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본 링크

제목: 비극의 원흉이 되는 최강 외도 라스트보스 여왕은 백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작가:天壱 


이전화: https://arca.live/b/regrets/2169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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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극악 왕녀는 밤중에 방문한다.


방은 이미 깜깜하다. 닫힌 창문으로부터의 달빛만을 의지해 눈앞에 집중한다.


"프라이드 님... 저에게 무슨 용무입니까..."


있었다.

침대 위에서 무릎을 안은 채로, 그는 거기에 있었다.

고개를 드니, 점심에 있었을 때보다 더 심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미안해. 내일 계약이 시작되기 전에 너와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어."


무서워하지 않도록, 무서워할 수 없도록, 천천히 스테일에게 다가간다.

마치 야생 동물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스테일은, '제일 왕녀 전하가 나와 이야기를...?'라고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스테일. 네 어머님을 만나고 싶니?"


'흠칫'하는 행동과 함께, 스테일의 표정이 확연히 바뀌었다.

그래, 이 표현도 게임이랑 완전히 똑같다.

그렇게 말하면서 프라이드는 계약서을 보이니까.


뭔가 최근 다시 경험을 하고 있는 탓인지,

게임에 대해 생각보다는 선명하게 기억해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거기서 옷 안에 숨겨둔 것을 스테일에게 보였다.


"그건...?"


스테일의 눈이 점점 크게 열린다.


"네 형벌도구의 열쇠야. 아버님의 방으로부터 몰래 빌려 왔어. 이거라면 넌 도망칠 수 있어."


그래. 형벌 도구조차 없으면 스테일은 능력으로 순간 이동하여

모친의 슬하로 갈 수 있다.

게임에서도, 스테일은순간 이동으로 주인공과 함께 성벽 아래로 이동하거나,

프라이드의 명령으로 암살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니까.


스테일의 모친은 제일 왕녀 보좌가 되는 스테일을 보낸 것으로,

성으로부터 많은 보장금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 돈으로 모친과 나라 밖으로 도망가는 일은 간단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스테일은...


"안됩니다."


단호하게, 거절당해 버렸다.

이번에는 내가 놀라 어이가 없어서,

딱 벌어진 입을 간신히 움직여, "어째서...?"라고 물어 본다.


"어머니는, 이제 만나러 와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프라이드님에게 힘써서, 어머니의 일은 잊고 성에서 행복하게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예전의 가족을 만나러 가거나, 성에서 도망치기 시작하면, 나도, 가족들도 큰 벌을 받는다고 성에 있는 사람이 여기에 오기 전에 말했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벌을 받게 되는 것은 싫습니다..."


꾸욱, 자신의 무릎을 잡는 손에 힘을 주면서, 스테일은 고개를 떨궜다.

당장 눈물이 흘러넘칠 것같은 갈색의 눈동자는,

수면과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러니까 게임 속 프라이드의

'모친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프라이드나 왕궁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모친도 벌을 받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일, 가능할 리가 없는데도.


성의 결정은 강고하다. 양자가 된 인간이 예전의,

심지어 서민에게 정기적으로 만나는 일이 허락될 리 없다.

암살이나 유괴의 위험도 있고, 국민에게 왕족으로서의 모습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일 정도야, 8살인 나라도 어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최초로 성의 사람이 왔을 때는 다음날이라고 들었기에, 굉장히 싫어서 매번 도망치거나 날뛰거나 했습니다. 그렇지만 국서 전하가 2주간의 시간을 주셨고, 그 사이에 어머니와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헤어지는 날에는, 이제 후회는 없다고. 제대로 작별도 할 수 있었고, 너를 많이 사랑한다, 고..."


그렇게 말하면서 스테일은 작은 소리로

'그렇게 울고 있었는데...'

라고 스러질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게다가, 제가 도망치면 이번에는 다른 아이가 불리겠지요. 친구 중에 가족이 여동생밖에 없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도 능력자라서... 저 대신에 그가 불리는 건 싫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직 7살인데 다른 아이의 일까지 걱정해 주고 있다.

나의 경박함이 부끄럽다.


내 기억이 맞다면, 게임에서는 이런 스테일의 심정을 듣는 장면같은 건 없었다.

어린 소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꾸욱 조여드는 것 같았다.

정말로 프라이드는... 나는 이렇게나 끔찍한 인간일까.

이런, 이런 아이에게



모친을 죽이도록 만들다니.



