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조차 모를 순간


하룻밤 지난 후, 용사님은 당분간은 마을에 체재하고 싶다고 촌장님에게 말해

온 것 같습니다.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데, 어제와는 달라진 태도에 나는

꽤나 놀랐습니다.


"잘 보니, 한가롭고 좋은 마을이다. 여기, 마음에 들었어."


그렇게 미소짓고 말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게 됩니다.

갑작스런 변심의 이유는 모릅니다만, 정말로 한가한 마을 풍경에 끌렸던건가,

라고 나는 납득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걸핏하면 왠지 모르게, 저와 용사님은 마주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알토와 둘이서 산책하고 있을 때나, 마을의 가게로 장을 보러 갈 때, 필연적

이라해도 좋을 정도로 용사님과 마주치는 것입니다.


"오옷. 리나쨩. 요즘 자주 만나지? 우리?"

"에에. 그렇네요. 작은 마을이라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입으론 말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자주 만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용사님이 기다리고 있는 장면도 몇번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용사님과 만나는 게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그와 만날 때마다, 경계심이 풀어져서, 되레 의지가 되는 멋진 남자란

느낌을 가지게 되었죠.


요즘엔, 첫 만남 때 용사님이 했었던 악담들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용사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마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강인한 사람이라고.


"그런데 리나쨩, 오늘도 여전히 귀엽구나. 젠장. 알토 녀석이 부러워~~"

"귀,귀엽다니.. 농담으로라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아니아니, 진짜로 귀엽다고!! 왕도에 있는 귀족여성들에게도, 지지않아?"


귀족여성보다 귀엽다고 말해져서, 나는 기분이 날아올라가버렸습니다.

첫날에 들었을 땐, 겉치레라 생각했던 용사님의 말씀이, 이제는 마음이 두근두근

설렐 정도의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알토도 잊어버리고, 다른 남성의 유혹에 얼굴을 붉히고 있는 나는..

옆에서 본다면 대체 어떻게 보였을까요..?


용사님의 말에 들뜬 제가 집으로 돌아오면, 딱 맞춰 알토가 일로부터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알토의 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의사를 하고 있어,

알토도 옆에서 아버지를 도와 수련하곤 했습니다.


"어서와 리나. 최근 환자가 많아져서.. 자꾸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해"

"아니, 괜찮아. 알토가 노력한다는거, 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얼굴에 화색이 돋은 알토가

나를 껴안았습니다.


"리나, 고마워.. 네가 연인으로 있어줘서, 나는 행복해"

"으,응.. 나도 행복해.. 알토.."


연인의 뜨거운 포옹, 살면서 가장 기쁠 순간.

이런 때에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떠오른 것은


'기분 나빠'


알토가 껴안은 순간부터, 불쾌감, 혐오감이 부글부글 끓었다.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알토가 좋다.

알토를 보면 기쁘고, 알토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렇게 사랑하는 그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나는, 나는..

그를 기분 나쁜 생물이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나도...! 나도, 정말 좋아해, 알토!"


혐오감을 감추듯, 나는 알토를 강하게 껴안았다.

그래, 나는 알토를 좋아해. 좋아하니까, 이건 기쁜 행동일거야.


나는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다!

라고 몇번이나 마음속에서 외쳐, 알토의 따뜻함을 느끼고자 했다.


그렇지만 결국, 불쾌감과 진한 혐오감은 사라지질 않았다.

알토가 내게서 멀어지고, 모순된 감정들이 사라졌을 때 

나는 나조차 나를 모르게 되버렸어.


ㅡ나는 정말, 알토를 좋아하는걸까?




모른거 다 번역기에 의역임 이상하다싶으면 원문 보고 와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