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 트레이닝 룸 - 


<휘잉!!>


아카리

하앗! 핫! 후욱!


아카리는 자신의 망념을 주먹으로 격파하기라도 할 셈인지,

계속 주먹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히비키

아카리...슬슬 그만하고 쉬어.


우라라

내 말이...언제까지 계속할려고.


아카리

아아, 미안.

난 조금만 더 하다 갈테니까.

먼저 가있어!


히비키

.....알았어.

쿨다운은 철저하게 하고.


우라라

야, 그게 괜찮은 거 맞아?

저걸 그냥 냅두고 간다고?


히비키

저렇게 나오면 고집불통이야.

혼자 있게 해줘.


우라라

....하아. 내가 뭘 어쩌겠어.

알아서 실컷 고민하라지.



<퍼억! 빠악!>


아카리

하앗, 후우! 후우, 하! 에에잇!


기억하고 있는 모든 콤비네이션을 꽂아넣으니,

샌드백이 몇번이고 들썩거렸다.


아카리

(나....나는, 어째서 싸우고 있었지...!)



아카리

야아아아아아────!


아카리

..........크으, 하아...

후욱, 후우....


아카리

안돼, 이걸로는...



여직원

아아, 아카리 씨. 아직 트레이닝 중이었어?


화들짝 돌아보니, 여직원이 넉살좋은 표정으로 아카리의 트레이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카리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늦게까지...


여직원

뭘 그래. 좋아좋아.

열심히 하는 애는 응원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법이고.


아카리

하하...화풀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거에 가깝지만요.


여직원

흐응? 그게 뭐 어때서, 또렷해서 좋네.

누구라곤 안하겠지만, 수상쩍은 사람에 비하면야.


아카리

에....


여직원

에리랬지, 그 애, 좀 수상하지 않아/

그렇게 큰 회사의 사장이 뭘 하겠다고 여기 와서 알바를 하겠대?

게다가 대놓고 유혹이나 해대고 말이지,

그러니까 아카리 쨩도 싫은 거 아니야?


아카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리고 에리 쨩은,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니, 까요...


여직원

정말로? 100% 그렇게 생각해?

괜찮아, 지금은 눈치보지 않아도.


아카리

으....그건, 그래도...


아카리

............


여직원

후후. 아카리 쨩. 참 착하네.

나 반해버릴지도?


아카리

예, 예에에....?

전 딱히 그런 취향은...


슥 한걸음 다가오기에,

아카리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쳤다.


여직원

아하하, 농담.

그런 뜻이 아니네요.

난 그이도 있다?


아카리

아, 아하하...난 또.

깜짝이야.


여직원

사실은 이것 때문에 왔지, 자, 먹으면서 해.


아카리

도넛...


여직원

어디서 차라고 같이 하자고 꼬실 김에 준비한건데, 뭐 어때. 줄게.


아카리

아───고맙, 습니다.


여직원

잘자─, 아카리 쨩.


<위잉>


아카리

....가버렸네.


아카리

아, 아하하...배고프다.

고맙게...어어, 좀 많네?


아카리

히비키 쨩이랑 우라라 쨩은 집에 갔을테고,

다른 사람은...


아카리

장관.....단 거, 좋아하시려나...


아카리

아, 아니, 딱히 뭐....

유노 씨한테 줘도 괜찮고, 응.



<위잉>


아카리

(지령실에 물어봤더니 여기라고 했는데...,계신가...)


괜히 소리를 죽이면서,

아카리는 어둣한 담화실에 발을 들였다.


토키사다

으음....


아카리

앗, 깜짝아, 장관....!


토키사다

쿠울....으으음....


아카리

주무시네...


휴 한숨을 내쉬고, 도너츠 상자를 한손에 든 채 베겟머리에 다가갔다.


아카리

................


아카리

이러고 있으면...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아.

두근거리긴, 하지만...


약간 위아래로 움직이는 토키사다의 얼굴을,

아카리는 슥 쓰다듬었다.


아카리

(아...조금 땀나셨네...

