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갈수록 심해지는 학생들의 냉대에 지치고 더는 못 견딜 것 같은 심정에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지경까지 다다르자 결국 키보토스를 떠나기로 마음 먹음


그리고 연일 선생의 외모를 때리며 조회수를 받아먹던 신문부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바로 특종으로 돌리며 키보토스의 모두가 선생이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됨


당연하게도 학생들은 그 결정을 반가워함 

오히려 선생이 없었어도 키보토스는 멀쩡히 돌아갈 것이다 선생보다도 우수한 학생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무슨 걱정이냐 그런 식으로 선생이 지금껏 학생들을 위해 행한 헌신을 별 거 아니란 듯이 폄하할 뿐임


선생은 그런 학생들의 반응에 또 한 번 씁쓸해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자리가 계속 공석이면 생길 수 있는 문제와 대비책을 차분히 적을 뿐임 

아로나와 프라나도 어느 순간부터 도와주지 않게 되어 그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속은 계속 곯아감


마침내 모든 채비를 마치고 키보토스를 떠나려던 날을 하루 앞둔 한밤 중에 미카가 선생을 찾아옴

선생은 필터가 꺼졌을 때 애써 태연한 척 웃던 미카의 얼굴이 떠올라 몸을 아예 돌려버리고 왜 왔는지 물어봄 이런 곳에 온 걸 알면 분명 지금보다 심한 놀림을 받을 거라며 돌아가길 권함


그러나 미카는 오히려 담담하게 지금보다 더 박한 취급을 받게 되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선생에게 한걸음씩 다가가는 거임



그때도 이랬었지 

기억나? 내가 그날 그때 위험에 처했을 때 선생님이 내 앞을 가로막아준 거, 나를 공주님이라 불러준 거…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그날 나는 선생님에게 푹 빠져버렸으니까

실망시켜서 미안하다고? 뭐가? 아… 못생긴 것 때문에… 그야 뭐… 못생기지 않았다고 거짓말이겠네

잠깐! 이야기가 딴길로 샐 뻔했잖아! 정말! 나는 그때 일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기억도 못하고… 선생님, 나 그때 선생님 얼굴 기억 못해 그야 보질 못했는걸 지금처럼 나한테서 등을 돌리고 있었으니까

기억하는 거라곤… 날 공주님이라고 불러준 목소리, 괜찮냐고 물어봐준 목소리, 날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목소리, 그리고 나를 다시 일으켜세워준 손의 온기…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이젠 알았어 나는 선생님의 상냥함에 반한 거야 잘생긴 왕자님이라서가 아니라, 선생님이 무척이나 상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어

구해줘서 고마워 선생님 지금도 그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마침내 미카가 선생을 뒤에서 안으면 선생이 참고 참은 눈물을 펑펑 터트림 

눈물콧물이 질질 흐르고 숨도 제대로 못 쉬어서 꺽꺽 거리는 등 추한 모습이지만 미카는 담담하게 선생의 앞으로 가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기만 함 그리고 넌지시 물어보는 거임


나랑 같이 있지 않을래? 선생님을 위해 이번엔 내가 힘내볼게


하지만 선생은 이미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며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고 자기랑 같이 있으면 미키가 더욱 모진 따돌림을 당할 텐데 그것이 싫다며 울면서 거절함

미카도 사실 선생이 떠나면 자신의 마음을 오해하고 다신 그 오해를 풀 수 없게 되는 것이 싫어서 늦기 전에 그 마음를 전할 셈으로 찾아온 거라 더 붙잡지 않음

다만 앞으로도 계속 상냥한 사람으로 있어달라고만 부탁할 뿐임



그리고 선생이 키보토스를 떠난 후 미카는 밤의 일이 들키게 되어 선생님을 안은 사진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추남 취향이란 식으로 대놓고 조롱을 듣는 등 수모를 겪게 됨

하지만 미카는 오히려 당당하기만 함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마음대로 지껄여 누가 뭐라 욕하든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또 한참 흐른 뒤 키보토스를 떠난 선생은 그때의 트라우마는 그대로 안고 있지만 그래도 미카의 당부대로 꿋꿋이 상냥한 사람으로 살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덕에 다시금 자존감을 차츰 회복해가고 있음

그런 그의 단말에 키보토스로부터 음성 메시지가 하나 도착함

선생은 키보토스란 이름만 보고 그 모멸감 어린 시선들이 떠올라 식은땀을 흘리고 몸을 벌벌 떨지만 혹시 미카일 수도 있단 생각에 용기를 내서 음성 메시지를 틀어봄


그리고 들려오는 건, 아로나의 목소리뿐

엉엉 우는 탓에 발음도 뭉게져 제대로 들리지 않지만, 분명 아로나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음

제발, 한 번만 더, 키보토스를 구해주세요, 선생님



후회물의 진국은 다신 그와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지내는 사람의 간극에서 나오는 전자들의 서글픔이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후진이 한 명 정돈 있었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