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용은 오늘도 아빠를 찾는다 -1- - 후회물 채널 (arca.live)


2편: 용은 오늘도 아빠를 찾는다 -2- - 후회물 채널 (arca.live)


*****


갑자기 시작된 용이자, 왕과의 삶은 예상처럼 흘러갔다.


"아이림!! 이게 무엇이냐..?"

"아! 용왕폐하! 고기 스튜입니다. 어제 잡아온 멧돼지로 만들었는데..."


"오호... 네가 한 요리라. 꽤나 궁금하구나 어디 한 번 맛을..."

"... 브에에에에..."


"맛이 많이 없습니까..?"

"고기를 이리저리 굴린 뒤에 빤 물을 먹는 느낌이구나."

"그, 그 정도입니까?? 죄송합니다."


*****


"지... 지금 여에게 그런 옷을 입으라는 것이냐??"

"아니 네이아님 지금 같은 옷을 며칠째 입고있는지 아십니까?"


"이 옷은 청결 마법으로 매일 처리하고 있느니라. 이런 힘만 쌘 멍청이 녀석!"

"예?? 감사합니다. 제가 좀 힘이 쌔긴 하죠..."

"칭찬이 아니다!!"


*****


"원래 헤츨링은 이렇게 잠이 많은건가?"

"원래 드래곤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낸다."

"오랜 시간 잠을 자며 체내에 마나를 축적하는 것이지."

"그 과정에서 드래곤 하트가 만들어지고, 그 기간이 길수록 강한 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아이를 만나고 벌써 반 년이 흘렀는데..."

"이 정도면 용 중에서도 매우 긴 편이다."

"이 아이는 성장해 무척이나 강한 용이 될 것이 자명하다."


"...너보다?"

"아무리 그래도 여보다 강해지겠느냐?"

"아하하 하긴. 너보다 강한건 상상이 안되긴 해."


긴 시간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 흘렀다.


둘 사이는 왕과 방랑 기사에서 친구로 변했다.

아니. 어쩌면 아이림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림은 한창때의 나이였고, 네이아는 너무나도 매력있는 여자였으니.

그녀는 강하면서 현명하고, 또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런 마음이 이뤄지기 힘들것임을 잘 알고있었다.

'네이아는 왕이었고, 또 용이면서, 강하니까.'

그녀와 자신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 그 이상임 알았다.


하지만 아이림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네이아가 자신과 함께 있으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약속했기 때문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자신과 반말을 하며 점점 친해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인가.

그런 의문들이 아이림의 머릿 속을 가득 매웠다.


그러나 그럴수록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아이림은 언제까지나 이 삶이 유지되길 바랬다.

사랑스러운 그녀와 연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친구로 만족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삶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


"아이림. 잠깐 저길 봐보겠느냐?"

"응? 왜..?"

"저기 혼드 라이온이 보이느냐??"

"저 녀석들 덩치가 큰 녀석이 수컷같으냐 암컷 같으냐?"


"으음... 수컷?"

"틀렸다. 암컷이다."

"오. 그렇구나??"


"수컷은 덩치가 작고 힘이 약해도 주눅들지않고 암컷에게 구애를 한다. 야생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이 밀리는데도.. 참 용감한 놈들이지않느냐?"

"흐, 흐으음. 그래?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요즘 넌 저 혼드 라이온같다."

"...암컷?"

"장난하느냐. 당연히 수컷이지."


"...? 크흡! 콜록! 콜록!"

"뭐냐 왜 갑자기 기침을 하는 것이냐."

"아. 아니 왜 그런 말을..."

"너는 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


"네가 이 아름다운 석양을 처음 봤을 때도 심장은 그다지 빨리 뛰지 않았다."

"그런데 나만 보면 심장이 강하게 뛰더구나. 눈치채기 싫어도 눈치채게 되지 않겠느냐?"

"윽."


"그러니 너는 너답게 행동하면 된다."

"걱정 말거라. 여가 너에게 고백을 받는다고 하여 도망이라도 갈 작자로 보이더냐?'

"그... 그건 아니지."


"그럼?"

"응?"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어... 고백?"

"그래."

"고백을 하라고?"

"그래..."

"내가? 너한테??"

"그래!! 좀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것이냐??"


"어. 어어... 그. 그게... 그러니까..."

"하아... 이런 놈이 어떻게 드래곤 피어를 견뎌낸 것인지..."

"짐도 네가 좋다."

"어?? 바, 방금 뭐라고..."

"이잇..! 나에게 두 번 같은 말을 하게 하지 말거라!"

"빨리! 네놈도 해야할 말을 하거라!"


"... 나도 네가 좋아 네이아."

"저기 저 반짝이는 노을보다도."

