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벤트 스토리 '피코라의 멘토 콤플렉스' 에 관한 전반적인 스포가 들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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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벤트에 피코라 라고 하는 신규 마녀 사도가 나왔는데

이 친구가 전형적인 의욕만 앞서는, 인정받고픈 욕구가 만땅인 유형임.


그리고 이 친구의 스승이 프리클이라고 하는 고위 마녀인데

문제는 그래도 명색이 제자인 피코라를 서류 작업 같은 허드렛일만 시키며 부려먹는다는 것.

피코라는 이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프리클의 강압적인 태도에 찍소리도 못했고, 덕분에 피코라의 인정욕구 결핍이 더욱 심해짐.


그러던 어느날 프리클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마녀들이 프리클의 도움을 구하러 찾아오는 일이 벌어짐.

때마침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던 피코라는 이때다 싶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멋지게 일을 조져버리는데 성공함.


결국 지상으로 야반도주를 해버린 피코라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프리클을 원망하며 슬퍼함.

이에 피코라는 보다 이상적인 스승을 찾겠다는 목표를 새우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나름대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됨.


하지만 만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사가 빠진 유형의 인간들이었다는게 문제였음.

결국 상심한 피코라는 다시금 프리클에게 돌아가서 사과를 하려고 마음 먹지만 때마침 배가 고팠기에 근처의 건물로 들어감.

그 건물은 다름 아닌 트릭컬의 주인공, 교주의 연회장이었고 그곳에서 교주의 따뜻한 마음씨와 대접에 감동을 받은 피코라는 교주를 스승으로 모시기로 다짐하며 이벤트는 훈훈하게 끝나...


...나 싶었지만 스토리에는 감춰진 이면이 숨어있었음.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스승이란 놈은 대체 뭘하고 있는거냐는 의문을 자연스레 품게 될건데

사실 프리클은 피코라가 도망쳐나온 시점부터 한시도 그녀를 찾아 해매지 않은 때가 없었음.


아무리 대형사고를 쳤다고 한들 그래도 꼴에 제자라고 걱정되었는지는 몰라도

프리클은 자신이 마녀임에도, 마녀에 대한 시선이 흉흉한 지상으로 직접 올라와 피코라를 찾기로 했던거임.


그러면서 피코라가 거쳐간 여러 인물들 중 한 명인 에슈르를 만나게 되고

에슈르가 자신의 제자를 노예처럼 부려먹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내심 미안함을 느끼기 시작함.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리클은 피코라를 발견하는데 성공하지만 의외로 바로 나서지는 않았음.

그 이유는 바로 피코라가 언젠가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임.

그리고 그녀의 예상처럼 피코라는 근처 식당에서 밥만 먹고 프리클에게 다시금 돌아가고자 함.


하지만 그때 하필이면 피코라가 방문한 식당이 교주의 연회장이였던거임.

프리클은 이미 교주의 인심을 알고 있었기에 피코라가 교주를 만난다면 자신을 영영 떠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음.

그렇기에 평소 그녀답지 않게 다금함이 느껴질 정도로 급히 나서서 피코라를 막으려고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음.


찬밥 대우할 땐 언제고 왜 이제와서 이러냐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는데, 사실 프리클은 피코라를 무척 아끼고 있었음.

곁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이지, 그녀는 내심 피코라를 키워서 언젠가 자신처럼 고위 마녀로 등용시키려는 생각이었음.

이는 평소 피코라가 정리하던 서류들의 내용이 고위마녀들 조차 함부로 열람할 수 없는 기밀 문서였다는 점에서 잘 드러남.

사실 애초에 아끼지도 않았으면 지상에서의 린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피코라를 직접 찾아 해맬 필요도 없었음.


하지만 그녀가 안일하게 망설이는 사이 피코라는 이미 교주를 자신의 새로운 스승으로 모시기로 마음먹은 상태였고

이 모든 광경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고 있었던 프리클은 제자따위 또 구하면 되는 일이라며 의외로 쿨한 모습과 함꼐 떠나지만...



https://youtu.be/WOhpqExPQR4?t=3256



독백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내심 깊은 안타까움과 섭섭함을 느끼고 있음이 잘 드러남.

자신의 제자를 아낄 줄 만 알았지, 위할 줄은 몰랐던 프리클은 그렇게 홀로 마녀 왕국으로 돌아가게 됨.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모든 뒷사정을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피코라는 알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으리라는 점임.

결국 두 마녀가 바랬던 이상향은 끝내 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왜곡되고 흐트러져 슬픔의 저편으로 사라지고야 맘.


갠적으로 단순 귀염 볼따구 원툴인 줄 알았던 게임에서 이렇게 모범적인 사제 후회물 스토리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음.

그래서 결론은 야밤에 겜하다가 보고 한창 달아올랐는데 누가 이걸로 사료 좀 만들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