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붕은 중증 도박 중독 환자였다.


 이때문에 재산 대부분을 날려먹고 옥살이까지 하다 왔지만 김창붕의 증세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보다 못한 김창붕의 아내는 김창붕의 관심사를 돌려보고자 복싱 도장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김창붕은 복싱보다는 복싱 도장 등록비에 더 관심이 있었다.


 혹여라도 남편이 다시 도박판을 전전할까 두려웠던 아내는 김창붕에게 단 10원도 맡기지 않으려 했고 그 덕에 김창붕은 도박판을 먼 무릉도원이라도 되는 양 쳐다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나 김창붕은 몇 달 동안 열심히 도장을 다니며 신뢰를 쌓았고 아내는 김창붕에게 도장 등록비를 맡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창붕은 수중에 돈이 생긴 그 날부터 도장 대신 불법 도박장을 찾았다.


 어느 날부턴가 아내가 정말 복싱 도장에 다녀온 것이 맞냐며 추궁하기 시작하자 김창붕은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다.


 행인에게 아무데나 때려달라고 요청한 뒤에 귀가하면 의심을 피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고 아내는 김창붕이 도장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김창붕은 아내의 기대와 다르게 불법 도박장에 꾸준히 출석 도장을 찍고 있었다.


 결국 김창붕은 얼마 뒤 불법 도박장에서 체포되었고, 그런 연락을 들은 아내는 주저앉아 대성통곡하였지만, 김창붕은 그저 따지 못한 돈을 떠올리며 아쉬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