예속의 계약을 받게 되어, 모친을 만나는 것도 거짓말이란 걸 안 스테일은

프라이드를 미워하면서도, 명령 때문에 예속의 계약을 발설할 수도 없고,

프라이드의 마음대로 조종되고 희롱해진다.

그리고 티아라의 생일을 앞둔 바로 전 날, 그녀는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한다.


"그랬지, 스테일. 그 때 약속했었지? 네 모친을 만나게 해 준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스테일에게 나이프를 전한다.


"이 나이프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모친을 죽이고 와."


낭패해서, '어째서 그런 일을'이라고 호소하는 스테일에게 프라이드는 웃으며

'아아, 드디어 그 얼굴을 볼 수 있었어'라고, 절망뿐인 말을 스테일에게 내뱉는다.

그리고, 명령에 거역하지 못한 채 모친을 다치게 한 스테일은, 마음에 심한 상처를 남긴다.


그렇지만, 나라만 할 것이다. 반드시.

전생의 기억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

제멋대로 자유로운 삶만 살고 있던 나는 이 잔학함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매일, 자신의 장난감이 된 스테일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는 반응을 할지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눈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스테일에게

속죄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찬다.

사과하려고 해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필요없어진 형벌도구의 열쇠를 꽉 쥔다.


내가 조용해져 버린 것을 신경 썼는지, 스테일은 그대로 말을 계속한다.


"이런 나를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라이드님이라 다행이다... 가 아니라 영광입니다. 열쇠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원래 장소에 되돌려 주세요. 내일은 잘 부탁드립니..."


정신을 차려 보면, 나는 작은 스테일의 몸을 껴안고 있었다.


한 살 어리다고 해도, 사내 아이인데 나보다 가냘프게 생각되는 그의 몸은,

좀 더 힘을 주어 버리면 으스러질 것 같았다.

이 몸으로 얼마만큼 참아 왔고, 얼마만큼 상냥하게 살아왔던 것일까.


그를 구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다. 티아라다.


어리고 상냥한 마을과 순수함을 가진 의붓동생의 존재만이 그의 마음을 달래고, 지주가 된다.

의붓형으로서 프라이드에게 들키지 않도록, 눈에 들어오지 않게 티아라를 지켜나가는 동안에,

그녀의 행복이 그의 희망이 되었다.


프라이드의 명령으로 가혹한 정치와, 때에 따라 능력을 이용해 암살 등으로 손을 더럽혀도

마음을 잃지 않고, 의붓동생인 티아라의 앞에서만큼은 상냥한 오빠로,

사람으로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로서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풀어주는 일도 할 수 없다.

그를 평생 나에게 붙들어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약속할게... 나는 절대 더 이상 너를 상처 입히지 않아...! 너도, 네 어머님이 있는 이 나라도 모두가 웃으며 살 수 있도록 만들게...! 내, 생명이 있는 한은...!"


얼마나 한심할까. 스테일이 참고 있는데도, 내가 먼저 울어 버리고 있다.

적어도 등 뒤로 들키지 않게, 그를 껴안고 있는 내 팔로 눈을 비비고, 코를 훌쩍거린다.


이런 곳에서 우고 있는 의붓누이를, 누가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잠시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스테일을 계속 껴안고 있으니,

방의 문으로부터 노크의 소리가 들렸다. 위병이 슬슬 부르고 있을 것이다.


다행이다. 이제 눈물은 그쳤다.

천천히 스테일로부터 멀어지니, 이제는 고개를 숙이는 일 없이 처음부터 똑바로 내 얼굴을 봐 주고 있었다.

달빛으로 잘 안 보이지만, 그 눈매에는 선명히 눈물이 어려 있어...

아아, 나는 또 내 일 뿐만으로, 그의 괴로운 눈물을 닦아주는 일도 할 수 없었다고 반성한다.


손가락끝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늦은 시간까지 미안해. 잘 자. 천천히 쉬어.'

라고 서투르게 억지웃음을 지으며 방을 뒤로 했다.


스테일은 인사를 돌려주려고 했는지, 뭔가 말하려고 입을 진동시키고 있었지만,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앞으로 10년.

적어도 제일 왕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렇게 마음으로 결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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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후회파트 시작입니다.

글리젠이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마음 같아서는 주딱이랑 파딱부터 가둬놓고 소설만 쓰게 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그 말 하기도 전에 파딱 되어버려서 결국 못했습니다.


또 글감 생각나면 소설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https://arca.live/b/regrets/21959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