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지금까지 나와 보냈던 추억들이 정말 연기에 불과했다고...?"


"네, 전부 연기였어요"


"어,어째서..."


"그야, 당신은 용사니까요"


"그게 왜..."


"저는 세계를 구해야만 해요. 그럴려면 당신의 힘이 필요하구요.

그래서 당신의 힘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세계를 구하겠다는 마음을 먹기엔 당신은 이세계인이었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이 세계에 애착을 가지게 만들었어야 했죠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용했어요"


"그래서...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이용했다?"


"네"


오직 그녀만을 생각하고 그녀만을 위해서 마왕을 무찌르고 세계를 구해냈다.

그 결과가 이 모양이다.

사랑에 배신받고 버려진 비참한 처지


"씨...발...."


배신당한 것만 해도 미치겠는데 더 좆같은 건 그녀에게 말을 듣고서도 그녀를 믿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아니지... 아니잖아..."


"제가 한 말에 거짓은 없습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제발... 이리스 거짓말 하지마... 그동안의 추억은 뭐야... 그 날 약속했었잖아..."


"신께 맹세코"


제발 더 이상 그만해줘

마음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뒤에 나올 말이 부디 끔찍한 상상과 다르기를 원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


-털썩


마왕을 무찌르고도 버텨낸 몸이 말 한마디에 주저앉는다.


차라리 마왕에게서 공격을 받아냈을 때가 이보다 덜 아픈 것 같았다.

고 레벨의 육체는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해졌음에도 마음은 약했다.


"...알았어"


"드디어, 제 말을 이해해주셨군요"


"네...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성녀님"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며 어금니에 힘을 주고 또박또박 말을 전한다.

더이상 과거에 사로잡혀 있기에는 현실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으니까

어서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일어나서 그녀를 지나쳐 동료들을 마주한다.


"너흰... 알고 있었나?"


"그게... 미안"

"미안하다..."


궁수도, 마법사도 사과의 말을 전할 뿐이었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말을 탔다.

그리고 성을 향해 선두의 병사들을 지나치고 나아갔다.


병사들이 그런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이미 마왕도 죽었기에 제지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과거의 상처를 뒤로하고 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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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은가요 성녀님?"


"...네, 어쩔 수 없는걸요"


"이게 최선일까..."


"이것 말곤 방법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시한부인 제가 용사님과 이어져봤자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에요. 차라리 절 잊고 행복하게 사는게 좋으실거에요"


"그래도 인어의 눈물만 있다면..."


"인어는 이미 사라져버렸어요 그런 불확실한 희망은 오히려 더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에요"


용사가 떠나간 후 성녀와 동료들은 답답하고 우울한 모습으로 얘기중이었다.


마왕의 저주를 받은 성녀는 인어의 눈물이 없다면 시한부 인생이었고, 용사를 고통받게 하기 싫었기에 그녀는 잊혀지기를 선택했다.


"그래도... 슬프네요... 그와 헤어지는 것은... 참으로... 아프고... 흑.. 가슴이... 답답해서... 흐윽..."


어느샌가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고 울적한 마음이 그들을 감싸 셋은 함께 눈물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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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칸"


"옙! 단장님! 왜그러십니까!"


"심부름 좀 해라"


"...네? 갑자기 심부름이요?"


황궁의 기사단장 본부, 전직용사에서 현직기사단장이 된 그가 직속부하인 칸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그걸 성녀님께 드리고 와라"


"...네? 성녀님이요? 하지만 단장님은..."


"언제부터 이렇게 질문이 많았나, 칸. 기부명목으로 교회에 바치는 것이다. 그녀라면 나보다 이것을 잘 써주겠지"


"이게 무엇인데요?"


"그건 네가 알 필요 없고... 그래서 아직도 출발안하고 뭐하나? 요즘 널널한가 보다?"


그렇게 말하며 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서려는 기사단장의 모습에 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을 나섰다.


"헉! 죄송합니다! 단장님! 제 1 황실기사단 부단장 칸! 지금 바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덜컥


칸이 떠나가고 방문이 닫히면서 언제 미소를 지었냐는 듯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좀 빠져보이지만 그래도 괜찮겠지. 마왕도 이제 없으니까"


그는 혼잣말하며 옷을 갈아입었다.

평소의 기사단장복이 아닌 옛 용사시절 즐겨 입었던 용가죽갑옷으로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일반적인 용병의 옷과 비슷했다.

옷을 갈아입고는 그는 서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종이에는 여러 말이 적혀있었다. 기사단장으로서의 은퇴와 다음 단장을 칸으로 임명한다는 등의 말들.


그는 종이를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고선 영롱한 빛의 크리스탈을 집어들었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


"황실 제 1 기사단 부단장 칸! 성녀님을 뵙습니다!"


"반가워요, 칸. 기사단장님이 보내셨다구요?"


"넵!"


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조금 기쁨과 동시에 우울함이 들었다.

그가 자신을 생각해주었다는 기쁨과 더이상 다가설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생기는 우울함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지만, 성녀로서 높은자리를 맡아왔기에 그런 마음이 밖으로 새어나오진 않았다.


시한부였지만 아직은 몸에 신성력이 남아있었기에 그녀는 버틸 수 있었다.

언젠가는 죽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1년정도는 버틸 수 있는게 그녀였다.

하지만 마음은 달랐다.

그녀는 육체는 1년을 버텨도 마음은 못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사라진 현재는 너무나 우울하고 슬픈 나날의 연속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게 뭐죠?"


"저도 그것은 모릅니다만, 기사단장님께서 기부명목으로 성녀님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흠..."


그에게서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들어진 주머니를 받는다.

감촉으로 느껴지는 주머니의 안에는 둥근 구슬 같은게 느껴졌다.


이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그녀는 주머니를 열었고...


"...황실 제 1 기사단 부단장 칸"


"네,넵!"


"당장... 당장 그에게 안내해요!!"


"...옙?"


"아,아냐 빨리 그가 있는 위치를 말해줘요!! 지금당장!!!"


"ㅇ,예! 기사단장님은..."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의문의 구슬은 푸르스름한 빛을 띄고있어 예쁜 구슬이었다.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인어의 눈물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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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떰 내가 써봤음

다른 곳에서 봤던 소재인데 ㅈㄴ군침돌아서 내 입맛대로 적어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