"그 어떤 보석보다도."


"읏...! 너도 참 부끄러운 말을 낯짝 한 번 안바꾸고 잘도 말하는구나...!"

"그리고 저기 있는 저 혼드 라이온 암컷보다도."

"윽!! 네, 네놈!!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고싶으냐!!"


*****


아이림은 참으로 신기한 녀석이다.

그렇게나 약하면서도 매일 검을 휘두르며 수련을 멈추지 않는다.


'수련은 참으로 열심히지만... 가망은 없구나.'


그가 열심히 하는건 알지만, 이미 네이아의 눈에는 아이림의 끝이 보였다.


'지금 수준은 익스퍼트 상급. 아이림 대수림에서도 이길만한 놈은 거의 없겠지만..'

'운이 따라줘도 그레듀에이트 상급. 지금대로면 중급 정도가 끝이겠구나,'


마나 사용자라면 '유저'

마나를 사용할 뿐 아니라 능숙히 활용할 수 있다면 '익스퍼트'

활용을 넘어 변형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그레듀에이트'

그리고 모든 것의 끝, 마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마스터'

이 세상의 강함은 이렇게 4 단계로 나뉘었다.


네이아는 이미 마나에 통달한 마스터.

그의 수준을 완전히 파악한 그녀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감정을 느낄 것 같은가.

안타까움? 불쌍함? 한심함?

모두가 다른 감정을 느끼겠지만 네이아가 느낀 것은 '이상함'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구나. 저렇게 열심히인데 왜 강해질 수가 없는 것이냐.'

'인간이란 존재는... 이상하다.'


네이아에게 세상은 행하면 발하는 단순한 공간이였다.

하지만 아이림같은 인간에겐 그렇지 않았다.


강해지기 위해서 수련하며, 귀한 재료가 들어간 엘릭서도 먹어야했고, 당연한 생각을 깨달음으로 얻어야만 했다.


이리도 단순한 세상을 왜 저렇게 어렵게 사는 것인지.

어렵게 살아가려니 편법을 사용하고, 편법이 곧 악행이 되는 것이 아닌지.

약하게 태어난 인간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모든 인간은 결국 악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지.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 자체의 '약함'은 곧 '죄악'이 아닐지.


네이아는 아이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그런 생각은 아이림과 지내면서 점점 줄어들었다.


"아이림."

"네 폐하? 왜 그러십니까?"

"넌 왜 그리도 열심히 검을 휘두르느냐?"

"...? 당연히 강해지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강해져서 뭘 하려고 하느냐?"

"강해진다면... 그렇다면 제 기사도를 펼칠 수 있겠지 않겠습니까."

"남을 지키는 것이 기사 아닙니까."

그 말을 들은 네이아는 벙쪘다.

자신이 아는 기사는 추악하고 탐욕스런 자밖에 없었으니.



'녀석과 같이 있으면 어딘가 두근거리는구나.'

아마도 사랑의 콩닥거림은 아니었다.

그녀가 아이림에게 가진 두근거림은 가능성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이 틀렸음을 증명해 줄 첫 사람.


이상하지만, 멋있고.

약하지만, 굽히지 않는다.

그는 동화책에 나오는 용사와 같은 자였다.

책 속 용사님이 어쩌면 아이림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척 했다.

네이아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를 부추겼다.

자신의 곁에 있게했다.


헤츨링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고, 조만간 깨어나면 아이림은 자신을 떠날 것이다.

그가 자신을 볼 때마다의 두근거림은 사랑이라는 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붙잡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동화가 해피엔딩으로 결말지어질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잔혹동화였던 모양이다.

어느 날 수 십마리의 용이 네이아를 찾아왔다.


*****


"네이아님...! 아니.. 용왕이시여..."

네이아와 아이림의 거처 앞에는 수십마리의 용이 무릎을 꿇은 채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성룡국은 멸망했고, 네놈들은 자유를 찾았을 터 ...갑작스럽게 여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냐."


"떠난 용들은 여전히 등지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부디 저희와 함께 새로운 왕국을.."

"..."


네이아는 속으로 고민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저들이 자유를 찾은 것도 맞지만, 국가의 보호 없이 방치당하고 있는 것도 맞았다.

네이아는 그들을 지키고싶었다. 다시 왕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용들을 강했지만 혼자였고, 혼자여도 된다고 생각했으며, 그렇기에 혼자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들은 그 점을 파고들었고, 그것은 과거 성룡왕국 때의 참사와 견주어도 비슷할 정도의 학살을 낳았다.


"후우... 일단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니, 물러가라."

"하오나 용왕 전하..."

"여가 두 번 말하게 할 참이냐?"

"... 알겠습니다."


용들의 날갯짓에 아이림과 네이아의 집이 흔들린다.

