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레딧의 이 사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등장인물
현우: 태운의 아들
민서: 현우의 엄마, 태운의 전처, 불륜녀
남규: 민서의 불륜 상대
태운: 현우의 아빠, 민서의 전부
202x년 1월 1일 수요일
"....이게 뭔..."
"현우야, 왜 그러니. 뭐 이상한 거 왔니?"
"어...응...되게 갑작스럽네."
난 아빠한테 핸드폰을 보여줬다.
"와....이 여편네가 재혼을 하네. 그것도 상간남새끼랑.."
"엄마....내 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거지? 나 분명 차단했는데."
"나 참...아들한테 무관심하던 게 이제와서 허허"
"..."
갑작스럽게 엄마가 재혼한다는 소식을 받았다.
솔직히 어떻게 대응할 지 몰랐다.
엄마랑 안 본지 6년이 됐고 지금 와서 본다고 해도 서로 서먹서먹할 것 같다.
하지만 궁금했다.
엄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그 남자랑 잘 되었는지, 그리고 반성은 하고 있는지..
아 반성은 아닌 것 같네.
그냥 엄마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아빠 나 이 결혼식 갖다 올게."
"응? 진심이니?"
"어. 솔직히 엄마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그래서 근황이라도 알려고."
"아빠가 같이 가줄까?"
"아냐 됐어. 나도 성인이 됐는데 언제까지 아빠한테 의지할 순 없잖아. 걍 나 혼자 갔다올게."
"우리 아들 다 컸구만. 그래도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렴. 보니까 너의 엄마, 결혼 초대 말고 다른 목적으로 너한테 연락한 것 같다."
맞다. 갑작스럽게 나에게 결혼 초대만을 목적으로 연락을 했을 리 없다.
분명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정식으로 하려는 건가.
머리 속에 온갖 의문들이 떠올랐지만,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자 일단 결혼 초대 수락을 누르고 먼저 잠들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202x년 1월 11일
오늘은 엄마 결혼식에 가는 날이다.
서울과 대전 사이의 거리가 꽤 되기에 나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집을 나서 대전역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비밀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 비밀을 못 지키면 현우는 나쁜 아이가 되는 거란다? 알겠니?"
"알겠냐고 묻잖니. 아빠가 이 비밀을 알게 되어 엄마와 아빠 사이가 틀어지면, 현우 탓이야. 현우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 탓이야.
알겠니?"
"현우야, 엄마는 우리 아들이 어른한테 나가라 마라 말 버릇 없게 말하라고 했어?"
"뭘 잘했다고 울어!!"
생각해보니, 엄마는 내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진 않았다.
항상 쓴소리와 막말, 그리고 화만 내기 일쑤였다.
엄마가 약해보이는 모습을 본 것도 아빠가 불륜 현장을 목격했을 때,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그렇게 못난 아들이었나.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문득 기차를 다시 돌리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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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매연 공기...
대전과는 사뭇 다른 바쁘고 분주해보이는 사람들 속으로 난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하.....사람 개같이 많네."
결혼식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이전에 얼굴 몇 번 보지도 않은 외가댁, 남규아저씨네 직장 동료들처럼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다행히 내 얼굴은 아무도 못 알아본 것 같았다.
그런데...
"어? 정현우씨? 맞죠?"
결혼식장 직원이 내 얼굴을 보고 팔을 놀란듯이 말했다.
"아...네. 맞는데요."
"먼저 들어가세요. 신부 측에서 정현우씨는 맨 앞줄에 앉으라고 간곡히 부탁하셔서요."
"네? 아....네 알겠습니다."
나는 어찌저찌 결혼식장 맨 앞줄에 앉게 되었다.
눈 앞에 신랑 신부 측이 훤히 보이는 자리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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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 지났을까..
"신부 입장!!
잠시 후 엄마가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굳어지셨다.
못 볼 꼴을 본 것처럼.
그리고 내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
"저 앞줄에 저 남자가 저 여자 아들이라매?"
"용케 아들을 초대했네..부끄럽지도 않은 가봐?"
"에효...앞 줄에 앉아있는 게 진짜 죽을 맛 다 보고 있네."
죄다 엄마 험담을 늘여놓고 있었다.
그러나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과 다르게 앞에서 본 엄마와 남규 아저씨는...
...행복해 보였다.
...남의 가정 박살내놓고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순간 나에게 눈빛을 보내면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겨웠다.
그렇게 몇 시간 정도 흐르고 모든 결혼식 과정들이 진행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난 한시라도 빨리 이 결혼식장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쪽으로 향했다.
그때,
"현우야!!!!"
...엄마가 날 불러세웠다.
웨딩 드레스도 급하게 벗었는지 급히 달려왔다.
"아들~ 오랜만에 엄마 봤으면 인사라도 해야지 뭘 그리 급히 가니?"
"...저 바쁘니까 먼저 갈ㄱ"
"얼굴 보니 반갑네. 어디 카페 가서 얘기도 좀 하고 그러자. 응?"
"그래 현우야. 너네 엄마 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
시발, 상간남 새끼가 이래라 저래라하네.
속으로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엄마가 강하게 잘 잡고 카페까지 끌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