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과의 데이트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알토와 다르게 말투도 몹시 거칠고, 신사적인것과는 거리가 먼 남자

임에도 불구하고, 제 가슴은 데이트 내내 두근거리고만 있었어요.


즐거운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밤이 되어, 

이제 마을에 돌아가야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요! 코오지님♬"

"나도, 지금까지 놀았던 어느여자보다 리나쨩과 있는게 즐거웠어"


이제껏 용사님의 여자들을 제치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졌습니다. 용사님으로부터, 그 누구보다도 나와 있는게 즐겁다고

말해져지다니, 저는 그 순간 너무 행복해졌어요.


"나, 아직은 좀 더 리나쨩과 함께 있고 싶네"


아쉬운듯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해버리면 저는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저도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저도, 코오지님과 더 있고 싶어요... 하지만.."


이대로 시내에서 외박을 하게 되면, 알토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으므로,

나는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제 마음속에선 알토때문에 생긴

망설임은 점점 커져서는, 왜 용사님과 더 함께 있어서는 안되는건지에 대한 

분노로 저도 모르게 바뀌어버렸습니다.


이윽고 ─ ─ 그 화살은 알토로 향했습니다.


─ ─ 알토가, 기다리지 않는다면, 코오지님과 더 있을 수 있는데.


─ ─ 방해구나. 알토


순간 그런 생각을 떠올린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부정하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어리석은 생각을 떨쳐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해버린거람. 알토가 방해라니.. 어째서 그런 생각을..)


끔찍한 생각에 지배될 뻔 했던 나는, 갑자기 두려워져서, 양손으로 자신을

감싸안는 행동을 해버립니다.자신이 점점 혐오스러운 여자가 되어가는

것만 같은.. 무섭고 불안해서 울음을 터질만한 기분이었어요.


"뭘 두려워하고 있는 진 모르겠지만..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만감에 압도되어 짜부러질것만 같았던 나를, 용사님이 안아주셨습니다.

그에게 안긴 순간, 내 안에 있던 불안이나 죄책감이 한 순간 사라졌습니다.


강인한 그의 몸이 제게 밀착해와서 ─ ─ 제 몸은 달아올라버렸습니다.


"코오지님..."

"리나쨩..아니, 리나. 너의 불안 ─ ─ 내가 전부 덮어 줄게"


그렇게 말하고 용사님은, 통행인이 많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거듭해서

입슬을 겹쳐왔습니다. 몹시 거칠지만 기분 좋은 입맞춤. 저도 그걸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어요.


다만 입술을 포개는 것 뿐 아니라, 서로의 혀를 탐하는, 서로

사랑하고 있는 연인과 같은 키스를 한껏 저질러버렸습니다.


키스가 끝난 우리들은, 마치 마음이 통하는 사이처럼, 같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행선지는 토라레마을 따위가 아닙니다.


우리가 향한 곳은, 거리에 있는 여관입니다.


"리나, 정말로 괜찮아? 미리 말하지만, 나 절대 멈추지 않을거니까?"


용사님은, 이게 마지막 경고라고 하듯, 내게 말해왔습니다.

그것은,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거겠죠.


순간, 알토의 얼굴을 떠올린 나였지만, 이 마음이 멈출 일은 없습니다.


"네. 좋아요. 그러니까, 리나의 처음 ─ 코오지님이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알았다. 그러면, 들어갈까"


용사님은 제 어깨를 감싸면서, 그대로 여관으로 들어갑니다.

가슴에 따끔─ 죄책감의 가시가 박히는데도 내 마음은, 용사님과 이어질 수

있다는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밤 ─ 나는, 소녀가 아니고 한 사람의 여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대는, 어릴때부터 좋아했던 연인이 아닌, 용사라 불리는 남자입니다.

나는 진정한 의미로 이 날, 가장 사랑하는 소꿉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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