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갑작스럽게 일어났습니다.


용사님이 우리 마을에 방문한다고, 왕국으로부터의 통보가 촌장님의 집으로 도착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다급히 환영 준비를 하고 있자, 공문이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을 때

호화로운 마차가 마을 입구에 도착했고, 그 안에서 용사님이 나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용사님!"


"헤에, 이런 곳에도 마을이란게 있구나. 정말 의외네"


촌장님이 앞으로 나가서, 환영의 인사를 용사님께 건넵니다.

그런데 용사님은 촌장님을 못 본 체하고, 주위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쳇, 시시한 마을이군······. 마물 퇴치로 피로가 예상되니, 인근 마을에서 하룻밤 

숙박한다고는 했지만, 이거 실수였구나. 빨리 왕도로 가는게 나았어."


땅바닥에 침을 뱉으며 마을을 매도하는 용사님을 보자, 왠지 싫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정다감하고 강인하며 부드러운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마치 난폭한 모험자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빨리 돌아가주지 않으려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불평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용사님과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용사님은 나를 보고는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헤에·· 귀여운 아이가 있잖아. 이런 허접한 마을에도 좋은 여자는 있구나"


용사님은 그대로 저를 향해 걸어왔습니다.

구석구석 품평하듯 얼굴과 몸을 쳐다보는 그 눈초리에, 

소름끼치는 끔찍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 서게 되자, 갑자기 피식하며 미소를 짓고는 다가왔습니다.


"여어! 처음 뵙겠습니다! 내 이름은 사에키 코오지야. 이세계에서 건너온 용자라고하면

알아먹겠지? 오늘도 너희들의 마을 근처에 있던 마물을 물리치고, 마을의 평화를 지켰다고?"


용사님이 이세계에서 소환된 인간이란 것, 이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임금님의 명령으로, 이세계에서 세상을 구할 한 남자가 강림했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니었기도 하고, 나중엔 왕국에서 정식으로 포고령이 내려졌으니까요.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란 소문..

이런 소문 정도는 마을에서도 들려왔었지만, 실제로 보게될 거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날쌔고 용맹스러울 것같은 얼굴은, 확실히

용사라 칭하기에 무리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방금 전 마을에 대한 욕을 똑똑히 들었던 저로서는, 이미 용

사님에게 좋은 인상따위, 가지고 있을리가 없습니다.


"용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영웅으로 칭송되는 분을 뵐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마물을 퇴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없

는 마을이지만, 오늘은 천천히 즐겨주세요"


싫다고는 해도, 영웅으로 칭송되는 사람을 매몰차게 거절할 순 없

습니다. 어차피 저는 그냥 마을처녀이니까요.


모양뿐인 억지 미소를 짓고, 용사님에게 미소 지으면서 가능한 존경

을 담은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헤헷, 신경쓰지마····? 너, 귀엽구나. 나, 너가 맘에 들었다. 이름이 뭐야?"


"···· 리나라고 합니다. 용사님. 저, 그런데··"


"리나짱이구나. 좋아! 그럼 리나쨩말야, 오늘 밤 나랑 함께하자. 위대한

용사의 영웅담이란거, 충분히 들려줄테니!"


"아니오, 저같은 마을처녀를 용사님이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


"그런거 신경쓰지 말라구! 이봐, 여기로 냉큼 오라고"


은근히 거절을 표한 나의 말을 무시하고, 용사님은 내 팔을 잡아끌어

품에 안으려고 했습니다.


싫엇, 누군가 도와──.


마음속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실례지만, 용사님. ····· 그녀는 제 연인입니다. 제발 그런 일은 멈춰주세요"


늠름한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리고, 품에 안기려던 나를 뒤에서 껴안아 주

었습니다.


"알토 ·····"


목소리의 주인공은, 연인인 알토였습니다.

평소에는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는, 진지한 눈빛을 띄며 용사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아? 뭐냐 너. 누구에게 지껄이고 있는지 알아?나는 용사라고?"

"마물을 퇴치해준 것에는 감사드립니다. 용사님은 훌륭한 분이라 생각하고,

존경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이건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애

인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남자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용사님에게 물러서지 않고, 나를 위해 움직여준 알토를 보자 가슴 안쪽이

뜨거워졌습니다. 알토를 향한 사랑이 또 하나,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

가버렸다고 자각해버립니다.


잠깐동안 용사님은 알토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만, 갑자기 웃어버렸습니다.


"아아, 뭐 확실히 너도 일리가 있구나. 미안했어. 남의 여자에게 손대는 취미따윈

나 역시도 없으니, 안심하라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가볍게 알토의 어깨를 두드리는 용사님을 보며 나는 후우

한숨을 돌렸습니다. 알토가 나 때문에 곤란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지만, 리나짱도 나쁘다! 처음부터 연인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으면 나도 좀 

더 생각해서 행동했을거야"


"죄,죄송합니다, 용사님! 먼저 말했어야했습니다.. 제가 나빴습니다!"


그렇지, 내가 처음부터 설명했더라면 이런 일이 안 되었을거란 걸 듣고서야

깨달은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숙여 사과했습니다.


"저도 리나 때문이라지만, 용사님에게 실례되는 행동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알토도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서 머릴 숙입니다.

비록 사과하는 상황이지만, 알토랑 같이 할 수 있어 기뻤어요.


"어이어이, 이제 됐다니까. 너무 고개 숙이지 말라구. 내가 나쁜것처럼 보이잖아.

용서해줄테니 머리를 올려줘, 둘 다."


기가 막힌듯한 목소리로 용사님이 말하자, 고개를 들어올린 제 앞엔, 

손을 내민 용사님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럼, 리나쨩. 화해의 악수야. 이 정도는 괜찮겠지?"


마지막 말은, 아마도 알토를 향한 것일겁니다.

알토를 바라보자, 그도 수긍해줬으므로, 나는 용사님이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지금부턴, 보통으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리나쨩?"


내 눈을 바라보며, 용사님이 그렇게 말한 순간



어떤 위화감이 나를 덮쳤습니다.

말로 설명은 잘 할 수 없지만, 분명 뭔가가 덮친겁니다.

마치, 머릿 속이 변조되어가는 것만 같은, 심한 위화감이었습니다.


지금 떠올리면, 이 때부터 제 안에 내재된 소중한 뭔가가,

분명히 틀어져 왜곡됐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거"

"무슨 일이야 리나? 괜찮아?"


용사님의 손을 잡은 채, 묘한 위화감에 풀어진 채로 있어서인지,

알토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들여다봤습니다.


"엣, 아앗! 응, 괜찮아. 좀 지친거같아서"


아하핫,라고 가볍게 웃으면서 나는 알토에게 말했습니다.

더 이상, 그에게 이상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꼭 피로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던 겁니다.


"이런, 나 때문일지도? 오늘은 이제 쉬어둬. 남자친구군이랑 함께 말이지"

"요,용사님..."

"하하하, 농담이야. 너희들 또래같아서, 좀 장난친 것 뿐이니"


웃고 있는 용사님과, 곤란한 느낌의 알토가 일그러진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보았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해버리고 말았습니다.



─ ─ ─ ─ 어쩜, 용사님은.. 다시 보니 멋진 남자구나, 라고.






혹시 작업하고 있는 사람 있으면 댓글 좀.. 나눠서 빨리 돌려버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