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호구 남주에 빙의됐다 프롤로그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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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길 나가면 되겠네"


조금 극단적이며 밥줄이 끊기는 선택이였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결이 나와 그러기로 결심했다. 결심히 굳혀지자마자 나는 책상에 올려져 있는 종이에 펜을 갖다 대 사직서 비스무리 한 것을 써내려갔다. 


몇번을 수정하며 써내려가며 쓴 완성된 사직서를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난 종이를 깔끔하게 접은 뒤 책상 위에 공손히 올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졸리네"


졸린 눈을 손을 들어 비비니 루카스의 손이 보였다.


굳은 살이 군데군데 있으며 생채기도 조금씩 보였다.


"에휴 호구새끼, 관심도 안 주는 사람이 뭐가 좋다고"


손을 보니 루카스의 과거가 생각났다.


루카스의 부모는 루카스를 이 집안에 집사로 팔아넘겼었다. 당연히 팔려온 입장이여서 다른 집사들에게 차별을 받았었다. 


하지만 여기서 에밀리가 그저 또래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팔려왔다는 것을 무시한 채 친구로써 대해줬다. 


당연히 기댈 수 있는 곳이 에밀리 밖에 없었던 루카스는 에밀리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에밀리를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아무렇지 않게 혹사했다.


하지만 에밀리는 이런 루카스를 알아주지 않았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 관계에서 멀어지며 아가씨와 집사의 관계가 되었다. 


루카스는 이런 상황을 절망했지만 공식 호구였던 루카스는 그녀를 위해서 자신을 혹사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에밀리는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루카스의 과거를 회상하자 손이 꽉 쥐어졌다.


"그럼, 이제 자자"


겉옷을 벗은 뒤 그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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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대망의 다음날이 되어 에밀리의 방 문 앞에 서 긴장한 마음을 쓸어 내린 뒤 사직서를 꽉 쥐었다. 


"루카스 들어갑니다"


떨리는 손으로 노크를 하며 말한 뒤 문을 열어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문을 열어 들어가 팔을 가슴 앞에 둔 뒤 인사했다. 


"...."


하지만 에밀리에게 대답은 오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이후로 만날 사이가 아니기에 서류를 보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가 어제 열심히 썼던 사직서를 내밀었다. 


"이건 무엇인가?"


종이를 보더니 시선을 위로 올려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사직서 입니다"


차갑게 말하는 그녀에게 나 또한 차갑게 대답했다. 그래봤자 신경 안 쓸 것이 뻔하지만 나의 소심한 복수이니 그냥 넘어가자


에밀리가 다시 시선을 내려 사직서를 펼쳐 곰곰히 보더니 다시 시선을 올려 내 얼굴을 봤다.


"거절한다"


에밀리가 종이를 내 쪽으로 밀어내며 한 말이다. 


흔쾌히 수락해줄 것 같았던 에밀리가 거절하니 당황스러웠던 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째서인가요"


"알고 있을텐데 너는 팔려온 몸이란 것을"


생각보다 간단한 이유에 속으로 크게 숨을 내쉬며 그녀가 몰랐던 사실을 말했다. 


"제 몸값은 이미 한참전에 냈으므로 아가씨께서 수락만 해주시면 됩니다"


종이를 다시 그녀쪽으로 밀어내며 사실을 알려줬다. 몰랐던 사실에 살짝 놀란듯한 표정을 짓더니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내 확신이 선 대답에 표정을 다시 굳히더니 의자에 푹 기대며 말했다. 


"뭐 그렇다면 상관없다 이만 가거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미련없는 대답에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지만 꾹꾹 속으로 밀어내며 작별 인사를 한 후 방 밖으로 나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복도를 걸으며 오른손을 들어 루카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미안하다"


ㅡㅡ


뭔가 알 수 없는 여성향 특유의 오글거림 때문에 쓰기 힘들었다


다음화: 호구 남주에게 빙의됐다 - 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