바쁘니까 그렇겠지...)


아카리

(평소엔 태연한 표정으로 웃으셔도...

힘들지 않을리는 없을거야...)


아카리

장관은...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


아카리

역시, 미래를...인류를 지키려고요?

저같은 거랑은 다르게...

훌륭한 마음을 당당하게 가지고 계신 건가요.

분명...그런 거겠죠.

그래도...


아카리

(나...새삼 몰라.

장관이, 왜 싸우시는지...

무슨 생각으로...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조차.)


아카리

...이상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좋아한다던가, 싫어한다던가...


토키사다

.......으음....


아카리

히히. 장관이 자는 얼굴...조금 귀엽다.

이것도 처음 알았네...


에리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카리

헤....


에리

헬로─♪


아카리

꺄, 꺄와아아아아악...우웁!


에리

쉬잇! 깨겠다.


아카리

우웁. 푸핫..

어, 어어, 대체 언제부터...


에리

에이, 그거야 아무렴 어때.

와, 도넛 맛있겠다. 내꺼─.


아카리

그게....아니야, 나도 됐어...


에리

우물, 꿀꺽, 으음, 맛있다~♪


아카리

(....하아, 나만 신경써봤자 뭘 어떻해...)


에리

그럼....읏차.

기회가 왔으니, 살려보도록 할까?


아카리

에.....


스르륵 몸을 꼬면서 에리도 토키사다의 옆에 앉았다.


아카리

자, 잠깐만, 뭘 하려고...


에리는 토키사다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어느새 변해있는 시선으로.



에리

────전하라. 저종에서 부르는 바람이여.

환상의 대수로부터 낙옆 하나를 떼어,

나의 이름, 나의 소용돌이치는 눈에 깃들라...


희미한 빛이 에리의 손에서 토키사다의 머리로,

이어서 둘의 전신으로 깃들기 시작했다.


아카리

윽! 장관한테 뭘 하는거야!?


에리

잠깐 보기만 하자는 거야.

너도 어때?


아카리

에엑, 어.......!



아카리

으엑....!? 여긴 뭐야...!


에리

장관의 과거의 기억이야.

....정말로, 현대의 풍경이 아니구나.


아카리

장관의....과거...


아카리

(이런...게....?

우리들의 미래라고....?)


현대의 정경따위는 이미 흔적도 없이,

파괴당한 도시도, 칙칙해진 하늘도 현실이 아니라 픽션만 같아서,

도무지 현대와 같은 땅 위에 있는 세계라곤 믿겨지질 않았다.



소년

헉, 헉, 허억....!


달리는 소년을 뭔가가 쫒고 있다.

표정에 공포를 띄우고 달리는 소년을, 그것이 기어이 따라잡고...



후맨

부붓─


언뜻 보기엔 유머러스한 부분이 없다고도 못할, 후맨.

그러나 그 주먹은 질척하니 피로 젖어있었다.


후맨

부웃─


<퍼억!>


소년

아, 아악.....!


후맨은 무성의하게 소년을 걷어찼다.

소년은 땅을 구르며 피를 약간 토했다...


소년

콜록, 우욱....


후맨

부부─


그에게로 다가간 후맨이 주먹을 쥐고 치켜들었다.


소년

아, 아아....

사, 살려줘...누가....!


누가 들을리도 없다.

소년의 반응따윈 귀담아듣지 않고,

후맨이 담담히 주먹을....



아즈엘

크으....! 위험해....!


아카리

어엇! 아즈엘 씨!?


후맨

부부?


주먹의 감촉에 위화감을 느낀 후맨이 일시적으로 멈추었다.


아즈엘

크, 으.... 사라져!


<──!>


후맨

부......!


빛 너머로 소멸당한 후맨에겐 관심을 두지 않고,

아즈엘이 소년에게 달려갔다.


소년

아아....으으....


소년은 목숨은 건졌지만,

토해내는 숨에는 피가 섞여있다.

의식도 몽롱해보였다.


아즈엘

크하....하아, 하아....

