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대전으로 올라가서 고용계약서 쓰고 출근할 예정인데
업무도 업무지만 대덕연구특구라는 특성상 학문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숙사도 매우 가까운 곳에 제공이 된다고 하고 다른 곳에 면접을 보러 갈 때는 공가 처리까지 해줘서 자기계발 기회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사실 이 직무는 한달 전만 해도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인턴연구원 지원을 했지만 최종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낙담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시며 직접 공공기관 관련 일자리를 찾아보시다가 지금의 자리를 발견하고 저를 급히 부르셨죠
마감 1시간 전에 공고를 발견했고 간단한 회의 이후 허겁지겁 자소서를 작성했죠
마감 15분 전에 간신히 제출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보니 많이 엉성했습니다. 오탈자도 있고 내용도 엉망진창이고...
그리고 되면 좋겠지만 다른 길도 찾아봐야 했기에, 잠자코 공무원 시험 준비를 마저 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대학원(정출연에서 학위과정을 운영합니다) 가을학기 모집도 준비했고요.
그리고 그 엉성한 서류가 붙었습니다. 그 때 이 채널에 이건 하나님의 일하심이라고, 살짝 정신나간 것 같지만 신앙심을 다잡게 되었다고 간증글을 올렸습니다.
항상 서류만 붙고 면접에서 떨어졌기에, 이번 면접을 철저하게 준비하였습니다. 홈페이지를 뒤져서 제가 힘을 보태게 될 일(각종 체험형 프로그램 운영)을 숙지하고, 저만의 어필 포인트와 마지막 멘트도 준비했죠.
면접은 이른 아침에 이뤄져서, 작년 겨울 대학원 면접 때와 같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아버지께서 데려다 주셨습니다(어머니도 동행하셨습니다)
시간에 맞춰 건물 내부로 들어갔고, 대기실의 원탁에 둘러 앉아서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대다 면접이고 서류에서 3배수 선발이 된 지라 같은 직무는 함께 면접을 보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도 앞 직무 지원자들이 나가고 난 뒤 더 이상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대로 혼자 면접을 보게 되는 것인가 싶어서 대기실 담당자님께도 같은 직무 지원자들이 한꺼번에 보는 것이 맞는지 재차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면접 전까지 살짝 이기적인 기도를 드렸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이 이대로 안 오도록 해 달라고요.
결국 면접을 저 혼자 봤습니다. 면접자가 저밖에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의 강도가 꽤나 약했습니다.
부서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 아느냐는 직무 관련 질문에는 준비했던 대로 모든 프로그램을 대답했고, 그 뒤로는 저의 이력(수많은 자원봉사)에 관한 질문(계기, 활동 시연 등)과 향후 계획에 관한 질의응답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질문들에 성심성의껏 대답했고, 한결 가벼운 표정과 발걸음으로 면접장을 떠났습니다.
면접 이틀 뒤는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다른 곳에 정규직으로 지원했었고, 그곳의 서류전형 결과가 뜨는 날이기도 했는데,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합격 소식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정규직을 붙으면 인턴이 된다 하더라도 2주만에 그만두어야 했으니까요. 사실상 둘 중 하나만 해야 하는 것인데, 아예 일자리 자체를 두고 일주일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인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가 일할 부서 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고요.
저녁을 먹으며 가족과 회의를 거친 결과, 정규직 면접(금요일)을 아예 포기하고 인턴에 집중하자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직 제가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공익근무를 읍사무소에서 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의무복무일 뿐 고용계약서 같은 건 쓰지 않았으니 일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인턴 자리가 부담이 덜할 것이고,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한들 붙을지도 미지수요, 붙으면 더 걱정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대학원 과정에 있는데, 너무 가까운 곳에 살면 서로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는 부모님의 걱정도 있었습니다.
사실 부모님께 말씀은 안 드렸지만, 인턴이 더 낫다고 생각한 이유는 주말 휴식이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정규직이라고 한 곳은 과학관이라 월요일에 쉬고 주말에 근무를 합니다. 과학관 특성상 주말에 사람이 많기 때문에 꼼짝없이 출근해야 하는 것이죠.
이 점에 대해 지난 주일에 교회 청년부 목사님의 사모님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주일성수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저도 인지하고 있었죠.
여러모로 인턴이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는 또 다시 지금까지 살아보지 않았던 동네에서 새로운 길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예 올라가는 김에 대전에 눌러 앉으라고 하십니다.
이번 기회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 생각하며, 예비하신 길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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