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특이한 남자였다


늘 같은 곳에 제 몸만한 검에 전신을 쇳덩이로 무장하고 앉아 있는 네가 항상 눈에 밟힌다


"너! 나랑 같이 페어 해볼래?"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였다


길드 안에서 배태랑으로 소문난 너였으니까 처음엔 내 목표를 위해 이용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너는 내 생각만큼 단순한 모험가가 아니였다

단순 무식 협공이란걸 모르는 다른 초짜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호기심은 곧 관심으로 바뀌었고 계속해서 널 만나길 원했다


다음날 길드에 가보니 이른 시간인데도 넌 그자리 그대로 있었다 무척이나 기쁜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늘도 같이 나가자!"


"...응"


어깨를 툭 툭 치며 너에게 늘 했던 말을 하고 넓은 대륙을 향한다


평소와 같이 사냥 후 쉬던 중에 네가 내게 묻는다


"...너는 왜 모험을 하는거야?"


목소리가 너무 좋아 잠깐 넊놓고 있다가 이유를 말한다


"난 용족이야 하지만 반쪽짜리거든 대륙 어딘가에 있는 용 산맥에서 용석을 찾아 삼키면 진짜 용이 될 수 있어 그럼 내 고향 놈들도 다신 날 무시하지 않겠지!"


자연스리 너에게도 물어본다


"그러는 너는 왜 모험을 하는데?"


"생각 해 본적 없어"


재미없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나와 함께하는 모험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흐흥 내가 진짜 용족이 되면! 너한테 진짜 특별한 모험을 알려줄게!"


"..그래"


처음으로 네가 웃은날 너의 얼굴도 잘 모르지만 난 내 마음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것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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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사냥을 끝내고 캠프에 무장도 안 벗은채 그대로 쉬고 있는 너에게 묻는다


"그 답답한 투구는 언제쯤 벗을래?"


연모하는 사내의 얼굴을 한번 쯤은 보고 싶었기에 전부터 계속 물어보았다


"...나중에"


"또?"


평소와 달리 뜸을 들이는 대답에 이상했지만 넘어갔다 언제가는 꼭 벗기겠노라 다짐한다


"이번엔 진짜야"


그의 중얼거림은 잘 듣지 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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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길드가 시끌벅적하다 새 사냥터가 생겼나보다 넘기고 늘 네가 있는 그자리로 간다 


평소와 달리 어수선한 너의 주변 


곳곳에는 여자모험가들도 보인다 


순간 욱한 마음에서 너에게 쿵 쿵 걸어간다


"!"


"..안녕"


네가 처음으로 투구를 벗었다


그 길던 머리카락은 아쉽지만 짤렸다

그럼에도 너는 더 빛났다


너와 함께있는 여관에서 네게 묻는다 


"이번엔 진짜 벗었네? 그 잘생긴얼굴 왜이리 꽁꽁 싸맸어!"


"..네가 원하니까.."


그 말에 서로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개진다


예전부터 품었던 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내가 반쪽이 아닌 진짜 용족이 되면 나랑 사귀어줄래?"


"..!"


넌 터질듯한 토마토같은 얼굴로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 목표가 더욱 더 선명해지는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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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 주변 시야는 어둡고 몸은 재멋대로 움직인다


용석이 나타났다는 증거다


네가 저 멀리 날 기다리고 있다 너에게 말해야만 한다


하지만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


네 말을 무시하고 내몸은 재멋대로 어긴가로 향한다


용석이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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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정신으로 용산맥에서 눈을 뜬다

오른손은 피칠갑이 되어있고 주변에는 도마뱀의 아종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의 시체가 수를 놓아져 있다


왼손에는 그토록 찾던 그와의 사랑을 이루어줄 용석이 있다 


즉시 입안에 삼킨다


블쾌한 감각도 잠시 편안해지는 기분에 나는 또다시 정신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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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되찾은 정신을 붙잡고 너에게 간다


날개가 생겨 더욱 빠르게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주변이 이상하다 자주 보이던 빵집은 없어지고 머도구점이 생겨있다 오래된 뒷골목은 쓰레기장은 보육원과 학교가 들어서 있다


"ㅈ..저기 지금이 몇년도 입니까..?"


