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들의 ‘선생님’이 아니에요. 왜 여태까지 우리를 속인 건가요?”


“나는 당신 같은 위선자가 제일 싫어!”


“중앙학생회에서는 당신의 선생 자격을 박탈하고, ‘시스템’을 회수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진짜 선생님의 지시가 있을 테니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위선 선생’.


*


 중앙학생회 지하 감옥. 지하 감옥에서도 시설이 열악한 독방에 갇힌 선생은 족쇄가 채워진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몇 번이고 상부에서 학원도시의 선생으로 임명받은 날과, 선생으로서 올바른 길로 이끌려 했던 학생들이 자신을 배신하는 장면을 보았다. 


학원도시는 우주 괴수의 침략으로 멸망한 마지막 희망이었다. 어른들과 달리 각성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우주 괴수를 물리칠 능력을 가진 학생들. 인류의 희망이나 마찬가지인 학생들을 이끄는 선생이 된다는 것은 달으로 도망간 어른들의 마지막 책임자였다. 거기에 선생 임기를 마치면 학생들에 이어 인류를 이끄는 인류의회의 의원으로 임명받으니 선생이 되고 싶은 사람은 많았다.


선생은 학생들을 이끌 능력을 쌓았고, 학생들을 한 명의 올바른 어른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을 증명해 학원도시의 선생이 되었다. 


수많은 난관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선생은 기대를 품고 학원도시로 갔다. 


중앙학생회의 의뢰를 받아 위기에 처한 학교와 학생을 지켰다. 대형 학교의 침략 때문에 폐교될 뻔한 소형 학교를 살려 내고, 부패한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출사표를 내민 학생을 선거에서 승리하게 도왔다. 소중한 학생들을 납치해서 실험체로 써먹으려 한 우주 괴수의 스파이도 잡았다. 


하지만 ‘그 선생’이 학원도시에 오고 나서 모든 상황이 반전되었다. 그는 자신이 진짜 선생이라 주장하며 어른들에게 인정받은 선생만이 발현할 수 있는 ‘기적’을 보여 주었다. 선생은 학원도시 어딘가에 있는 ‘기적’을 찾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는 진작 기적을 선보이고 있는 데다 가까운 시기에 일어나는 굵직한 미래를 연달아 맞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짜 선생임을 드러냈다.


선생은 순식간에 가짜로 몰렸다. 처음에는 믿어주던 학생들도 가짜 선생이 사용하는 능력을 보고 한 명 한 명 등을 돌렸다. 선생이 진짜임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던 학생들은 중앙학생회 안보부의 공작으로 실종되었다.


“이 거짓말쟁이! 진짜 선생이라고 믿었는데!”


중앙학생회가 선생을 체포하기 위해 자택을 급습한 날. 굶고 있는 선생을 위해 장을 봐 오던 학생이 중앙학생회의 출두를 보고 울음을 터뜨리며 그를 밀쳤다.


‘그 애만은 믿어줄 줄 알았는데.’


그 일은 선생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중앙학생회는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가짜 선생은 그를 살려 지하 감옥에 감금했다. 


학생들의 인도자인 ‘선생’을 사칭한 대역죄인. 가짜 선생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존재.


학생들의 고문과 세뇌에 자신을 가짜 선생이라고 믿게 된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콰앙-


절망에 빠져 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순간.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독방 문이 열렸다. 학생의 각성 능력 때문에 폭발한 문에서는 연기가 피어나오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 그리고 폭발 능력을 주로 사용하는 학생. 그 아이였다. 학원도시에서 가장 처음 만난 학생이자 마지막까지 그를 믿어 주었던 학생이었다.


‘당신이 어른들이 보낸 선생이야? 그렇게 안 보이는데.’


대형 학교의 착취에 시달리고 있던 소형 학교의 회장.


‘내일까지 선발부대를 물리치지 못한다면 선생으로 인정 못해!’


전교생이 세 명밖에 없는 학교를 지키기 위해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던 아이. 


‘우리 학교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선생님.’


모든 일이 끝난 후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던 소녀.


‘이 거짓말쟁이!’


그리고 중앙학생회의 압박에 지쳐가던 중, 결국 선생을 배신한 아이.


“선생님.”


“후순아. 오늘이… 집행일이야?”


선생이 묻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전투 때문에 팔을 잃었는지 의수를 착용하고 있었고, 


“선생, 아니 ‘가짜 선생’이 죽었어.”


선생을 배신한 학생 후순은 고해성사하듯 가짜 선생이 죽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았다. 


“이 세상은 게임 속 세계래.


우리 학생들은 스토리에 조종당하는 캐릭터고, 플레이어인 자신만 선택을 할 수 있다 말했어.


그리고… 우리를 자기 없이 아무것도 못 하는 인형이라고 모욕했어.”


다른 세계에서 학원도시에 온 가짜 선생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스토리가 끝나자, 밑천이 떨어지자 점점 흔들려 갔다.


그동안 행해 왔던 전투 지휘가, 기적이 게임 속 가짜 선생이 보여준 가짜 능력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궁지에 몰린 가짜 선생은 후순을 포함한 자경단이 쫓아오자 학생들을 조롱하고 중앙학생회 건물 옥상에서 자폭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은 후순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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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아애니 선생 보고 생각난 후회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