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라벨에 적힌 라벨을 보자 1886년이라는 검은 글씨가 눈에 유독 띄었다. 세계에서 최고로 장수한 사람은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이라는 사람인데 122살까지 살았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수의 신성한 죽음 아래 가장 오래 산 사람조차 코카콜라가 존재한 시간보다 한참 뒤쳐지게 숨 쉬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사람이 탄생시킨 가공물이 어떻게 주인보다 장수할 수 있단 말일까  이런 기구한 우연과 원리로 우리 인간들은 우습게도 뒤섞이며 소리를 내고 호흡하며 살아있다.  



가연이와의 인연도 돌이켜보면 퍽 잘 짜여진 각본과 연출이 뒷받침해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회사에 출퇴근을 반복하면서'

왠지 모를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공정 주임이었던 나는 동료들의 추천으로 피로 회복에 탁월하다는 천연 자양강장제 '문경 온천' 을 추천받았다. 랩탑 디스플레이로 본 문경 온천장은 순백한 설산을 뒷배경으로 삼은 채 초연하게 세워져 있었다. 아니 어쩌면 초연하게 라는 형용사는 편파적인 혹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왠지 소 뒷걸음 치다 쥐를 잡은 모양새로 정답인 느낌이 들었다. 


촌스러운 폰트로 간판이 된 탄산수 온천, 인적이 드문 돌길과 기왓집이 즐비한 문경세재 또한 적적하고 넓은 평원 같은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하계 휴가에 연차를 붙여서 문경으로 향했다. 경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똬리를 틀듯이 굽이치며 산듬성이를 올라가는 국도를 보니 묘한 두려움이 들었다. 도꺠비의 입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듯이 기시감이 들때 쯤 산의 영력과 

넘실거리는 어둠을 뚫고 첨탑같은 온천 랜드마크가 보였다. 쌍라이트를 밝히며 도착한 문경 온천장과 리조트는 머릿 속에 그려놓은 전체적인 윤곽과 너무나도 달라 작은 후회를 할때 쯤 이었다. 푸른 천막 옆 벤치에 앉아 무심히 담배를 태우는 여인과 눈이 마주 쳤다. 얇고 긴 맨솔을 태우며 흩날리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는 모습에 아마 첫 눈에 반하지 않았나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엷여져 가는 감정도 있지만 오히려 선명해지는 감정 또한 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샤워가운을 여밀며 눈비를 맞는 가연이를 조우한 순간부터 사실 탄산수 온천이라든지 우화에 나올법한 절경은 나에게 의미가 전혀 없었다. 그저 이 여인과 마주 앉아 한 글자의 자음을 더 내뱉는 게 휠씬 중요했다. 하지만 이젠 어찌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탁자 위에 올려둔 이혼 청구서를 바라보면서 잠시 그 시절의 아내와 지금의 아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생김새도 조금 달라진 것 같았고 체취도 성적욕구도 정시에서 10도 기울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사무처 경리와 비밀스러운 관계도 이제 1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었고 페니스에 혓바닥을 감는 기술과 성기의 부드러움 또한 비교할 게 못되었다. 아내는 지난 1년간 원망 섞인 푸념과 욕설을 하면서 침대에서 파괴적인 행위를 자행했고 심지어 닭똥같은 눈물을 흘려가면서 그 곳을 쪼여댔다.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매달려서 잠식되어가는 관계 아래 꽃 피우는 사랑따위는 없었다.  정해진 결말을 향해서 달려가는 편도 열차에 탑승한 부부 사이는 이혼이란 종점에 치달아갈수록 불타는 성욕을 주체하기 어려웠고 체액 범벅이 된 배우자를 내리깔아야 비로소 욕구에서 해방되었다. 성냥의 심지가 녹아내릴때쯤 나는 아내에게 속풀이겸 작은 복수를 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자기랑 잔 그 태경이( 관공서 신입)이랑 내 꺼 중에 어느 게 더 좋아? "



서로의 배꼽을 맞추어 박음질을 멈추자 오르가슴에 허덕이던 아내는 정액과 애액이 줄줄 새는 고간을 이리 저리 비벼왔고 예상치 못한 이름을 들어서 미간이 찡그러져있었다



 " 그런 애기 하지마, 갑자기 식잖아 재미없다고 "



하지만 내뱉는 말과 다르게 가연이의 질내는 페니스의 끝부분을 따뜻하게 감싸서 놓아주지 않았다. 




