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고 돌아온 김창붕은 문득 지갑을 살펴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꼬깃꼬깃한 천 원 짜리 지폐 두 장이 싸구려 지갑 안에 저들끼리 꼭 붙어있는 것이 눈꼴시려웠다.


 김창붕은 머릿속으로 친구들에게 빌린 돈의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고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이름만 아는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창붕 이 개새끼야. 빨리 내 돈 안 갚으면 너 개털인 거 다 까버린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삶을 살고 있던 김창붕은 사실 끔찍한 가난뱅이였던 것이다.


 그런 주제에 일 할 생각은 않고 매일같이 밖으로 쏘다니니 돈이 모일 턱이 없었다.


 김창붕은 이제 정말 일을 해볼 요량으로 사이트를 뒤적였다.


 그러던 중, 어떤 수상쩍은 채용 문구가 김창붕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해외 여행 다녀오면 100만원! 안전 보장! 비밀 보장!'


 김창붕은 이것이 마약 운반책을 모집하는 것임을 진작 알아챘지만 그만 홀린 듯이 지원서를 작성하고 말았다.


 김창붕은 한 동안 조직 폭력배의 운반책이 되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럴 때마다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달콤했지만 한 편으로는 짙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잘 하면 조금만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김창붕은 이런 의견을 조직원에게 피력했고, 이윽고 한 방편을 제시 받았다.


 "거 다리나 팔 좀 분지르면 될 것 같은데."


 말인 즉슨 이것이었다.


 캐리어로 옮기는 양에는 한계가 있으니 약을 굳혀 깁스 형태를 만든 뒤에 골절 환자 마냥 두르고 다니면 어떻게 경찰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조직원은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아놓아야할 것이라 경고했지만 이미 돈에 눈이 먼 김창붕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김창붕은 조직원들에게 제 몸 뼈를 부러뜨려달라 부탁했다.


 깁스로 위장한 약을 성공적으로 배송한 뒤 큰 돈을 손에 쥐게 된 김창붕은 더 큰 탐욕에 휩싸였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망이 점차 좁혀지기 시작했고 김창붕과 조직원들이 이전에 썼던 방법은 전혀 먹히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김창붕은 결국 용기 안에 마약을 넣고 삼켰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는 비행기에 어떻게든 몸을 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륙 2시간 뒤, 김창붕은 호흡곤란과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고 말았다.


 위장에 있던 용기가 깨져 매우 많은 양의 마약이 몸에 흡수된 나머지 급성 마약 중독이 일어난 것이다.