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제식으로 채용된 총기들 중에서 결함이 심했다고 불리우는 현대의 소총류를 논한다면 L85A1을 빼먹을 수 없다.

그러나 80년대의 소화기(SA80)이자 Land service 85라는 이름을 가진 영국의 제식소총 SA80은 L85A2 개량 이후로는 그럭저럭 무난한 평작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과연 SA80은 어디까지 오해였고 어디까지 진실일까? 그리고 SA80은 그렇게나 안좋은 총인걸까?


우선 SA80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불펍식 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불펍식 구조를 알기 위해 유명한 불펍식 구조의 소총 사진을 첨부하려고 했는데, 그 유명한 불펍소총이 L85라서 이건 생략토록 한다.

불펍구조는 우선 짧은 총기를 디자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지만, 단순히 짧은 총기만을 디자인하기 위해 탄생한 것은 아니다.


불퍽은 동일 길이에서의 총열을 기준으로도 더 짧은 길이를 지닌 총기를 디자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SA80의 경우 총열은 20.4인치로, 그 길쭉한 M16의 20인치보다도 0.4인치가 더 길다(1인치 = 2.54mm).


불펍이 처음 등장한 당대를 기준으로, 총열의 길이는 위력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들 중 하나였고, 지금도 어느정도는 마찬가지기에 이는 동일한 성능에서 더 짧은 총기를 요구하는 전장에서 안성맞춤이었다.

당연하게도 요즘들어 나오는 이것저것 줄이고 총열도 줄여서 나오는 단축형 소총과는 비슷하다고 할 수가 없는 물건이다. 개중에 따라서는 여기 SA80이 그 단축형 소총보다 총열이 2배 이상 더 긴 경우도 있기 때문이고, 그정도의 단축형 소총은 일반적인 정규군 소총수의 제식무장으로 이용되지도 않는다.

최초의 불펍소총이 등장한 것은 의외로 내 할아버지도 없는 시절이었을  1901년인데, 냉전기에 들어 FAMAS, AUG 등 대거 등장한 까닭이라면 늘어난 기계화 보병의 수요가 한 축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불펍식 소총은 개머리판을 접지 않고도(대부분이 애초에 못접지만) 탑승장비에서 승하차시 길이 걸리적거림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나는 안써봐서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


하지만 현대적인 소총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단축형 소총들이 그에 대한 수요를 대부분(총열 20인치만 빼고)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총열 늘린다고 현대전장에서 명중률이 엄청 늘어나는거도 아니긴 하다.

그 외에도 무게중심을 맞추려면 무거워진다거나, 코너샷 시에 사수의 노출이 더 심해진다거나.. 왼손잡이 어쩌고는 제쳐두더라도 몇가지 단점들이 있다. 실제로 SA80은 많이 무겁기로 유명하다.


대신에 별도의 개조 없이 일반 소총수와 기계화보병 및 기타병과(짧은 소총이 필요한 대부분의 병과)에 풀파워 소총 대비 아무런 위력 절감이 없는 동일한 모델의 소총을 싸그리 보급해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앞서 총열이 길다고 현대전장에서까지 명중률이 크게 늘어나지만은 않는다고 했지만, 동일한 탄종을 사용시 총열이 길수록 보다 완전한 연소를 유도할 수 있기에 위력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처럼 돈이 많은게 아니다보니 누구누구마다 죄다 다른 총기를 따로 짜서 쥐어주기 힘들다. 특수부대같은 비대칭전력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일반 병사들은 우리들처럼 너도 이총 나도 이총을 들게 된다.

영국군은 누구누구가 K1(이사람은 그냥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병사 김 아무개이다) 들고, 누구누구가 K2 들 거 없이 너도나도 SA80을 보급시키는 것 만으로도 둘의 수요를 해결 가능했다는 뜻.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이 양반의 표정이 그를 증명하듯 SA80이 까이는 주된 요소는 불펍의 단점이니 뭐니가 아니라 L85A1 자체의 처참한 신뢰성 문제다.

물론 H&K사의 개선 이래 L85A2라는 소총이 탄생하여 선배님의 신뢰성 이슈를 대부분 해결하여 그럭저럭 무난한 평작이 된다.

까지가 SA80을 둘러싼 이야기의 시작과 끝어었겠지만, SA80의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을뿐더러 A2에서 그 역사가 끝난거도 아니다.


이것은 현대화된 L85A2이다. 신뢰성이 개선된 L85A2를 기반으로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하여 M4A1 뺨치는 확장성을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즈음 되면 신뢰성 문제도 없고 확장성도 갖추었으니 무난해보이는 제식소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힘들게 설명한 불펍의 특성 덕분데 L85A2는 절대로 무난하고 평범한 성능의 소총이 될 수 없는거다.

애초에 당시 M4A1이 짧은 총열로 인한 탄환의 연소가 부족하여 신탄 개발 이전까지 문제를 겪고있던 반면에 L85는 그런 문제가 없었고, 대신 무거워터졌다는 단점을 지녔다.

얘는 무난무난함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M4A1은 M855라는 신탄을 개발하여 연소 문제를 해결했고, SA80은 L85A3이라는 개선안을 제출하여 무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것이 L85A3이다. 각종 노후화된 부품을 교체하고, 핸드가드에 키모드(피카티니 레일 상위호환. 원하는 곳에 원하는 파츠만 달 수 있다)를 적용하여 경량화를 꾀하였다.


이즈음 됐으면 무난무난한 소총일까? 역시나 꼭 그렇지는 않다. L85A3은 충분히 훌륭해졌지만 여전히 요즘 시대에는 드물게 특색있는 총기라고 볼 수 있다. 아직도 무겁긴 하고 코너샷이 불편한건 덤이지만 여러 장점도 있다(앞서 말한 장점들이 여기까지 딸려온다고 보는 게 맞지만).





요컨데 SA80은 태어난 이래로 지금까지 참 노력해왔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시급한 단점이었던 신뢰성을 해결하고 나서부터는 무난한 돌격소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사실 그건 불펍소총들 기준에서라고 봤어도 무방했을 것이다.

SA80은 확장성과 가벼움을 얻고싶었다. L85A2 피카티니 레일 개량형에서 확장성을 얻었고, L85A3에서 경량화를 얻었다. 80년도부터 지금까지 달려오며 영국군에 헌신해온 자신의 부속들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하지만 SA80은 불펍 소총이었다. 코너샷이 여전히 불편했고, 경량화를 이루었어도 여전히 무거웠다.

대신에 완전한 위력의 소총탄을 발사할 수 있는 현대전장의 몇 안되는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농ㅋㅋ한 길이에서 얻어내기도 했다.


무난무난한 소총이라는 타이틀은 L85A2한테도 L85A3한테도 어울리지 않지만, 무난하지 않으면 어떠하랴.

누가 뭐라해도 SA80은 자신이 개발된 80년대 이래로 현재까지 자신을 개선해가며 영국군에 충실히 이바지하고 있는 소총이다.









그리고 현대 기술로 대부분의 소총에서 신뢰성 이슈가 없어진 와중 새로이 요구되는 능력(요구된지 몇십년은 지난 것 같은 확장성)은 개나줘버리고

SA80과 비슷한 연배에 아직까지 별도의 눈에 띄는 개선 없이(심지어 L85A1도 갖고있던 조준경도 없이) 한 국가에 헌신하는 소총이 있는데..


아.

저렇게 무겁고 거추장스러운(키모드 대비 상대적으로) 피카티니 레일에 손잡이 하나만 달거면 차라리 사진의 AK처럼 핸드가드를 이렇게 만들지 그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