" 왜? 난 충분히 재밌는데   태경이꺼도 거기로 한번 맛있게 빨아주니까 다른 남자가 더 그립지? 이제 남편으로 대리만족하기 힘들잖아?"



" 제발 그만하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그럼 이제 됐잖아 "




땀방울이 가연이의 이마를 따라 몇 방울 맺혔고 마치 더 이상 상기하기 싫은 기억을 억지로 덮으려고 하듯 아내는 격렬한 불꽃처럼 가늘은 허리를 구부리고 흔들어 제꼈고 페니스와 보지가 서로 스치며 긁히고 비벼댈때 한 박자 늦게 큰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손질이 잘 된 통악기처럼 성기끼리 부딪힘에도 육감을 자극하는 물소리가 들렸고 그게 귓가에 들릴때면 서로가 지금 두 생명체로써 잉태를 원하고 결합을 원한다는 게 증명되어 동물같은 천박함을 들어냈다. 하지만 그런 생명이 수정되는 신성한 행위 속 태경이의 그 곳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를 괴롭혀댔다. 


절정의 순간에 아내는 비명을 지르며 두툼한 성기의 언덕을 흔들어댔고 정액을 질벽에 칠하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낸 뒤 


아내의 촉촉해진 눈가를 바라보았다. 



" 단순한 플레이의 일종이니까 그렇게 노려보지마 "




" 넌 참 가볍게도 말하네 . 재밌어? 이러면 재밌냐고 대답해봐 "




" 난 바람같은 거 핀 적 없어서 잘 모르겠네 "



서랍 속 담뱃값과 라이터를 찾으면서 대답을 하자 아내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아버렸다. 깊은 새벽에 부부의 침실은 굳건하게 압박해오는 문걸이 하나로 나뉘어서 완벽하게 분리되었고 영혼과 육체가 잠시 붙었다가 떨어지며를 반복할뿐 공간은 결코 봉합될 수 없을 듯 싶었다.  이후로도 외식을 하다가  " 저 남자 참 잘생겼다 여보도 저런 남자 만나고 싶지 않아? " 하며 

은밀히 바람을 권유했지만 아내는 싫다고 고개를 저으며 말없이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귀가하자마자 나에게 달려들어 젖가슴을 밀어붙이며 키스를 해왔고 관계가 끝나면 소파에 가서 자려는 나를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 경리 지유씨와 보내는 나날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고 1년 가까이 숨어서 만나는 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막 아내에게 이혼 청구서를 보여주었다.  그토록 목석같던 아내는 꺼이꺼이 집안이 떠나가듯 울어댔고 두 다리를 붙잡고 나를 넘어뜨린 다음 평소처럼 지퍼를 열어 페니스를 햟아대기 시작했다






" 가연아 다시 태경씨 만나도 돼 "




" 개소리하지마 왜 이혼하자는 건데 내가 이렇게 섹스해주잖아 나쁜 놈아  니꺼 빨아주고 매일 섹스해주잖아


근데 왜 갑자기 그딴 소리 하냐고!! " 




아내를 일으켜세우려고 부둥켜안으면 입술에 혀을 집어넣었고 떨어지려고 몸부림치면 넘어뜨려 페니스를 꺼내 햟는 아내는 집안이 떠나가듯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 나 여자 생겼어 가연아 .. 제발 그만해 "



" 니 여자는 나잖아 그것도 몰라? 너 정말 그것도 모르면서 나랑 살았어?"




" 나 이제 너 남편 그만하고 싶어 , 마음도 다 떠났고 이젠 같이 있으면 고통스러워 "




" 나쁜 새끼야 지랄하지마 나 절대 이혼 안 해줄꺼야. 죽어도 안 해줘 "





아내는 한바탕 난리를 피웠고 거실의 가구를 던지고 깨뜨리면서 분을 풀었고 그러다 또 울분이 북받쳐올라서 눈물을 흘리고 다시 내게 애원해왔다. 잠시 아내를 진정시키고 침실로 데려왔지만 나아질 기색이 없자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를 재웠다. 그저 "이혼 안돼" 를 녹음 테이프처럼 되풀어 말하는 가연이를 보자 지난날의 문경 온천을 가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란 의문이 떠올랐다. 인생이란 실타래 뭉치에서 너 한가닥만 떼어낼 수 있을까 

아내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자 섬세한 부드러움이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널 놓기 싫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사랑이 아닌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