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키잡 후회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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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드득-


숲 속을 터벅터벅 걷고 있던 나의 발에 연약한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그런데 작은 주제에 꽤 소리가 컸기에 풀숲에 숨어 있는 여자아이를 놀라게 하는 것은 충분했다.


"히익!"


앳되고 힘 없는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오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으로 다가갔다.


바스락 바스락. 


그렇게 소리가 들린 곳으로 대충 도착하니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감싸고 있는 귀가 기다란 여자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귀가 기다란 인간과 유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종족은 누구나 알고 있는 엘프였다.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한 종족.


하지만 그런 대중이 말하고 있는 엘프와는 다르게 고사리 같은 손과 내 손만큼이나 작은 머리.


절대 나를 헤칠거 같이 보이지 않는 행동. 그렇기에 찰나의 당황함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그저 부르르 떨고 있는 그녀의 행동에 대한 의문과 알 수 없는 동정심이 나를 감쌌다. 


그렇기에 어두운 골목길에서 쪼그려 앉아 벌벌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에게 내미는 듯한 손길로 아이의 머리를 매만졌다.


흠칫.


말 그대로 내 손과 머리가 맞닿자 흠칫 떨고 나니 방금과는 달리 부르르 떨지 않았고 그저 고개만을 숙이고 있었다.


그런 진짜 새끼 고양이와 비슷한 반응에 절로 미소가 나오며 말한다.


"귀엽네"


그러자 또 다시 한 번 흠칫 떨더니 나의 말에 드디어 두려움이 없어졌는지 고개를 들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의 아름다운 색을 가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눈과 마주치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예쁘네.."


눈만 보고 예쁘다 하는게 이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녀의 눈은 아름다웠고 나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이게 내 판단이다.


"아저씨 누구?"


처음 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니 이 아이에겐 이상하게 보였는지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내가 누구냐고?"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고는 머리에 쓰고 있는 두건을 거두며 말한다.


"너의 새로운 보호자."


"새로운 보호자?" 


그런 나의 뜬금없는 대답에 의구심이 더욱 커졌는지 만화로 표현한다면 머리 위에 '?' 라는 표시가 뜨는 표정을 지었다.


예상밖의 대답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려졌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너를 먹이고 씻기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이 말씀." 


먹이고.


내가 한 말 중에 이 단어를 듣자 아이의 눈이 방금과는 달리 똘망똘망 해졌다.


"먹을거 주는거야?"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럼 그럼! 이래봬도 나 돈 많다고?" 


나의 확실한 대답이 끝나자 아이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줘!" 


"뭘?"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먹을거!"


"뭐?"


아이의 당돌한 행동에 순간 당황스러움이 나를 감쌌지만 또한 그녀의 행동이 재밌었기에 순식간에 당황스러움은 사라졌다.


"그건! 나와 같이 집에 가면 줄테니까 일단 팔로우 미"


"오케이!" 


그렇게 서로의 얘기가 끝나자 아이가 폴짝 일어나며 아기오리 처럼 내 다리 뒤에 섰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겠지만 나에게는 그녀의 행동은 또 다른 귀여움이 느껴졌기에 입꼬리가 광대뼈를 향해 더욱 올라갔다.


그런 미소를 지으며 숲을 들어온 길의 반대 방향인 들어온 길로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렇게 작은 여자손님과의 동거는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