다행이야...아직 살아있는 인간이 있었어...


아즈엘

.........


아즈엘

내가....잘못 판단했어...

더 빠르게, 검을 뽑았어야 했는데...!


후회서린 독백.

그리고 연전의 부상이 시시각각 그녀의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즈엘

이젠 신기도 나 뿐이야...

지상에서 싸울 힘이 있는 자도 더이상..


소년

아....크, 으으으....


아즈엘

.............


아즈엘

이제....이것밖에는 방법이 없구나...

미안하다. 아이야....


천사장이 아이를 꽉 껴안았다.

깊고깊은 후회와 연민을 담아서.


아즈엘

나도 이걸로...소멸일까?

그래도...

나는...이 지경에 왔지만, 일의 신건.

천사장으로서....내가 해야할 일을...


천사장의 손이 하늘로 뻗었다.

황폐해진 하늘의 구름 속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아즈엘

........미안해.

너에겐....너무 무거운 사명을 짊어지게 하고 말아...

사과할 기회조차 없겠지만...그렇더라도...

이것이....마지막, 희망이니까...


아카리

아즈엘 씨...



아즈엘과 소년을 빛이 감싸고,

그리고 어느순간, 하늘이 흔들렸다...


<파앙!>


에리

어......아앗!



에리

....세상에.

이걸 지워버렸어....?



아카리

끝나버렸네....

그런데, 에리 쨩. 지금 그건 대체...

와, 히야아아아악!?

유, 유노 씨!?


여태껏 본적도 없는 심각한 표정으로.

유노는 아카리와 에리의 앞에 서있었다.


유노

엿보는 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카리

에, 에엑....!?

아니, 이거, 이건....


아카리

(유, 유노 씨. 엄청 화났어...!

그, 그런데 어떻게 엿봤다는 걸...)


에리

여자애인걸─.

관심있는 남자에 대해서 알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지 않나?


유노

알고 싶더라도, 남자가 말할 때까지 믿고 기다리는 게 좋은 여자라고도 하지.


에리

역시, 어른이라는 느낌─.


유노

.................


울렁.

유노의 압력이 그 무게를 더했다.


토키사다

으음....흐아암.

무슨 일 있어?


유노

토키사다....


아카리

그, 그럼. 죄송합니다!

여기 도넛 받아온 게 있으니 배고프면 드세요!

전 퇴근할게요!


유노

아앗....!


아카리가 유노에게 도넛 상자를 떠넘기고는 그대로 허둥지둥 인사하고 도망쳤다.


에리

그럼 나도!

장관 군, 고생해─♪



유노

..........휴우.

일어나는 타이밍. 노린 거지.


토키사다

저 애한테 살의가 없는 건 알고 있었어.

너무 괴롭히는 것도 불쌍하잖아?


유노

여자애한테는 무르다니까.


토키사다

그렇지, 유노에게도.

무리는 하지 마.


유노

그건 됐어.

...아무튼, 이런 짓이 가능한 건 의외였네.


토키사다

유노도 모르겠어?


유노

....그래.

그녀들의 정체는...짐작가는 게 없네.


토키사다

그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어.

믿음을 얻으려면....



아카리

휴우, 후우....!

까, 깜짝아...


에리

진짜 예상외였네─.

저 부관 언니. 보통 사람이 아닌가봐.


아카리

에리 쨩, 아까 그거...


에리

미안, 끌어들여서.

아카리 쨩은 몰라도 상관없었는데.


아카리

아니, 그래서....

에리 쨩의 그 목적이라는 게...


에리

으음─....뭐─. 관계가 없진 않겠지?

자기 것이 아닌 목숨이 걸려있으면, 어쩔 수가 없지.


아카리

자기 것이 아닌....목숨....?


에리

아냐, 흘려들어.

오늘은 미안했어. 방해까지 했고.

또 보자.



아카리

에리, 쨩......





5장이 곡괭이질빼면 짧은게 없어서 에너지 보존한다고 스피드가 팍 떨어졌네용

개근연재는 아직 지키고 있으니 봐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