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돕지 않아도 괜찮은데"


나연과 얀순이 두 사람은, 얀붕이의 시체에 흙을 덮고 있었다.


공장내에 흙이 있는 것은 이상하기에 들키면 확실히 걸릴것이다.


하지만, 발각되지 않으면 마법의 흙으로 시체는 흔적도 없이 분해된다.


"괜찮아! 해보고 싶었거든, 시체의 처리"


"별나네..."


준비해놓은 삽으로, 부지런히 흙을 덮어 간다.


살인의 공범이 되었는데도 , 얀순이의 태도는 평소대로이다.


"미안해, 얀순아..."


"에? 왜?"


"이런걸, 돕게해서..."


"아이참, 오히려 좋다니까! 나, 살인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는걸. 좋은 사진도 찍었. 손을 더럽힌 보람이 있었어!"


얀순이가 바닥에 놓인 비디오 카메라에 시선을 보낸다.


이 영상은 틀림없이 살인의 증거가 되어, 발각된다면 징역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죄인이 되어도, 그녀는 후붕이에게 이 살인의 자초지종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얀순이가 잡히는건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상엔 얀순이는 일체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경찰에게 잡혀도 얀순이를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


"언니 남편이 신고하면 결국 잡히겠지만 들켜서 잡히지는 않겠네. 역시 내가 생각한 계획은 완벽했어~"


"그렇네... 솜씨가 굉장해서 놀랐어"


준비한 대량의 흙을 덮고, 블루 시트를 더 위에서 깔고 고정한다.


"이걸로 됐어. 다음은 공장을 자물쇠로 잠그면 끝"


땀을 닦으면서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얀순이는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도 준비한 살인도구를 재빨리 처리하고, 얀순이와 함께 공장을 나왔다.



"좋아, 돌아가자. 다음에 오는 것은 한달 후겠네~"


"응..."


차에 탑승하여, 도로에 오른다.


"얀순아"


"응? 왜 언니?"


"고마워, 도와줘서"


"괜찮다니까~ 오히려 이쪽이야말로 고마워! 정말 귀중한 경험이니까. 이 경험은 좋은 재료가 될 꺼야!"


얀순이는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말한다.


"역시 얀순이 너 바뀌고 있구나"


"그래? 개인적으론 언니쪽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아하하, 뭐... 그럴지도"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잠시, 둘 모두 무언이 되었다.


"남편이랑 꼭 잘 됐으면 좋겠네!"


"...응"


"만약 잘 되면, 그때는 또 취재 하게 해줘. 살인방조의 답례도 겸해서"


"응..."


두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서 한 달이 지났다.


얀붕이가 행방불명이 된 일은 곧바로 퍼져, 당연히 경찰에도 알려졌지만


누구도 붙잡히는 일은 없었다.


--


후붕이가 없어진지, 3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매일 매일 추운하늘 아래에서 후붕이를 계속 기다렸다.


때때로, 얀순이가 상태를 보러 와줬고, 그 때는 약간 수다를 했다.


어느 날, 집 앞에 차가 멈췄다.


검고 네모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타입의 차.


나는 기대감을 품고, 일어선다.


일시적인 정차인지, 누군가가 내려오는 것인지, 깜빡임도 잊고 차를 계속 보았다.


차가 열리고, 안에서 낯익은 사람이 내려 온다.


그 면식이 있던 인물을 보고, 나의 눈동자에서는 순식간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차에서 나온 것은, 틀림없이 후붕이였다.


후붕이가 돌아온 것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후붕이의 곁으로 달려갔다.


"후붕아!"


후붕이는 나를 보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얼굴을 돌렸다.


순간적으로, 바늘에 찔린 듯한 통증을 가슴에 느끼면서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후붕이의 손을 잡고, 그동안의 마음속에 쌓여온 냉기를 녹이듯이 그를 껴안는다.


"어서와, 후붕아..."


"나연아..."


뭔가 말하고싶은듯한 표정을 하면서도, 후붕이는 그대로 침묵한다.


"그 여자가 나연인가"


쾅 하고, 차의 문이 닫히는 소리.


예쁜 여자가 후붕이의 옆에 스더니, 연결된 손을 억지로 떼어낸다.


나는 입술을 부르르 떨면서, 한발 물러서서 그녀를 본다.


검은색 레이디즈 정장. 요염한 흑발을 어깻죽지로 잘라 가지런히한 보부 컷. 긴 속눈썹, 뚜렷한 쌍꺼풀, 짙은 갈색의 눈동자.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후붕이를 넘을 정도의 장신으로, 풍만한 가슴과, 큰 엉덩이. 그러면서도 날씬하고 단단한 육체.


눈 앞의 여성과 비교하니, 자신이 모두 뒤떨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는 무심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당신, 누구야?"


"누구냐니, 후붕이의 새로운 연인인데?"


"하? 후붕이는 내 약혼자야!"


"멍청한 거냐, 너는?"


미인이고 쿨한 인상의 외모와는 달리, 거칠고 난폭한 말투.


이런 사람이 후붕이의 애인이라니, 질 나쁜 농담이다.


나는 눈을 치켜뜨고, 분노에 사로잡힌 대로 반항하려고 하자, 후붕이가 그녀를 지키듯이 앞으로 나왔다.


"나연아, 그녀의 말을 들어줘"


"후, 후붕아...?"


이상한 여자의 곁에 서 기댄 후붕이를 보고, 나의 가슴 속에 질척질척한 불쾌한 감정이 생겨났다.


"잘 들어, 후붕이의 새로운 연인은 나다. 네 년 같은 걸레년은 바람피우던 그 놈이랑 사이좋아지면 되잖아"


"뭐...뭣?!"


당당한 폭언, 나는 말을 잃었다.


후붕이도, 그녀의 말을 정정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후붕아... 어째서...?"


"채나연, 이제 끝내자"


휙하고, 핏기가 가신다.


눈 앞이 흐려지고 혼란스러워진다.


"다시 관계를 바로잡아도, 서로 괴로울 뿐이야. 나는 앞을 보고 살아가고 싶다. 그녀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기로 했어"


"어째서... 싫어..."


눈물을 흘리고, 달라붙었다.


후붕이는 슬픈 듯이 눈을 감을 뿐이었다.


"너도, 얀붕이와 함께 살아 가면 되잖아. 서로의 일은, 이제 잊자"


"그런건, 싫어, 싫어... 싫어..."


나의 옆을 지나쳐, 후붕이와 그녀가 집으로 향한다.


"잘가... 나연아..."


"가,가지마! 후붕아!"


당황해서 뒤쫓으려고 하지만, 생각한대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잔디 위에서 넘어져 버린다.

곧바로 일어나려 했는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멀어지는 후붕이의 등에,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후붕아!!"


후붕이는 나를 돌아보는 일 없이, 그녀와 함께 집 안으로 사라져 간다.


철컥 하고 소리를 내며, 현관 문을 열어 들어간다.


지금의 나로는, 들어갈 수 없는 문으로...


나는 주저앉아, 눈물 흘렸다.


목이 망가져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될 때까지, 계속 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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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결은 자고 일어나서 할게용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