니다.


사이가 좋은.. 가족이었을테지요.

아주, 사이가 좋은.. 가족이었을텐데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를 좋아했고

나도 두 분이 너무나도 좋았을텐데요.


본래라면, 이런 결말은, 있을리가 없었을테지요.


그렇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됐습니다.

왜냐면, 저 자신이 스스로.. 망가뜨려버렸으니까요.



제가.. 제가 스스로 버려버렸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을..


이 날 ─ ─ 저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걸 눈치채는 것은 ─ ─ 한 참 후..

최악이며 어리석고 추악했던... 자기 자신에게 절망해서..


모두 다 손에서 빠져나갔단 걸 알게 되고서야 

이미 늦어버렸다는 걸 깨닫게 되고서야 말이죠.



사실 난 후회물 중에서 ntr장면이 젤 재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