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IU8kUjmn5s?si=cTGC4oxph5SEV0Rc









그 일이 일어난 뒤로, 하준과 미영은 과거의 상처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앞을 향해 달렸다.

서로의 성공을 위해, 공부를 하고 일을 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함께 밥을 만들었고 식사를 했다.


밤이 되면 서로의 손을 잡고 마주보며 내일의 희망을 나누며 잠에 빠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일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다음해의 무서운 추위가 마지막 발악을 하던 2월, 미영의 자궁에 잉태한 하준의 아이가 무사히 세상의 빛을 보았다.

작고 귀여운 공주님이 미영의 자궁을 넘어 수술실의 빛을 마주하며 울기 시작했다.



“하아.. 하, 하준아.. 우리 아기는.. 괜찮아?”

“응, 건강해.. 미영아. 고생했어.”

“흐윽... 우리 아기...”


강보에 싸인 아이를 보는 순간, 출산의 고통보다 기쁨의 눈물과 감동의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음에도, 미영은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품에 안았다.



“…아기.. 우리 아기... 하준이와 내 아기...”

“미영아... 정말 고마워,..”

“하준아.. 아이의 이름은 정했어?”



의료진이 태반의 처리를 하는 동안, 미영은 정신을 붙잡고 하준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

출산하기 한달 전, 미영은 하준에게 아이의 이름은 아빠가 지어주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생각도 못했고 이름이야 엄마가 지어줄 거라 생각했던 하준은 화들짝 놀라며 피하려 했지만, 그의 손을 잡은 미영의 단호한 시선 앞에서 도망갈 길은 없었다.



“우리 아이의 이름은 우리가 정해야 해. 그리고 나는 하준이가 우리 아이의 이름을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그때부터 하준은 일을 하는 동안에도 아이의 이름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시달렸다.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아이가 평생을 가지고 가야할 이름을 어찌 쉽게 정하겠는가.


하지만, 아이의 이름의 뜻도, 거창하고 아름다운 단어도 떠올릴 여유가 없었던 하준이었기에 단순할 수 있을 이름을 꺼냈다.


“응.. 하영이라는 이름이 어떨까?”

“하영... 하, 아하하.. 우리 이름이잖아.”

“역시 아닌가..?”

“아냐, 우리 딸 아이의 이름이니까, 나는 찬성이야.”


불안함이 정답이라는 것처럼, 미영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웃음소리를 냈지만, 그 다음에 나온 말은 하준의 걱정을 부정하는 따스한 답이었다.


그리하여 새로 태어난 딸에서 하영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하준과 미영은 강보에 싸인 그들의 딸 하영을 함께 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세달이 흘러, 미영은 무사히 산후조리를 마치고 하준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공주님, 하영은 항상 부모와 같이 있어야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일상의 일이 너무나 바쁜 시기였기에, 시댁에 맡겨 놓고 하루에 한번 씩 방문하여 아이와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마다 미영은 하영에게 모유를 먹여주며 사랑을 속삭였다. 하준과 함께 딸이 잠들 때까지, 곁에서 손을 잡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은 한 순간마다 바람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두 사람은 교회에 도착했다.

그날은 교회를 지키는 신부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날이었다.



“형.. 어색하지 않을까?”

“병신같은 소리 작작해라, 왁스 빨 잘받는 놈이 뻘소릴 다 하네. 이럴려고 머리카락도 자른 거 아니었냐?”

“아니.. 그래도 긴장 되잖아.”



교회의 방에서 턱시도를 입은 하준이 긴장으로 가득찬 식은땀을 흘리며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에 익숙해지려 했다.


상상도 못해봤던 왁스로 머리카락을 꾸미고 턱시도를 대여해서 입다니.. 이것이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준과 미영은 결혼 사진을 미리 찍어보자는 안준의 의견에 따라 이곳에 왔다. 물론, 결혼 사진의 이야기는 교회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경악하는 하준과 달리, 미영은 기뻐하며 하준의 손을 잡고 교회에 들어갔다.


그렇기에 하준은 도망칠 수도 없이, 교회에 들어가야 했고 형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턱시도를 입었다.

무엇 하나 익숙해질 수 없는 어색함이었다. 하지만, 안준은 엄지를 들고 낄낄거리며 만족스러워 했다.



“햐, 네가 이 꼴인데, 미영이는 어떨거 같냐?”

“..형 말이 맞아. 내가 정신을 차려야지..”

“그럼 빨리 나가기나 해 새끼야. 신부님 기다린다.”

“그, 으와앗?!”



신부를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안준의 말과 함께, 하준은 형의 손바닥에 밀려 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런 하준의 눈 앞에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미영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 미영아...”

“준비는 끝난거야?”

“응...”



안경을 벗고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미영의 모습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웨딩 드레스를 입은 여자 친구를 마주한 하준은 해야 할 말을 잃어버리고 입을 닫지 못하게 되었다.



“턱시도는 잘 어울리네, 넥타이만 조금 잘하면 되겠어. 잠깐만..”

“아, 으... 하하... 미안, 내가 이런 실수를...”

“하준이는 언제나 실수투성이라니까~ 내가 없으면 어떨까나?”

“하, 하하.. 불안한 말은 하지마..”



굳어버린 남자친구를 돕기위해 베일을 벗고 다가가 하준의 넥타이를 고치며 사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와 시선을 마주하는 미영에게 끔찍한 과거의 그림자 따윈 없다.


오직 눈 앞의 사랑하는 남자 친구와의 빛나는 미래를 향한 희망이 있을 뿐이다.


하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미영과 달리 약간의 부끄러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의 마음 역시 미영에 못지 않았다.

그 사이에 안준이 교회의 신부에게 인사를 한뒤, 카메라를 들었다.



“자, 둘다. 준비 해. 곧 찍는다.”

“어, 버, 벌써?!”

“새끼야. 여기 전세냈냐?”

“아, 아하하...”



변함없는 형의 말은 하준과 미영의 마음에 자리잡은 긴장을 가볍게 만들었다. 거칠고 예절 따위 찾을 수 없는 말투였지만, 두 사람 모두 사진기를 들고 있는 안준의 미소를 보며, 그가 자신들의 사이를 응원하고 있음을 알았다.



“하준아, 어떻게 할까?”

“그럼.. 이렇게 하자.”



하준의 손이 움직였다. 미영 역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 역시 그의 품에 가슴을 밀착하고 그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부부와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안준이 미소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엄지를 들었다.



“오, 좋아 좋아! 그대로 찍을테니 기다려! 하나, 둘...”

















“셋!”





============================================================





이미지는 전부 AI를 사용해서 만든 이미지입니다.

시간을 짜내 만든 에필로그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이번에도 상중하로 나누려 합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