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를 혐오하고 있는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되버린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분명 행복한 날들이었는데, 뭐 때문에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던 것입니다.


그런 고민거릴 가득 지고, 장을 보러 나갔을 때


"웃스, 리나쨩. 오늘도 혼자서 쇼핑이야? 알토녀석도 이런 귀여운

애인을 방치하다니, 죄많은 녀석이구나"


용사님과 우연히 만납니다.

활기찬 웃음을 띄고 다가오는 그를 보면, 왠지 마음의 검은 먹구름이

조금씩 걷혀가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코오지님. 알토는 노력하고 있는데, 너무 나쁘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언제부터인가, 나는 용사님을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계기는,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이 기쁘다고 용사님이 말해왔을 때입니다.


"어라? 리나쨩, 왠지 기운 없구나. 왜 그래?"


내 목소리에 힘이 없음을 알아챈 용사님이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용사님의 얼굴을 본 나는, 가슴이 크게 뛰는 걸 느낍니다.


"엣, 어째서...? 왜 이렇게 두근두근 하는거지?"


이런 두근거림은, 과거에 알토를 봤을 때 느꼈던 감정과 똑같았어요.

점점 혼란한 나는,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알토를 정말로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게 되버린겁니다.

자신조차, 자신을 모르게 되버린겁니다.


"괜찮다면, 내게 말해보지 않을래? 나는 용사니까, 고민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힘을 보태줄 수 있을지도 몰라?"


"코오지님...."


약해진 마음에 직진으로 꽂혀들어오는 상냥한 말.

거기에 저항할 수 있는 기력은, 내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나는, 나조차도 모르게 된 자신의 심경을 용사님에게 얘기했습니다.


알토를 사랑하는데, 그를 만지면 오물을 만지는 듯한 혐오감이 드는 것.

최근에는, 알토의 얼굴을 봐도 두근두근함이 생기지 않는 것.

이대로 가면, 대화마저 줄어들어 알토와의 관계가 끝나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까지.


가슴에 쌓였던 거무칙칙한 마음을, 모두 용사님에게 토해냈습니다.


"최악이네요. 나.. 매일 노력하는 알토가 안아주는데도, 저런 끔찍한 생각따윌

해버리다니.."


기분을 쏟아낸 나는, 굉장한 자기혐오에 빠졌습니다.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연인에게, 그런 마음을 품다니.

연인의 자격 따윈 없다고 매도당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냐. 최악 따위가 아니야."


그런 내게, 용사님은 부정하듯 상냥하게 속삭여 주었습니다.


"사람의 기분은, 스스로 자각하기도 전에, 바뀌는 거라고?"

"그런,건가요..."

"오, 진짜로 정말로. 나는, 여러 여자를 사랑하고 있어. 변심은

별로 드문 일이 아니야."


쾌활하게 말해준 용사님이 건네준 말을 들으면, 

마음이 따스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자신을 탓할 필요따윈 없다고,

마치 제 마음을 구원해주는, 멋진 말들을 용사님은 내게 쏟아내주었습니다.


"오늘은 감사합니다, 코오지님... 왠지, 조금 기분이 편해졌어요."

"다행이네. 귀여운 아이가 낙담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참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내게 한가득 웃음을 띈 미소를 보여주는 용사님.

저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봐버렸어요.


용사님의 존재가, 내 안에서 점점 커져가는 걸 느꼈습니다.

내 작은 변화마저 눈치채주고, 힘들 때 상냥하게 말을 걸어,

마음을 구원해준 멋진 남성.


가슴의 두근거림은, 한층 격해져서, 믿음직한 용사님의 얼굴이

가까이 왔을 때, 


무심코 그만... 그렇게 무심코 나는..


ㅡ 충동적으로 용사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버렸습니다.


알토에게만 바쳤어야했던 이 입술을, 이때 나는 ㅡ 스스로 상납해버린 것입니다.




나머지 마저 하러감 언제 그만 둘지 모름.

헬프로 좀 도와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