흙먼지를 묻혀가며 고생해 만든 그넷줄이 끊어지고, 지붕 몇 조각이 멀리 날아갔다.


"이만 나와도 된다 아이림."

"응 네이아.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그.. 으음... 그것이.."


네이아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신은 용왕이었고, 지금도 용왕이라고.

그러니 저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생각한다고.


"그렇구나..! 다시 왕이 되는거야?!"

"..? 어.. 그, 그렇다."

"축하해 네이아! 그간 생긴 마음 속 응어리를 이젠 풀어낼 수 있겠네..!"

"... 그래."


"아이림... 정말 미안하지만, 약속을 지키긴 어려울 것 같구나."

"어? 그게 무슨.."

"넌 나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말이다."

"뭐..?"


"여가 꿈꾸는 건 용들의 세상이다..."

"네가 만약 여가 왕위에 오르며 함께한다면 그들에게 좋지않은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아직.. 인간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여는 널 믿지만, 다른 용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야. 여만큼 고통받아온 녀석들도 많으니 말이다."


"아. 아하하.. 그, 그렇지 네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인데.. 눈치를 못챘네..!"

"응..! 이 아이는 내가 잘 지킬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도 이젠 강해졌으니까!"


"아, 아니면... 여가 그들을 설득해 너와 그 아이만을 들여보내는 것은 어떠냐."

"집과 자금은 충분히 지원해 줄 것이다! 사는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어.. 어떠냐."

"...그럼 우리는. 우린 여기까지 인거지?"

"..."


네이아는 도무지 아이림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이미 그의 목소리만으로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있을지 충분히 예상이 갔으니.

네이아는 여전히 아이림을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를 소중히 여겼기에 더 보기 힘들었다.


"미..안하다... 아이림. 여는 해야할 일이 있다... 이해해다오."


그래서 이런 선택을 했다. 

최선이라고 생각했기에


"...응. 그게 널 위한 일이라면."

"네가 날 생각해주는 것 만으로도 난 충분해.."

"고마워. 네이아..."


그 말을 들은 그녀의 마음 속에는 천불이라도 난 것처럼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분명 최선인데도. 어째서인지 그녀는 마음을 졸였고, 그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의 사랑을 받아주었고, 그와 헤츨링의 안위도 챙겼다.

그런데도 어쨰서.


*****


왕국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용들은 마법의 대가였고, 그들이 세운 왕국은 마나로 가득찬 세계수 등지였으니.

아이림과 헤츨링의 집도 금방 완성됐다.

세계수 동쪽 외곽의 자그마한 저택이 그들의 삶터이다.


"와...! 엄청 좋은 집이군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전하...!"

"...."

"그런데, 세계수는 참 거대하군요. 이전에 살던 집에서도 커보였는데, 지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아이림..."

"예? 왜그러십니까 전하?"


"그.. 왜 여에게 반말을 하지않고 존대하는 것이냐."

"예..? 그야 이제는 일국의 왕이시니 존대를 하는것이 당연한 처사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이다. 아무도 없을 때는 반말을 해도 괜찮다."

"아, 아닙니다. 어찌 제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이제 과거는 묻어둬야지요."


"괜찮대도...! 진심이다. 이 일은 함구할 것이야."

"... 예. 알겠습니다. 명이라면 따르겠습니다."


"... 하아... 자 이것이나 받아라."

"이건?"


그의 손에 주어진 것은 파란색 마나 스톤으로 조각된 목걸이였다.

"비상 연락을 해야할 일이 있으면 사용하거라. 여에게 직접 연결되어있으니."


"오, 알겠어. 이런 것까지 생각해주다니.. 진짜 고마워 네이아."

"그래.. 역시 반말이 훨 낫구나."

 "그럼 여는 이만 가보겠다. 한 달에 한 번씩 자금이 이송될 것이다."

"응... 그래! 고마워. 잘 가 네이아."

"흥. 그리고 헤츨링 조만간 깨어날 것이다. 길어봤자 일주일이다. 그 전까지 그 아이의 이름이라도 생각해두거라."

"그럼 이만 가겠다."

멀어져가는 날갯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품속에서 여전히 자고있는 헤츨링을 바라봤다.

진홍빛 비늘에 검붉은 뿔이 돋은 용의 아이

"그래.. 네 이름은 스칼렛."

"스칼렛이 좋겠다."


*****


매우매우 늑장을 부리다가 왔다. 정말 미안해 사실상 연중이나 다름없었지...?

필력에 한계를 느끼고 회의감이 생겨서 쉬고싶었어... ㅠㅠㅠㅠ

다음 편부터 본격적인 후회 파트가 시작될 것 같아. 많은 기대는 말구...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