다급한 마음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본다


 "..달234년이오"


여자는 내 추림새를 보고 눈쌀을 찌푸린체 대답과 함께 가버린다


"안돼 안돼 안돼"


미친 사람처럼 같은 말을 되뇌인다


'벌써 14년이 지났다고? 그 시간동안 난 뭘 한거지? 그는 어딨지? 날 미워하지 않을까? 꼴도 보기 싫다고 하면 어쩌지?'


안좋은 상상이 중첩되며 더욱 안좋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둘러 모험가 길드로 향한다 


저멀리 보이는 여전한 길드의 문에 손을 뻣고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날 처다본다 몇몇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시선을 무시한체 그가 항상 있던 자리로 간다


걸음거리를 다시 고친다 네가 좋아했던 모습인


머리를 다시 묶는다 네가 날 기억했으면 해서


날개를 다시 펼친다 네가 날 칭찬했으면 해서


다시는 너의 곁을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을 맹새하며


넌 특이한 여자였다.


키는 6척에 몸 군데군데 나있는 비늘과 도마뱀같은 하지만 길게 찢어져 더 매혹적인 눈 


너의 자신감처럼 높게 솟아오른 두 뿔 마치 신화에나 나오는 용과 같았다


그 많은 모험가 중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도 같이 나가자!"


"....응."


제 어깨를 툭 툭 치며 늘 같은 말로 나와 함께 그 넓은 대륙을 나선다


"....너는 왜 모험을 하는거야?"


언젠가 내가 너에게 물었다


"난 용족이야 하지만 반쪽짜리거든 대륙 어딘가에 있는 용 산맥에서 용석을 찾아 삼키면 진짜 용이 될 수 있어 그럼 내 고향 놈들도 다신 날 무시하지 않겠지!

그러는 너는 왜 모험을 하는데?"


"....생각 해 본적 없어."


나보다는 나은 이유였다 나는 목적도 없이 결국 돈벌이였을 뿐이니까 그래서 네가 더 특별해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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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때와 같은 날이였다 사냥을 끝내고 간이 캠프에서 야영을 하던중 네가 내게 물었다


"그 답답한 투구는 언제 쯤 벗을래?"


"...벗었으면 좋겠어?"


"제발 좀!"


곰곰히 생각해본다 이발은 했는지 수염은 깎았던가?


"...나중에"


"또?"


"이번엔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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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만에 투구를 벗는다 


너를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일주일에 한번 무조건 수염을 깎는다 


너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길게 기른 머리를 짧게 자른다 


너에게 더 멋진 나를 보이고 싶어서


널 만난 후 난 많이 변했다 길드 사람들과 좀 더 안면을 텃다 접수원과는 사적인 대화도 가끔 나눈다


이젠 투구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오늘은 너의 생일이다 케잌과 나와 같은 붉고 예쁜 귀걸이를 준비하고 널 기다린다


마침내 네가 오고 난 너에게 말을 건다


"..오늘 너.."


내 어깨를 툭 치고 그냥 지나가는 너


내가 떨어트린 케잌과 귀걸이가 담긴 작은 박스를 발로 찬 후 그냥 가버리는 너


길드 안 모두가 날 안타깝게 처다본다


넌 그 후로 나에게 아니 길드에 오지 않는다


너에게 줄 케잌을 너와 함께 쓰던 여관에서 먹는다


한조각


너와 함께 한 시간들을 삼킨다


두조각


너의 그 어여쁜 미소를 삼킨다


세조각


너의 그 엄청난 강함을 삼킨다


마지막 조각


너를 사랑했던 그 마음을 삼킨다


대충 책상을 갈무리 하고 


너의 책장에 내 전해지지 않을 작은 박스를 둔다


여관을 나오고 다시 머리를 기른다


다시 늘 있던 자리에 가 앉는다


다시 늘 말이없던 내가 된다


다시 투구를 쓴다


다시는 정때문에 투구를 벗지 않겠노라 맹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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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별로네 앞으론 보기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